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왕위계승 막은 日…'600년 전 왕족' 양자까지 추진

해외

이데일리,

2026년 7월 18일, 오후 05:17

[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일본 정치권이 여성 왕족의 왕위 계승 가능성은 논의하지 않은 채 옛 왕족의 남계 남성을 양자로 들여 왕위 계승자를 확보하는 내용의 황실전범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여성 왕족을 배제한 채 ‘남계 남성’ 원칙만 유지하려 했다는 비판이 국내외에서 이어지고 있다.

나루히토 일왕의 외동딸인 아이코 공주. (사진=로이터)
나루히토 일왕의 외동딸인 아이코 공주. (사진=로이터)
18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국회 참의원은 전날 본회의를 열고 옛 왕족의 남계 남성을 황실 양자로 들인 뒤, 양자에게서 태어난 남성에게 왕위 계승 자격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은 황실전범 개정안을 의결했다.

현 나루히토 일왕의 외동딸인 아이코 공주는 현행 황실전범상 여성이라는 이유로 왕위를 계승할 수 없다. 이번 개정에서도 여성 왕위 계승 문제는 논의 대상에서 빠졌고, 남계 남성 승계 원칙만 유지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손질됐다.

국제사회도 우려를 나타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17일(현지시간) 관련 질의에 “모든 나라의 모든 지위와 직업에서 여성의 권리 향상으로 이어지는 포섭적인 정책을 장려한다”고 밝혔다고 지지통신이 전했다. 일본의 개정안이 여성의 왕위 계승을 사실상 배제한 점을 겨냥한 발언으로 받아들여진다.

앞서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는 2024년 왕위 계승권을 남성에게만 인정하는 일본 황실전범이 여성차별철폐조약의 취지와 양립하기 어렵다며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이에 일본 정부는 “왕위에 오르는 자격은 기본적 인권에 포함되지 않아 여성 차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일본 주요 언론도 이번 개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사설에서 “전후 80년에 걸쳐 형성된 국민과 상징적 천황의 유대를 무시한 결함 많은 제도 변경”이라고 평가했다. 아사히신문은 나루히토 일왕이 최근 “국민의 이해를 얻는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힌 점을 소개하며, 국민 70%가 여성 왕위 계승에 찬성하는데도 정치권이 이를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요미우리·아사히·마이니치·니혼게이자이신문 등은 스페인과 네덜란드, 스웨덴 등 유럽 왕실이 성별과 관계없는 장자 승계 원칙을 채택한 것과 달리 일본은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남계 남성 승계 원칙을 고수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산케이신문은 개정안에 반대한 의원이 전체의 10%에도 미치지 않았다며 이번 개정을 옹호했다.

한편 이번 개정으로 황실 양자가 될 수 있는 대상은 나루히토 일왕과 약 600년 전 공통 조상을 둔 옛 왕족 남계 남성 6명 안팎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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