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문샷, GPT 턱밑 추격…세계 최대 오픈소스 AI에 월가 '술렁'

해외

이데일리,

2026년 7월 18일, 오전 06:46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문샷AI(Moonshot AI)가 세계 최대 규모의 오픈소스 AI 모델 ‘Kimi K3’를 공개하면서 글로벌 AI 업계와 금융시장이 동시에 술렁이고 있다. 일부 핵심 벤치마크에서 오픈AI의 GPT-5.5와 앤스로픽의 클로드 오퍼스 4.8을 뛰어넘는 성능을 구현했다고 주장하면서 미국 AI 기업들의 기술 우위에 균열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AI 개발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오픈소스 전략까지 앞세우면서 미국 빅테크의 천문학적인 인공지능 투자와 이를 뒷받침해온 엔비디아 중심의 AI 반도체 투자 논리까지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17일(현지시간)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인공지능대회(WAIC)에서 관람객들이 중국 AI 스타트업 문샷AI(Moonshot AI)의 'Kimi K3' 전시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문샷AI가 이날 공개한 Kimi K3는 미국 주요 AI 모델에 필적하는 성능과 저렴한 비용을 앞세워 중국 AI 기술 경쟁력을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AFP)
17일(현지시간)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인공지능대회(WAIC)에서 관람객들이 중국 AI 스타트업 문샷AI(Moonshot AI)의 'Kimi K3' 전시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문샷AI가 이날 공개한 Kimi K3는 미국 주요 AI 모델에 필적하는 성능과 저렴한 비용을 앞세워 중국 AI 기술 경쟁력을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AFP)
17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베이징에 본사를 둔 문샷AI는 이날 차세대 대규모언어모델(LLM)인 Kimi K3를 공개했다. 회사는 이달 말까지 모델을 완전한 오픈소스(Open Source) 형태로 전환해 누구나 자유롭게 내려받아 수정하거나 상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도 함께 발표했다.

오픈AI와 구글, 앤스로픽 등 미국 AI 기업들이 최신 모델의 핵심 기술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폐쇄형 전략을 유지하는 것과 달리 문샷은 성능 경쟁과 동시에 개방성을 무기로 개발자 생태계를 빠르게 확대하겠다는 전략을 선택한 셈이다.

WSJ는 이번 발표를 단순한 신제품 공개 이상의 의미를 갖는 사건으로 평가했다. 중국 AI 연구소들이 미국 기업들을 빠르게 추격하며 최첨단 AI 경쟁의 중심으로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라는 것이다. WSJ는 실리콘밸리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중국 AI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평가가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샷이 공개한 Kimi K3는 2조8000억개의 파라미터(parameter)를 갖춘 세계 최대 규모의 오픈소스 AI 모델이다. 파라미터는 AI가 학습한 정보를 저장하고 추론하는 핵심 변수로 사람의 뇌세포에 비유된다. 일반적으로 파라미터가 많을수록 더 많은 정보를 학습하고 복잡한 추론을 수행할 가능성이 커 AI 모델의 규모와 잠재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로 활용된다.

현재 오픈AI와 구글, 앤스로픽 등 미국 주요 AI 기업들은 최신 모델의 파라미터 규모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앤스로픽의 최상위 모델인 클로드 오퍼스 4.8이 1조5000억개 이상의 파라미터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2조8000억개 규모의 Kimi K3는 공개된 오픈소스 모델 가운데 단연 최대 규모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샷은 자체 벤치마크 결과 Kimi K3가 코딩과 AI 에이전트 분야 대부분의 평가에서 GPT-5.5와 클로드 오퍼스 4.8을 앞섰다고 주장했다. 특히 소프트웨어 개발과 복잡한 작업을 여러 단계로 나눠 수행하는 에이전트 기능에서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문샷도 미국 최상위 폐쇄형 모델과는 아직 일정한 격차가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회사는 Kimi K3가 앤스로픽의 클로드 페이블 5와 오픈AI GPT-5.6 Sol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는 Kimi K3가 최상위 AI를 완전히 넘어섰다기보다는 미국 선두권 모델을 턱밑까지 추격한 수준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왜 월가가 더 놀랐나…엔비디아·HBM 투자공식 흔들리나

