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이 쏠림이 지수를 따라가는 투자자들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캐럴라인 쇼 피델리티인터내셔널 멀티에셋 포트폴리오매니저는 지수 편중과 한국 반도체주에 대한 레버리지 베팅 확산을 두고 “경계선”이라며 “이것이 과열은 아닌지 따져보게 만드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성장주 비중을 줄이고 대신 신흥국에서 소외된 기업들을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도 발을 빼고 있다. 웨이 리 블랙록투자연구소 글로벌 수석투자전략가는 일부 반도체·메모리 종목의 변동성을 이유로 “지금 시점에서 기꺼이 차익을 실현하겠다”며 신흥국 주식의 초과 비중을 줄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탈은 이미 숫자로 나타나고 있다. 올해 들어 외국인은 한국 주식을 1000억달러(150조 7800억원)어치 순매도했고, 이는 원화 가치를 끌어내렸다. 한국 증시는 지난달 고점 대비 20% 넘게 빠졌다. SK하이닉스가 지난주 미국 나스닥 상장으로 265억달러(39조 9567억원)를 조달하고, 삼성전자와 나란히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낸 와중에 벌어진 일이다. 액티브 펀드가 통상 한 종목에 자산의 10% 이상을 담지 못하는 등 규정상 한도에 걸린 측면도 있다.
물론 낙관론도 만만치 않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1분기 합산 순이익은 500억달러(75조 3900억원)를 넘겨, 지난해 같은 기간(100억달러 미만)의 5배를 웃돌았다. 수닐 티루말라이 UBS 신흥국 주식전략 총괄은 “이들은 사실상 과점 사업자가 됐다”며 “독점적 사업은 언제나 환상적인 이익을 내고 아주 좋은 주식”이라고 평가했다.
복병도 있다. 키어런 푼 애버딘 아시아주식 투자디렉터는 올해 TSMC 주가가 나머지 두 종목보다 부진했던 이유로 미국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 부활을 꼽았다. 메모리 쪽에선 연내 상장을 준비 중인 중국 창신메모리(CXMT)와 양쯔메모리(YMTC)가 최대 위협으로 거론된다. 크리스토퍼 우드 제프리스 글로벌 주식전략 총괄은 두 회사의 상장이 “반도체주가 뜨거울 때 AI 설비투자 붐을 활용해 자금을 조달하려는 것”이라며 “그 자금은 의심할 여지 없이 증설에 쓰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 근본적인 우려는 신흥국 투자의 존재 이유가 흔들린다는 점이다. 제임스 존스턴 레드휠 신흥·프런티어시장 공동대표는 “신흥국은 역사적으로 위험과 수익률을 분산해주는 시장으로 여겨졌다”고 짚었다. 미국 증시와 신흥국 지수를 똑같이 반도체가 지배하면서 그 효용이 사라졌다는 얘기다.
존스턴 공동대표는 “이런 고도의 쏠림이 나타날 때는 사이클의 정점을 알리는 경우가 많다”며 “사이클은 대개 두 가지 중 하나로 끝난다. 수요가 꺾여 가격이 무너지거나, 공급이 밀려들어 가격이 무너지거나”라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