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빨래하면 전기료 두배?…주택용 시간대별 요금제 따져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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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6년 7월 14일, 오후 07:50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에게 질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에게 질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3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일반 가정용 전기요금에도 전력이 남는 시간엔 싸게 수요가 몰리는 시간엔 비싸게 책정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며, 주택용 계절·시간대별 요금제 도입 논의가 수면 위로 올랐다.

정부가 당장 언제까지 어떤 방식으로 도입한다는 계획을 내놓은 건 아니다. 현실적으로 전면 도입까지는 상당 시일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특히 낮에 주로 발전하는 태양광 발전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만큼, 가격 차등을 통해 전력 사용시간대도 발전량이 많은 낮 시간대로 조정을 유도할 필요성은 계속 커지는 중이다. 이미 산업·일반용 등 다른 용도별 전기요금에는 이미 적용돼 있기도 하다.

◇퇴근 후 가전 몰아 쓰면 요금 부담 대폭 커질 수도

일반 가정에도 정부가 지난 4월 16일부터 적용된 새 산업용 시간대별 요금제를 적용한다고 가정했을 때, 우리의 일상 패턴을 변하지 않으면 요금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현재 일반 가정에서의 전기는 언제 쓰더라도 요금이 똑같다. 4인 가구 기준 여름철 전기 사용량은 약 400킬로와트시(㎾h)인데, 요금은 기본료 외에 1㎾h당 약 150원이 추가돼 월 6만~7만원이 되는 구조다. 월 총사용량에 따라 단가가 2.6배까지 늘어나는 누진제가 적용되지만, 이는 계절이나 시간을 구분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산업용처럼 주택용에도 계절·시간대별 요금제가 적용되면 시간대에 따라 요금 편차가 최대 두 배가 될 수 있다. 산업용 여름(6~8월) 전기요금의 경우 평균 전력량요금은 약 170원이지만, 평일 밤 10시부터 아침 8시까지에 이르는 경부하 시간대 요금은 116원인 반면 평일 오후 3~9시에 이르는 최대부하 시간대는 최대 229원이다. 같은 전기를 쓰더라도 사용 시간대에 따라 요금이 최대 두 배까지 벌어지는 구조다.

산업용 계절·시간대별(계시별) 전기요금 제도 개편안 주요 내용. (표=기후에너지환경부)
산업용 계절·시간대별(계시별) 전기요금 제도 개편안 주요 내용. (표=기후에너지환경부)
예를 들어 퇴근 후 저녁 9시 이전에 에어켠을 켠 채 세탁기·건조기를 돌린 다음, 인덕션·에어프라이어·식기세척기로 저녁식사를 준비하는 건 가장 비싼 시간대에 전기를 쓰는 사치가 될 수 있다. 세탁기와 건조기, 식기세척기, 에어컨(1시간 기준)을 동시에 사용할 경우 전력량이 약 4~5㎾h인데, 이를 새벽이나 아침에 쓸 땐 500원이던 게 저녁 땐 1000원이 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같은 패턴을 월 20회 반복한다면 월 요금 차이는 1만원에 이르게 된다.

물론 반대로 전기요금 부담을 낮출 여지도 있다. 전력 다소비 가전 사용 시간대를 가급적 밤 늦게나 새벽, 아침 일찍 등 경부하 시간대로 돌린다거나, 낮 중간부하 시간대를 활용한다면 요금을 낮출 수 있다. 요즘 많은 가전제품에 예약 기능이 있는 만큼 이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당장 도입 가능성 낮지만…언젠간 현실

전력당국은 이미 오래 전부터 가정용에 대한 계절·시간대별 요금제 도입 가능성을 타진해 온 바 있다. 대표적인 게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제주에서 2021년부터 시행 중인 시범사업이다. 제주에선 각 가정이 고정요금제 혹은 시간대별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다. 시간대별 요금제를 선택한 가정은 여름·겨울철을 기준으로 시간대에 따라 최대 1.6배의 편차가 나는 요금을 적용받는다.

이를 단기간 내 전국적으로 전격 도입할 가능성은 낮다. 제주처럼 선택제로 운영하면 기존 사용패턴상 유리한 가구만 가입해 전체 수요이전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 반대로 모든 가구에 의무 적용하거나 시간대별 단가 차이를 크게 설정하면 맞벌이·돌봄가구 등을 중심으로 요금 급등 논란과 국민적 반발이 뒤따를 수 있다. 국내 전체 전력 소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산업용과 일반용 일부 대한 시간대별 요금제 적용만으로도 어느 정도의 수요이전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도 당장 주택용으로까지 확대 적용할 필요가 없는 이유다.

아직 본격 제도 도입에 필요한 인프라도 미비하다. 현재 각 가정의 전기 사용량을 시간대별로 파악하려면 지능형 전력계량계(AMI)를 설치해야 하는데, 단독주택에는 대부분 설치돼 있지만 아파트의 경우 세대별 보급률은 10%대 수준에 그친다.

그러나 도입 논의는 계속될 전망이다. 빠른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추이를 고려하면 수년 내 도입이 불가피한 시점이 올 가능성이 크다. 당국은 올 상반기 산업·일반용에 새 시간대별 요금제를 도입한 데 이어 하반기부터 이를 주택용에 대해서도 확대 적용을 모색 중이다.

한국전력(015760)공사는 올 7~8월에 한해 평일 낮 5~8시에 전기를 절감한 가정에 1㎾h당 500원, 월 최대 1만원의 현금을 돌려주는 새 에너지캐시백 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요금 부담이 커지는 형태로의 새 제도 도입은 부담이 큰 만큼, 일단 ‘인센티브’ 형태로 사용 시간대 유도에 나선 것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관계자는 “앞으로도 계속 소비자가 경제적 유인에 따라 전력 사용량을 유연하게 조절하는 문화를 확산해 국가 차원의 전력 소비 효율화를 촉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 22일 서울 시내 한 건물에 설치된 전기계량기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 6월 22일 서울 시내 한 건물에 설치된 전기계량기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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