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호르무즈 통과 화물 20% 내라"…유엔 "국제법 근거 없다"(종합)

해외

이데일리,

2026년 7월 14일, 오전 04:22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안전을 책임지는 대가로 이 해협을 통과하는 모든 화물에 대해 운송액의 20%를 보상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이란 선박에 대한 봉쇄 재개를 선언했다. 그러나 유엔 산하 국제해사기구(IMO)는 국제 항행에 사용되는 해협에 통행료를 부과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즉각 반대 입장을 밝혀 국제법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미국은 이제부터 ‘호르무즈 해협의 수호자(The Guardian of the Hormuz Strait)’로 불릴 것”이라며 “공정성의 원칙에 따라 세계에서 가장 불안정한 해역의 안전과 안보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보전받기 위해 앞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모든 화물에 대해 20%의 비율로 보상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계획의 절차와 체계 구축은 즉시 시작될 것”이라며 미국 해군에 이란 선박에 대한 봉쇄를 다시 시행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이 있든 없든 계속 개방될 것”이라며 “이란 선박이나 이란 고객의 선박만 출입을 막는 ‘이란 봉쇄(Iranian Blockade)’를 재개한다. 다른 모든 국가는 공정하고 자유롭게 해협을 이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백악관은 미국이 어떤 방식으로 비용을 징수할 것인지, 법적 근거는 무엇인지, 걸프 지역 동맹국들과 사전 협의를 거쳤는지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도 “그동안 다른 나라들이 모든 돈을 벌어갔다”며 미국이 해협의 안전을 유지하는 대가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아무 대가도 없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켜왔다”며 “이제는 계속 지킬 것이지만 그 대가를 받을 것이고, 많은 돈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국민을 위험에 노출시키면서 수행하는 임무에 대한 비용을 보전받기를 원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시장도 즉각 반응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이후 국제유가는 장중 상승폭을 확대했다.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한때 약 5% 급등했으며 브렌트유는 다시 배럴당 80달러선을 회복했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곧바로 제동을 걸었다. 유엔 산하 IMO는 성명을 통해 “국제 항행에 이용되는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통행료를 부과하는 것에 일관되게 반대해 왔다”며 “국제 해협을 단순히 통과하는 선박에 의무적인 통행료를 부과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다”고 밝혔다.

미 해군대학의 국제해양법 전문가인 제임스 크라스카 교수도 CNBC와의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부과는 국제법에 위배된다”며 “국제사회는 호르무즈 해협을 방해받지 않고 자유롭게 통항할 권리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제해사기구 협약과 해상인명안전협약(SOLAS)에 따라 이란도 국제적으로 인정된 항로를 일방적으로 변경하도록 요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세계 최대 에너지 수송로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 2월 말 이란에 대한 군사작전을 시작한 이후 이란은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해협을 봉쇄했고, 이후 미국과 체결한 잠정 합의에 따라 60일간은 상업용 선박에 통행료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최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상선을 잇달아 공격하고 모든 선박이 자국 영해를 통과하는 북쪽 항로를 이용하도록 요구하면서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이에 미 해군은 오만 연안을 따라 설정한 남쪽 항로를 통해 상선들의 안전한 운항을 지원하고 있으며, 미국은 이란의 선박 공격에 대응해 여러 차례 공습을 단행했다. 이란도 걸프 지역 미국 동맹국들을 향해 보복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해운업계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이 현실화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조선 업체 노르딕 아메리칸 탱커스의 헤르비에른 한손 최고경영자(CEO)는 CNBC 인터뷰에서 “20% 통행료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호르무즈 해협 운영 방식은 미국과 이란이 함께 합의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란도 고통받고 미국도 고통받고 있으며 호르무즈 해협 밖의 190여 개 국가들도 모두 피해를 보고 있다”며 긴장 완화와 외교적 해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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