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부부의 결혼식 모습.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는 자료 사진. (사진=AFP)
뉴욕 맨해튼의 이혼 전문 변호사 리사 자이더먼은 최근 2년 새 이런 조항을 넣어 달라는 요청이 부쩍 늘었다며, 지금도 세 쌍의 계약서를 손보고 있다고 전했다. 혼전계약은 한때 입에 올리기 꺼리는 일이었다. 집안 재산을 ‘외부인’에게서 지키는 계약이라는 인식 때문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재산을 지키는 것을 넘어, 부부가 서로 공정하게 지내기 위한 장치로 여겨진다.
이런 조항이 퍼지는 데는 까닭이 있다. 우선 밀레니얼 세대는 결혼이 늦다. 일이나 사업을 어느 정도 일군 뒤 결혼하는 데다, 학자금 같은 빚도 많다. 성 역할이 바뀌며 집에 남는 아빠도 늘었지만, 경력을 접는 쪽은 여전히 대체로 여성이다. 지난해 미 노동통계국 집계를 보면 6세 미만 자녀를 둔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68%로, 남성(95%)에 크게 못 미쳤다.
문제는 정작 이혼할 때 법이 전업 배우자에게 냉정하다는 점이다. 주(州) 법은 집처럼 눈에 보이는 재산은 공평하게 나누도록 하지만, 일을 그만둔 배우자가 잃어버린 ‘돈 버는 능력’까지 채워주지는 못한다. 자이더먼은 “혼전계약이 없으면 일하는 쪽은 상대가 결코 따라잡을 수 없는 소득 능력을 갖게 된다”며 “이혼 과정에서 전업 부모의 몫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건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텍사스주 오스틴의 이혼 변호사 대릴 와인먼도 “판사들이 그 점을 늘 고려하는 건 아니다”라며 “일을 쉰 쪽은 저축도, 연금도 쌓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계약서를 짜는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직장을 다니는 배우자가 전업 부모의 예전 급여에 해마다 3~5%씩 오른 몫을 더해 따로 모아두거나, 이혼하면 상대에게 돌아갈 투자 계좌에 다달이 돈을 넣기도 한다. 한쪽이 사업주라면 사업 지분 일부를 떼어주고, 집이나 별장 같은 큰 재산에서 더 많은 몫을 주기도 한다. 경력이 끊긴 뒤 다시 공부할 수 있게 돕는 ‘재취업 지원금’을 넣는 계약도 있다.
이런 흐름은 소셜미디어를 타고 번지고 있다. ‘혼전계약 이야기’ 같은 해시태그 아래 변호사와 인플루언서들이 조언을 쏟아낸다. 지난해 금융업을 떠나 혼전계약 팟캐스트를 시작한 릴리 도나휴는 이혼 변호사, 재무 설계사와 함께 뉴욕에서 행사를 연다. 참석자는 대부분 여성으로, 말차 라테나 와인을 마시고 필라테스를 즐기며 계약의 장점을 듣는다.
도나휴는 밀레니얼과 Z세대가 부모 세대의 이혼을 지켜보며 그 아픔을 잘 안다고 말한다. 그의 부모는 이혼하는 데만 6년이 걸렸고, 끝내 둘 다 파산했다. 이런 경험이 그가 혼전계약을 알리는 일에 뛰어든 계기가 됐다. 그는 “무엇이 공정한지를 왜 국가가 정하도록 내버려 두느냐”고 되물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