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스탄체 슈텔첸뮐러 브루킹스연구소 미국·유럽센터 소장은 1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칼럼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동맹 포기 위협과 관련해 “지금은 우크라이나와 유럽에 수십년 만에 가장 위험한 순간 중 하나”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최선의 시나리오는 미국이 단기적으로 지원하고 유럽이 향후 2~3년에 걸쳐 신뢰할 만한 재무장을 이루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슈텔첸뮐러 소장은 또 미국이 빠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충격과 공포’를 앞세운 미국식과 다른 ‘유럽식 전쟁 방식’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콘스탄체 슈텔첸뮐러 브루킹스연구소 미국·유럽센터 소장. (사진=AFP)
문제는 지금부터다. 그는 “중국의 뒷받침을 받는 공격적인 러시아를 상대해야 하는 데다, 미국이 지원과 발 빼기, 적대 사이를 오가고 있어 유럽이 어느 때보다 위험한 처지에 놓였다”고 짚었다.
휴전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 우크라이나는 드론과 장거리 정밀타격으로 러시아 정유시설·무기공장을 때리며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병력 충원은 여전히 약하다. 러시아는 민간인을 무차별 폭격하고 유럽에서 하이브리드전을 넓히고 있다. 슈텔첸뮐러 소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측근들이 “최대치의 전쟁 목표를 고수하고 있다”며, 러시아가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와 또 한 번의 혹독한 겨울 전투, 2028년 미국 대선 결과 등을 지켜본 뒤에야 셈법을 다시 짤 것으로 내다봤다.
슈텔첸뮐러 소장은 유럽이 러시아의 발트 3국 기습 같은 ‘즉각 대응’ 상황과, 몇 년 뒤 대규모 침공이라는 두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한다고 봤다. 전자는 미국 지원이 절대적이지만, 후자라면 유럽이 미국의 재래식 전력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어 승산이 좀 더 있다는 것이다. 그는 ‘유럽식 전쟁 방식’에 대해선 “‘충격과 공포’와 승리가 아니라 거부와 방어, 회복력, 산업 계획, 통합 지휘에 기반한”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근본적인 고민은 대서양 동맹의 군사 조직이 미국 주도로 짜여 있다는 점이다. 노퍽·나폴리·브룬숨의 합동군사령부에서 미군 4성 장군을 유럽 인사로 바꾸는 작업은 진행 중이지만, 그는 “유럽에서 미국이 맡아온 ‘역외 균형자’로서의 정치적 역할은 사실상 대체 불가능하다”고 짚었다. 합동원정군(JEF)처럼 임무가 제한된 실용적 ‘소규모 다자 연합’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유럽만의 연합도 필요하지만, 쉽게 이뤄지긴 힘들다는 게 슈텔첸뮐러 소장의 판단이다. 그는 “영웅적 수준의 결속과 단합을 요구한다”고 봤다.
슈텔첸뮐러 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앙카라에서도 되풀이한 그린란드 요구가 서유럽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고도 했다. 미국이 빠지면 유럽을 이끌 후보는 프랑스·영국·독일 ‘빅3’이지만, 대륙의 작은 나라들은 이들을 온전히 믿을 수 있느냐며 미더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두 핵보유국(프랑스·영국)이 친러 포퓰리즘 지도자를 뽑거나, 올가을 주(州)선거에서 극우 정당 ‘독일을위한대안’(AfD)이 약진할 수도 있는 독일이 사상 최대 국방비로 이웃을 지배하려 들 수 있다는 우려다. 그는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파리·런던·베를린은 동의를 얻어야만 유럽을 이끌 수 있으며, 그 동의는 자제력을 발휘할 때만 얻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슈텔첸뮐러 소장은 “패닉에 빠질 필요는 없다”고 했다. 우크라이나가 미국산 무기와 군사교리·전술의 시험장이 됐고, 유럽은 미국 무기의 필수 시장이어서 양측 의존이 서로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1월 그린란드를 둘러싼 대치가 이런 상호의존을 유럽에 일깨웠다며, “언젠가는 우리에게 서로보다 더 큰 적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