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소매판매 0.2% 증가…휘발유값 하락에도 소비 회복력 '건재'

해외

이데일리,

2026년 7월 17일, 오전 03:31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미국의 6월 소매판매가 휘발유 가격 하락으로 주유소 매출이 크게 감소했음에도 증가세를 이어가며 미국 소비의 견조한 회복력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온라인 쇼핑과 자동차 판매가 호조를 보인 데다 국내총생산(GDP) 산출에 반영되는 핵심 소비지표도 예상보다 양호하게 나오면서 미국 경제를 떠받치는 소비의 기초 체력이 여전히 탄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 소매판매 0.2% 증가…휘발유값 하락에도 소비 회복력 '건재'
미 상무부는 16일(현지시간) 6월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0.2%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5월 증가율은 당초 0.9%에서 1.0%로 상향 수정됐다. 이번 통계는 물가 변동을 반영하지 않은 명목 기준이다. 휘발유 판매를 제외한 소매판매는 0.7% 증가해 헤드라인 수치보다 강한 소비 흐름을 나타냈다.

업종별로는 13개 업종 가운데 7개 업종의 판매가 증가했다. 가장 눈에 띈 것은 온라인 쇼핑이었다. 온라인 판매업체(비점포 소매업) 매출은 전월보다 1.9% 증가해 약 1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블룸버그는 아마존의 연례 할인 행사인 ‘프라임데이(Prime Day)’가 온라인 소비 확대를 이끈 것으로 분석했다. 스포츠용품과 취미용품 판매점, 전자제품·가전 판매점의 매출도 증가했으며 자동차 및 부품 판매는 지난해 7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소매판매 통계에 포함되는 유일한 서비스 업종인 음식점과 주점 매출도 소폭 증가했다.

반면 주유소 판매는 전월 대비 5.3% 감소해 2022년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이는 6월 미국 평균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약 50센트 하락하면서 판매액이 줄어든 영향이다. 시장에서는 오히려 휘발유 가격 하락으로 가계의 실질 구매력이 높아지면서 다른 품목 소비가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대형 유통업체들의 할인 행사와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특수도 소비 확대에 힘을 보탠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 소비의 견조함을 뒷받침하는 민간 지표도 잇따랐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카드 사용 데이터에서는 6월 소비가 모든 소득계층에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저소득층이 휘발유 가격 하락의 혜택을 크게 본 것으로 분석됐다. 어도비도 올해 프라임데이 기간 전체 온라인 소매업체들의 판매가 지난해 같은 행사보다 증가했다고 밝혔다.

웰스파고의 팀 퀸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소비자의 회복력을 표현할 새로운 단어가 부족할 정도”라며 “미국 소비자를 상대로 약세에 베팅하면 결국 손실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의 소비 평가는 다소 엇갈렸다. JP모건체이스의 제러미 바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높은 휘발유 가격과 인플레이션에도 소비자와 중소기업은 여전히 견조하며 세금 환급 증가와 탄탄한 노동시장이 소비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웰스파고의 찰리 샤프 최고경영자(CEO)도 “소비와 기업 활동은 여전히 강하다”며 “소비지출은 늘고 연체율은 낮아졌으며 저축과 투자도 모든 고객층에서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펩시코의 라몬 라과르타 최고경영자(CEO)는 “소비 여건은 예상보다 약하며 가장 큰 원인은 휘발유 가격”이라고 진단했다. 제너럴밀스의 데이나 맥냅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소비자들은 앞으로도 가격 부담을 받을 것이며 할인 행사 중심으로 더욱 신중하게 소비하는 경향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총생산(GDP) 산출에 반영되는 핵심 소비지표인 이른바 ‘컨트롤 그룹(control group)’ 소매판매는 6월 0.5% 증가했다. 이 지표는 음식점과 자동차 판매점, 건축자재점, 주유소 판매를 제외한 수치로, 미국 경제 성장세를 가늠하는 주요 선행지표로 평가된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엘리자 윙어 이코노미스트는 “휘발유 가격 하락 때문에 6월 소매판매 헤드라인 수치가 실제 소비 수요를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표면적인 증가폭보다 기초적인 소비 흐름은 훨씬 강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소비 회복세가 지속될지는 불확실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다시 격화되면서 국제유가가 상승하고 있고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해상 운송 차질 우려도 커지고 있어 최근의 휘발유 가격 하락과 인플레이션 둔화가 일시적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이날 함께 발표된 미국 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0만8천건으로 전주보다 감소하며 지난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견조한 노동시장과 소비가 동시에 확인되면서 미국 경제가 당분간 확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기대를 뒷받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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