그럼에도 시장의 반응은 예상보다 훨씬 뜨거웠다. AI 업계에서는 “중국이 또 한 번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었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올해 초 글로벌 증시를 뒤흔들었던 딥시크(DeepSeek) 충격이 AI 개발 비용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면, 이번 Kimi K3는 기술 경쟁력 자체에서도 중국 기업들이 미국을 빠르게 따라잡고 있음을 보여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리콘밸리도 적잖은 충격을 받은 분위기다. 투자은행 제프리스는 보고서에서 Kimi K3를 “예상 밖의 돌파구(unexpected breakthrough)”라고 평가하며 “중국 AI 기업들이 미국 경쟁사와의 기술 격차를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좁히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분석했다. 이어 “AI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뿐 아니라 비용 경쟁도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중국 AI의 약진은 특정 기업만의 성과가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 중국 AI 기업 Z.AI가 공개한 GLM-5.2 역시 일부 코딩 벤치마크에서 미국 주요 모델을 앞서는 성능을 기록했다. 딥시크에 이어 문샷과 Z.AI까지 잇달아 경쟁력 있는 모델을 내놓으면서 중국 AI 생태계 전반의 기술력이 한 단계 올라섰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중국 AI의 약진이 가장 큰 충격을 준 곳은 의외로 실리콘밸리보다 월가였다. 시장은 Kimi K3의 성능 자체보다 ‘더 적은 비용으로 미국 최고 수준의 AI에 근접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주목했다. AI 산업의 경쟁 구도가 바뀌면 미국 빅테크의 막대한 설비투자(CAPEX) 전략도 수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오픈AI와 메타, 구글, 앤스로픽, xAI 등 미국 AI 기업들은 데이터센터와 AI 반도체 확보에 수천억달러를 쏟아붓고 있다. 메타는 올해 AI 인프라 투자 규모를 1천억달러 이상으로 확대했고, 오픈AI는 소프트뱅크·오라클 등과 함께 초대형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Stargate)’를 추진 중이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역시 AI 데이터센터 증설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투자 경쟁은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요를 폭발적으로 늘렸다. 엔비디아는 AI 열풍의 최대 수혜주로 떠오르며 한때 세계 시가총액 1위에 오르기도 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 고대역폭메모리(HBM) 제조사들도 AI 서버용 메모리 수요 급증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Kimi K3는 AI 산업의 성장 공식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만약 중국 기업들이 미국 최첨단 AI 모델에 근접한 성능을 훨씬 낮은 비용으로 구현할 수 있다면 미국 빅테크가 지금처럼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해야 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AI 모델 개발과 추론 비용이 빠르게 낮아질 경우 데이터센터 증설 속도와 AI 반도체 수요 증가세 역시 둔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올해 초 딥시크가 저비용 AI 모델을 공개했을 당시에도 시장은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AI 관련주를 대거 매도했다. 당시 투자자들은 “AI 성능 향상을 위해 반드시 막대한 GPU가 필요한 것이 맞느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이번 Kimi K3 역시 비슷한 질문을 시장에 던지고 있다. 월가에서는 이번 발표를 ‘제2의 딥시크 모멘트’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딥시크가 AI 개발 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면 Kimi K3는 성능까지 끌어올리며 중국 AI가 미국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음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가격 경쟁력은 중국 AI의 가장 큰 무기 가운데 하나다. AI 벤치마크 업체인 아티피셜 어낼리시스에 따르면 중국 AI 모델들은 미국 경쟁 모델보다 훨씬 낮은 비용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Kimi 2.6과 딥시크 V4 Flash의 추론 비용은 수센트 수준에 불과한 반면, 앤스로픽의 클로드 페이블 5는 약 2.75달러 수준으로 추정된다. 성능을 크게 끌어올린 Kimi K3 역시 추론 비용은 약 95센트 수준으로 분석돼 미국 최상위 모델보다 훨씬 저렴한 것으로 평가된다.

