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에는 녹색으로 주변 정보 등을 안내하는 글들이 표시됐다. 앱으로 내비게이션 기능을 켜서 주변 건물을 목적지로 지정하자 눈앞에 방향을 지시하는 화살표가 떴다. 짧은 거리를 이동하며 고개를 좌우로 돌리자 화살표가 목적지로 향하는 길을 안내했다. 로키드 직원은 “모르는 길을 찾아가거나 자전거를 탈 때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중국이 17일 개막한 WAIC는 국제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중국 AI 기술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첨단기술 자립을 추진하고 있는 중국은 WAIC를 ‘중국판 소비자가전전시회(CES)’로 키우려 하고 있다. 이날 체험관에선 최근 대세가 된 스마트 웨어러블, 그중에서도 스마트 안경을 전시한 곳들이 눈에 띄었다.
WAIC는 단순히 중국 AI 기업의 시연무대가 아니라 그간 압도적인 우위의 제조업 영역에서 보여준 경쟁력을 세계의 AI 공장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 대회 개최 후 처음으로 기조연설을 통해 세계인공지능협력기구(WAICO) 출범을 선언하고 중국 AI의 일대일로의 방향을 제시했다. 시 주석은 “각국의 공동 노력 속에 WAICO가 상하이에서 탄생하게 됐다”며 “이 기구는 인공지능 발전 역사에서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로이터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WAICO가 중국이 AI 기술 경쟁을 넘어 국제 규범과 표준을 주도하기 위해 만든 첫 정부 간 AI 국제기구다”고 평가했다. AI 반도체와 AI 모델, 컴퓨팅 인프라 등을 중심으로 펼쳐지던 미·중 AI 경쟁이 AI 국제 규범, 국제 표준, 거버넌스 영역으로 확대한 셈이다. 인프라를 중심으로 아세안과 브릭스,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등과의 외교적 결속력을 끌어올리는 ‘일대일로’의 AI 버전이란 해석이다. 블룸버그는 “글로벌 AI 거버넌스가 세계 주요 강대국들에 새로운 격전지로 떠올랐고, 이들 국가는 AI 기술을 경제뿐만 아니라 국가 안보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게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WAIC의 특징은 휴머노이드 로봇 같은 피지컬 AI와 함께 AI 칩, 대규모언어모델(LLM) 등 분야에서 자립 경쟁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중국 AI 스타트업 문샷이 전시회에서 새로 공개한 ‘키미 K3’은 세계 최초 3조파라미터(매개변수)급 오픈소스 모델로 전 세계 주목을 받았다. 화웨이가 선보인 AI 컴퓨팅 슈퍼노드 ‘아틀라스 950 슈퍼포드’를 비롯해 둥팡쏸신, 중쿼수광 등 현지 기업들은 자체 개발한 AI 인프라를 선보였다. 화웨이 관계자는 “앞으로도 슈퍼노드 아키텍처 혁신을 지속하고 업계와 함께 개방형 AI 생태계를 구축해나갈 계획이다”며 “혁신적이고 효율적이면서 안정적인 AI 컴퓨팅 인프라를 기반으로 AI 산업의 고품질 대규모 발전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지난 18일 중국 상하이 WAIC 전시관에 스마트 안경 업체인 로키드 체험 부스가 마련돼있다. (사진=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이날 체험관에선 최근 대세가 된 스마트 웨어러블, 그중에서도 스마트 안경을 전시한 곳들이 눈에 띄었다. 중국 컨설팅기업 룬토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스마트안경 출하량은 전년대비 211% 증가한 145만 4000대로 전 세계(1452만대) 10.0%를 차지한다. 아웃도어 테크 브랜드인 블리크업은 스포츠 고글에 AI 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공개했다. 안경 옆면을 만지면 음악을 들을 수 있고 카메라가 내장돼 액션캠처럼 운동하는 모습을 촬영할 수 있다. 회사 직원은 “제품 가격은 2799위안(약 61만 5000원)인데 고글·이어폰·액션캠 등을 모두 따로 사려면 5000위안(약 110만원) 이상이 들기 때문에 오히려 저렴한 편”이라고 강조했다.
WAIC의 메인 행사장인 세계박람회전시관에는 여러 종류의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전시됐는데 이전보다 진일보된 기술을 선보였다. 예전 모델들이 단순히 걷고 뛰는 운동 능력에 치중했다면 이번에는 산업 현장이나 일반 가정에서 쓰일 수 있는 정교한 모습을 보여준 게 특징이다. 전시관 곳곳에는 전기차 배터리를 조립하는 공정에 참여하는 로봇을 비롯해 다양한 모델들이 전시됐다. 중국 배터리업체 CATL과 협업한다는 로봇 기업 쑤도는 컨테이너 적재부터 셀을 쌓고 청소와 출고까지 담당하는 로봇 생산 라인을 모두 전시했다. 옆에는 접시 안에 각종 채소를 넣은 후 소스를 짜서 샐러드를 만드는 로봇이 위치했다. 중국동방항공 비행기에 도시락을 제공한다는 이 로봇은 하루에 1만끼의 식사를 생산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반대편 로봇은 주전자에 뜨거운 물을 따르고 찻잎을 우려낸 후 차를 따르는 비교적 복잡한 방식의 중국식 다도를 재현하고 있었다. 그 옆에선 두 개의 팔을 가지고 신발 정리에 집중하는 로봇, 작은 나사를 끼우거나 부품을 조립하는 로봇들도 보였다.
휴머노이드 로봇 축구 분야에서 강점을 보인 부스터로보틱스는 이번 행사에도 간이 형태의 축구 게임을 선보였다. 이전까지 축구 게임이 공을 찾아가 땅볼 정도를 차는 수준이었다면 이번엔 실제 축구 선수처럼 일명 공을 ‘감아 차는’ 프리킥을 선보여 관람객들의 탄성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중국 경제 매체 디이차이징은 “올해 WAIC의 가장 큰 변화는 AI가 진정으로 산업에 진입했다는 점이다”며 “슈퍼노드가 단일 칩을 대체하고 컴퓨팅파워의 경쟁이 새로운 초점이 됐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실제 공장에 진입하고 있고 소비자용 AI 단말기는 일상 경험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18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WAIC에서 관람객들이 인공지능(AI) 기업 문샷 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