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플의 이번 영업비밀 침해 소송은 2010년 안드로이드 진영을 상대로 벌인 법적 공세를 떠올리게 한다며 이번에도 경쟁자의 도전을 소송으로 지연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평가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샘 올트만 오픈AI CEO(사진=AFP)
특히 애플은 탄 CHO가 채용 면접 과정에서 애플 출신 지원자들에게 내부 기술 정보를 캐묻고 실제 부품을 가져와 설명하도록 요구했으며, 입사가 확정된 이후에도 가능한 오래 애플에 남아 추가 정보를 확보하도록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또 오픈AI로 이직한 애플 출신 직원이 400명이 넘는다고 지적했다.
WSJ는 이번 소송이 2010년 애플이 구글 안드로이드 진영을 상대로 벌였던 특허 소송과 닮았다고 분석했다. 당시 스티브 잡스는 안드로이드를 “훔친 제품”이라고 규정하며 “핵전쟁(thermonuclear war)”도 불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애플은 당시 삼성전자 등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을 상대로 8년에 걸친 법적 공방을 벌였다. 당시 핵심 주장도 경쟁사가 애플의 혁신을 훔쳤다는 것이었다. 애플은 “삼성전자가 아이폰을 노골적으로 모방했다”고 주장했지만 삼성은 이를 부인했다. 양사는 오랜 소송 끝에 2018년 합의했다.
애플이 벌여온 소송의 중심에는 항상 ‘신뢰의 배신’이라는 인식이 있었다고 WSJ는 짚었다. 과거 구글 CEO였던 에릭 슈미트는 안드로이드를 개발하는 동안에도 애플 이사회 멤버였다. 잡스는 자신의 전기 작가 월터 아이작슨에게 “안드로이드는 훔친 제품이기 때문에 반드시 파괴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소송 역시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후임자인 존 터너스에게 자리를 넘겨주기 전에 AI 시대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한 오픈AI를 상대로 꺼내 든 ‘핵폭탄급 대응’이라는 평가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11일 소셜미디어 엑스(X 옛 트위터)에 “애플에 매우 큰 존경심을 갖고 있지만, 두렵지는 않다”고 밝혔다.
AI 경쟁에서 다소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는 애플은 아이폰 시대의 아성을 흔드는 경쟁자의 등장에 더 민감해진 모습이다. 오픈AI는 올해 애플의 전설적인 제품 디자이너 조니 아이브가 설립한 AI 기기 스타트업 ‘io’를 인수하며 자체 AI 하드웨어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 아직 구체적인 제품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스마트폰 화면에 의존하지 않는 새로운 형태의 ‘AI 네이티브 디바이스’를 개발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애플은 자체 AI 플랫폼인 ‘애플 인텔리전스’의 핵심 기능 출시가 잇따라 지연됐고, 음성비서 시리(Siri)의 AI 고도화도 계획보다 늦어지면서 궁지에 몰려 있다. 이에 따라 오픈AI가 스마트폰을 대체할 새로운 AI 기기를 선보일 경우 아이폰 중심의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WSJ는 소송만으로 경쟁 우위를 지킬 수는 없다고 봤다. 쿡 CEO가 소송으로 터너스에게 시간을 벌어줄 수 있을진 모르나, 결국 터너스가 AI 기기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해 잡스의 유산을 이어가야 한다고 관측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