아티피셜 어낼리시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 AI의 경쟁력은 단순히 성능 향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픈소스 전략과 낮은 추론 비용을 동시에 제공한다는 데 있다”며 “이 같은 조합은 글로벌 개발자와 기업 고객을 빠르게 끌어들일 수 있는 강력한 무기”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AI 경쟁의 기준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과거에는 누가 더 뛰어난 모델을 먼저 내놓느냐가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비슷한 성능을 얼마나 낮은 비용으로 제공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경쟁력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의 AI 육성 전략도 이 같은 변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미국이 첨단 AI 반도체 수출을 제한하면서 중국은 자체 AI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처럼 최첨단 GPU 확보 경쟁에만 집중하기보다 오픈소스 모델을 기반으로 개발자 생태계를 확대하고, 비용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략을 전환했다는 평가다.

앤스로픽의 국가안보정책 책임자인 타룬 차브라는 최근 열린 AI 콘퍼런스에서 “미국 AI가 중국보다 앞선 기간은 현재 약 6~9개월 수준”이라며 “중국 연구소들이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격차를 좁히고 있다”고 말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수년으로 평가됐던 기술 격차가 이제는 반년 남짓으로 줄어들었다는 의미다.

WSJ 역시 중국 AI 연구소들이 더 이상 미국 기업들을 단순히 추격하는 수준이 아니라 일부 분야에서는 최첨단 기술 경쟁을 주도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오픈소스를 무기로 글로벌 개발자 생태계를 빠르게 장악하려는 전략은 미국 기업들의 폐쇄형 모델 전략과 뚜렷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고 분석했다.

양즈린 문샷AI 대표
양즈린 문샷AI 대표
◇34세가 만든 스타트업…기업가치 약 47조원에 달해

문샷AI는 불과 3년 전만 해도 중국 밖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스타트업이었다. 2023년 베이징에서 설립된 문샷AI는 중국 명문 칭화대 교수 출신인 양즈린(Yang Zhilin)이 창업했다. 1992년생 양 대표는 미국 카네기멜런대(CMU)에서 컴퓨터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구글과 메타에서 AI 연구원으로 활동한 인물이다. 중국 AI 업계에서는 학계와 산업계를 두루 경험한 차세대 AI 리더로 꼽힌다.

회사의 이름인 ‘문샷(Moonshot)’은 달 착륙 프로젝트처럼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에 도전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대표 서비스인 ‘Kimi’ 역시 중국 젊은 층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얻으며 빠르게 사용자를 확보했다.

문샷은 성장 과정에서 알리바바와 중국 벤처캐피털 HSG(옛 세쿼이아차이나) 등으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현재 추진 중인 신규 투자 라운드에서는 기업가치가 약 315억달러(약 47조원)로 평가되고 있으며, 홍콩 증시 상장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간 반복매출(ARR)은 2억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급성장만큼 논란도 적지 않다. 앤스로픽은 최근 문샷과 딥시크, Z.AI 등 일부 중국 AI 기업들이 자사 모델의 출력 결과를 활용해 새로운 AI를 학습시키는 이른바 ‘증류(distillation)’ 기법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증류는 기존 AI가 생성한 답변을 다른 AI의 학습 데이터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개발 기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지만 지식재산권 침해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문샷은 해당 의혹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시장의 관심은 법적 공방보다 AI 산업의 구조 변화에 더 쏠리고 있다. 그동안 미국 AI 기업들은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가장 뛰어난 모델을 만드는 전략을 펼쳐 왔다. 이에 맞춰 엔비디아와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 AI 인프라 기업들은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의 최대 수혜를 누렸다.

반면 중국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미국 최고 수준에 근접한 성능을 구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오픈소스를 통해 개발자 생태계를 빠르게 확대하고, 낮은 운영 비용을 앞세워 기업 고객을 확보하는 전략이다.

이는 AI 경쟁의 기준 자체가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누가 가장 뛰어난 모델을 먼저 내놓느냐가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비슷한 성능을 얼마나 낮은 비용으로, 얼마나 많은 개발자와 기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느냐가 새로운 경쟁력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이번 Kimi K3 공개를 ‘AI 산업의 경제학(economics of AI)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 사건’으로 평가했다. AI 경쟁이 성능 중심에서 성능·비용·개방성을 모두 아우르는 경쟁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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