'빌라 안 사'는 옛말, 1억 '웃돈' 얹었다…전·월세난에 경매 불장

해외

이데일리,

2026년 7월 12일, 오후 05:02

[이데일리 박지애 기자] 서울 아파트 전월세 매물이 줄어들면서 대체 주거지인 빌라 수요가 커지자 경매시장에도 온기가 번지고 있다.

특히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대항력을 포기한 경매 물건을 중심으로 일반 응찰자가 대거 몰리면서 낙찰 비중과 낙찰가율이 모두 높아지는 모습이다.

서울중앙지법 입찰법정 앞 복도 (사진=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 입찰법정 앞 복도 (사진=연합뉴스)
12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6일 서울 동부2계에서 입찰한 서울 강동구 길동의 전용면적 24.4㎡ 다세대주택은 첫 1회차 경매에서 감정가(2억 6600만원)보다 1억원가량 높은 3억 6201만원 선에 낙찰됐다.

총 6명이 경쟁을 벌이며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격 비율)이 136%까지 치솟았다.

해당 물건은 HUG가 집주인 대신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선지급하고 채권 회수를 위해 지난해 강제 경매를 신청한 주택이다.

HUG는 2024년 3월부터 보증사고 물건을 경매에 부치고 직접 낙찰(셀프 낙찰) 받아서 무주택 가구에 공공임대로 임차하는 ‘든든전세’ 주택으로 활용하고 있다.

전세사기 등으로 보증사고가 급증해 어려움을 겪던 HUG 입장에선 경매 낙찰로 주택의 소유권을 넘겨받아 회계상 자산 비율을 높이고, 전세 보증금을 받아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효자 사업이다.

그러나 최근 HUG의 셀프 낙찰보다 제3자, 즉 일반 응찰자들의 낙찰이 급증하고 있다.

HUG와 동시에 경매에 참여한 일반 응찰자들이 HUG보다 높은 금액을 써내 낙찰받는 사례들이 많아진 것이다.

HUG에 따르면 지난 한 해 HUG 경매 신청 물건 중 셀프 낙찰은 3510건, 제3자 낙찰은 4228건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올해는 제3차 낙찰이 상반기에만 4347건으로 증가한 데 비해 HUG 직접 낙찰은 1325건에 그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낙찰된 5672건중 76.6%를 일반 응찰자가 가져간 것이다.

HUG가 셀프 낙찰에 처음 뛰어든 2024년에도 HUG 낙찰(2052건)과 제3자 낙찰(2720건) 건수는 비슷했다.

HUG는 최근 전세난이 심화되며 든든전세 확보를 늘린다는 계획이지만 HUG 입장에서도 제3자 낙찰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제3자가 고가에 낙찰하면 오히려 최장 8년 임대 후 매각을 통해 대위변제금을 회수해야 하는 든든전세 방식보다 채권 회수 시점은 더 빠르기 때문이다. 일반 응찰자들이 늘며 낙찰가율도 높아지고 있다.

지지옥션 분석 결과 서울 빌라 기준으로 올해 1∼3월은 일반 응찰자에 비해 HUG의 평균 낙찰가율이 높았으나 올해 4월부터는 역전됐다. 올해 4월 HUG의 평균 낙찰가율은 67.28%였으나 제3자의 낙찰가율은 평균 74.98%로 7.7%포인트나 높았다.

지난달에도 제3자의 평균 낙찰가율은 73.20%로, HUG의 평균 낙찰가율(69.59%)보다 3.61%포인트 높았다

한때 전세사기 후폭풍으로 외면받던 빌라가 다시 관심을 끄는 것은 최근 아파트값과 전월세 품귀로 빌라의 매매, 전월세 가격과 거래량이 늘어난 영향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의 연립주택 가격은 작년 9월부터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해 올해 들어 1∼5월까지 3.37% 상승했다. 작년 동기간 0.59% 오른 것과 비교해 큰 폭의 상승이다.

특히 서울의 연립주택 전셋값은 작년 10·15대책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로 아파트 전월세 물건이 감소한 이후 상승폭이 커지기 시작해 지난 5월 한 달 동안 0.59% 상승했다. 2012년 10월(0.61%) 이후 13년7개월 만에 최고 상승폭이다.

빌라 전월세 거래량도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 집계 결과 올해 1∼5월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은 총 52만8858건으로 작년 동기(56만9998건) 대비 7.2% 감소한 반면, 연립·다세대를 포함한 비아파트 전월세는 작년 1∼5월 62만9107건에서 올해는 70만1756건으로 11.5% 증가했다.

이 때문에 최근 경매업계에는 “요즘 빌라 낙찰을 받으면 전세 보증금으로 낙찰 대금을 상쇄하고도 남는다”는 말이 돌고 있다.

지난 7일 서울 동작구 상도동의 한 빌라는 이날 4월 유찰 후 감정가(4억2800만원)의 80%인 3억4240만원에 2회차 경매가 진행됐는데, 9명이 응찰해 감정가에 육박(98.48%)하는 4억2150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2021년도에 계약한 임차인의 보증금이 4억1400만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보증금 수준에 낙찰받아 이보다 높은 전세보증금을 받으면 투입 자금이 곧바로 회수되는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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