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통행료 오락가락…이란전 출구 못찾는 트럼프

해외

이데일리,

2026년 7월 15일, 오후 07:10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모든 선박에 통행료 20%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가 하루 만에 말을 바꿨다. 걸프 동맹국들의 거센 만류에 물러선 것으로, 이란과의 전쟁에서 뾰족한 출구를 찾지 못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14일(현지시간) CNN방송, BBC방송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대신 걸프 국가들이 대미 투자를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의 수호자’를 자처하며 해협을 지나는 모든 화물에 20%의 통행료를 매기겠다고 선언한 전날의 발언을 하루 만에 뒤집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24시간 만에 한 발 물러서게 된 데에는 중동 동맹국들의 반대가 큰 영향을 미쳤다. 그가 전날 통행료 부과를 발표한 직후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카타르 등 걸프 국가 정상들이 잇따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계획을 거둬달라고 설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어제 (계획을) 내놨을 땐 좋다고 생각했는데, 여러 나라의 국왕과 에미르(군주)들이 전화를 걸어와 다른 방식으로 하자고 하더라”고 적었다.

애초 통행료 구상은 트럼프 대통령의 참모들이 수개월간 반대해온 사안이었다. 유가·가스 가격을 밀어올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에 부담이 되는 데다, 미 행정부가 그간 이란을 향해 “어떤 나라도 국제 수로에 통행료를 물릴 수 없다”고 밝혀온 원칙과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이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도 지난달 이 같은 입장을 재확인한 바 있다.

역설적이게도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를 반겼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적으로 옳다”며 “호르무즈 해협에서 상선의 안전한 통항을 보장하는 쪽은 그 대가를 받아야 한다”고 환영했다. 그러면서 “물론 20%는 너무 많다. 우리는 공정하게 하겠다”고 덧붙였다. 결과적으론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통행료 부과를 정당화시켜준 셈이다.

이번 소동은 트럼프 대통령이 4개월 넘게 이어진 이란 전쟁의 출구를 좀처럼 찾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BBC는 평가했다. 한 달 전 임시 휴전과 협상 틀을 담아 체결한 양해각서(MOU)는 사실상 사문화됐다. 각서에는 이란이 상선의 안전한 통항을 무료로 보장하고 그 대가로 수십억달러 규모의 투자와 국제 제재 해제가 이뤄진다는 내용이 담겼지만 모두 물거품이 됐다. 미국은 이란 선박에 대한 해상 봉쇄를 재개하며 전면 교전으로 되돌아갔고, 이란은 군사적으로 약해졌어도 여전히 호르무즈 해협을 틀어막을 능력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확전과 타협 사이에서 갈림길에 섰다는 진단이다. 확전은 유가와 물가를 다시 자극해 중간선거를 앞둔 공화당에 정치적 부담을 안긴다. 실제로 통행료 발표 당일 국제유가는 하루 만에 약 10% 뛰어 6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미국외교협회(CFR)의 엘리엇 에이브럼스 선임연구원은 “결국 누가 더 인내심이 있느냐의 문제로 되돌아왔다”며 원유를 수출하지 못하는 이란과 페르시아만 원유에 기대는 서방 가운데 누가 더 오래 버티느냐가 관건이라고 내다봤다.

미 싱크탱크 디펜스프라이오리티스의 로즈메리 켈러닉 중동프로그램 국장은 “가장 유력한 결말은 미국과 이란의 대치가 ‘끝나지 않는 것’”이라며 “소모전으로 변한 이 전쟁은 아주 오랫동안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