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지 않는 가치라던 다이아몬드, 가격 추락에 ‘드비어스 최대 광산 정지’

해외

이데일리,

2026년 7월 15일, 오후 09:41

[이데일리 유진희 기자] 영원히 변하지 않는 가치와 부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천연 다이아몬드의 위상이 무참히 흔들리고 있다. 인공 다이아몬드의 가파른 성장세와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위축으로 천연석 가격이 연일 추락하면서 세계 최대 다이아몬드 독점 기업인 드비어스가 핵심 생산 기지이자 남아프리카공화국 최대 규모 광산의 운영을 전격 중단하기로 했다.

(사진=게티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
15일(현지시간) 남아공 eNCA 방송과 영국 BBC 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드비어스는 남아공 최북단 림포포주에 위치한 베네티아(Venetia) 광산의 다이아몬드 채굴 및 생산을 향후 2년간 전면 중단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보츠와나 및 짐바브웨 국경 인근에 위치한 베네티아 광산은 단일 생산 가치 기준으로 남아공 전체 다이아몬드 생산량의 40% 이상을 담당하는 독보적인 핵심 광구다. 드비어스가 30년 넘게 운영해 온 상징적인 광산이다. 2012년부터는 지하 1000m 이상의 초심부 광맥 개발을 위해 대규모 자금까지 집중 투자해 왔다. 하지만 가파르게 치솟은 생산 원가 대비 턱없이 낮아진 천연 다이아몬드 원석 시세가 결국 발목을 잡았다.

드비어스는 이번 셧다운 조치에 대해 지속 가능한 비용 절감과 전방위적인 사업 구조조정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생산을 정지하는 2년 동안 채굴은 멈추되 지하 광산 인프라 효율화 및 기술 개선 작업만 지속해 향후 다이아몬드 시장 상황이 회복될 경우 생산을 즉각 재개할 수 있도록 대기 체제만 유지하겠다는 구상이다.

천연 다이아몬드 시장이 이처럼 최악의 불황에 직면한 배경에는 기술 발전과 글로벌 소비 트렌드의 급격한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팬데믹 종식 이후 글로벌 수요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최대 명품 소비국인 중국의 내수 침체와 부동산 불황이 직격탄을 날렸다. 여기에 천연 다이아몬드와 물리적·화학적 성질이 100% 동일하면서도 가격은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실험실 배양’(랩그로운·Lab-Grown) 인공 다이아몬드가 시장 지배력을 급격히 넓히면서 천연석의 설 자리를 빼앗았다. 여기에 경쟁국인 앙골라산 원석의 공급 과잉과 지정학적 불안정이 겹쳐 원석 수요는 급격히 얼어붙었다.

실제 드비어스의 상황은 심각한 위기 국면을 지나고 있다. 드비어스는 연간 1억 달러(약 1500억원) 이상의 고정 관리비를 절감하기 위해 비핵심 자산을 매각하거나 폐쇄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해 왔다. 올해 초에는 캐나다 광산 확장 프로젝트마저 잠정 중단했다. 모기업이자 대주주인 영국의 세계적 광산기업 앵글로 아메리칸마저 현재 드비어스 브랜드 자체를 매각하기 위해 시장에 매물로 내놓은 상태다.

광산 셧다운에 따른 대규모 정리해고 피바람이 불어닥치며 현지 노동계와 지역 사회는 강하게 들끓고 있다. 전체 4400여 명이 근무 중인 베네티아 광산에서 정규직 광부 1134명과 본사 판매 부문 직원 80명 등 총 1200명이 넘는 대규모 인력이 즉각적인 구조조정 대상에 올랐다.

남아공 전국광산노조(NUM)는 즉각 전면 투쟁을 선언했다. 노조 측은 “사측이 광산 임시 폐쇄라는 극단적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노동자들과 어떠한 사전 협의도 거치지 않았다”며 “수많은 근로자와 그 가족, 그리고 광산 경제에 의존하는 지역 사회에 회복하기 어려운 파멸적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비난했다.

노조는 특히 이전 임금협상 과정에서 다이아몬드 산업의 전반적인 채산성 약화를 고려해 임금 인상 폭을 양보하는 숭고한 결단을 내렸음에도 사측이 일방적으로 공장 가동을 멈추고 대규모 해고 통보를 날렸다며 배신감을 토로하고 있다. 남아공 노동조합총연맹(COSATU) 역시 정리해고는 모든 상생 방안을 검토한 뒤에야 꺼낼 수 있는 최후의 카드라며 강력 지지에 나서 현지 사법 당국 및 정부를 상대로 해고 최소화를 위한 긴급 중재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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