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증시 부흥 꿈, 레버리지 ETF에 발목"…코스피 급락에 지지율도 '뚝'

해외

이데일리,

2026년 7월 20일, 오전 10:32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이재명 한국 대통령의 증시 부흥에 대한 꿈이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때문에 역풍을 맞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19일(현지시간) “한국 증시에서 가장 주목받는 혁신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골칫거리로 변모하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블룸버그가 지목한 혁신은 지난 5월 상장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가리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의 하루 등락률을 2배로 따라가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이재명 대통령. (사진=AFP)
이재명 대통령. (사진=AFP)
◇코스피 고점 대비 26% 하락…이 대통령 “상당히 불안정”

레버리지 ETF는 한국 증시에 대한 기대가 한껏 달아올랐을 때 나왔다. 하지만 출시 두 달 만에 인공지능(AI) 대장주의 변동성을 키운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 코스피는 지난달 고점 대비 약 26% 내려앉았고, 지난 17일 휴장 이후 다시 문을 연 20일에도 장중 한때 4.5% 급락했다.

반도체주를 둘러싼 환경 자체가 나빠지고 있다. 지난 17일 세계 반도체주는 투자자들이 한쪽으로 쏠렸던 거래를 되돌리는 과정에서 일제히 하락했다. 중국 문샷의 새 AI 모델이 공개된 영향도 컸다. 지난해 딥시크 충격을 떠올리게 하면서 고성능 반도체 수요에 대한 의문이 다시 불거졌고, AI 비중이 큰 한국 증시가 더 크게 밀릴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졌다.

역풍은 이 대통령의 정치적 자산을 정면으로 겨눈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그는 주주 가치를 끌어올리고 한국을 매력적인 투자처로 바꾸겠다는 약속으로 낙관론을 이끌었고, 코스피는 올해 처음 5000선을 넘었다. 그러나 지금은 한국 증시가 지나치게 투기적으로 변해 도박판을 닮아간다는 비판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치권에서 문제를 제기했고, 정부가 개입해달라는 국민청원에는 3만5000명 넘게 서명했다. 이 대통령도 지난 15일 참모들에게 시장이 “상당히 불안정하다”며 신속한 시정을 주문했다. 갤럽코리아 조사에서 그의 지지율은 지난 4월 67%에서 52%로 내려앉았다.

다만 이 대통령이 레버리지 ETF 도입을 직접 승인했는지는 분명하지 않으며, 비판의 상당 부분은 금융당국과 행정부를 향하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대통령실 최성아 해외언론비서관은 블룸버그에 정부가 “특정 주가 수준이나 단기 시장 흐름을 겨냥한 정책을 추진하지 않는다”며 한국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데 목적이 있다고 답했다.

◇예탁금 3000만원으로…“해외로 빠져나갈 것” 지적도

레버리지 상품과 이들이 추종하는 반도체 두 종목은 이미 한국 증시 거래대금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블룸버그 집계로 이들 ETF의 순자산은 지난 15일 기준 7조8100억원에 이른다.

금융당국은 지난 16일 신규 레버리지 ETF 상장을 중단하고 거래 규정을 조였다. 기본예탁금을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올리고 투자자 의무교육도 강화했다. 금융위원회는 시장이 안정되지 않으면 추가 조치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모건스탠리는 예탁금 인상이 진입 문턱을 높여 개인 수요를 누그러뜨릴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새 규정이 실제로 적용되기까지 3~4주 걸리는 데다 최근 자금 흐름이 출렁이고 있어 당장의 안정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단속이 오히려 자금을 해외로 밀어낼 것이란 시각도 있다. 게리 탄 올스프링글로벌인베스트먼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AI에 대한 개인투자자의 낙관이 계속된다면 국내 규제가 미치지 않는 해외에서 비슷한 한국물 레버리지 ETF에 접근할 수 있다”고 말했다.

◇타국서도 논란…미국은 발 뺐고 영국은 열어둬

레버리지 ETF가 한국에서 빠르게 자리 잡은 배경으로는 단순함이 꼽힌다. 마크 조컴 글로벌X매니지먼트오스트레일리아 선임 전략가는 복잡하고 위험한 옵션을 직접 다루기보다 ETF의 편리함을 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홍역은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미국은 2022년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처음 허용하면서 단기 투자용 복잡한 상품이라고 경고했고, 출시를 준비하던 상당수 회사가 나중에 철회했다. 반면 런던증권거래소는 3배 레버리지 상품까지 계속 상장하고 있다. 다만 현지 규제당국은 이런 복잡한 상품을 개인투자자에게 어떻게 팔고 알리는지를 두고 업계에 경고를 보냈다.

윌리엄 브래턴 BNP파리바 아시아·태평양 현금주식 리서치 총괄은 한국 당국의 조치가 “현재의 시장 변동성에 대한 즉각적 대응”이라면서도, 금융위가 장기 자금을 시장으로 끌어들이려면 제도 틀을 손봐야 한다는 점도 인식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 대통령에게 남은 과제는 분명하다. 탄 매니저는 “이 대통령 개인으로서는 한국의 AI 도약을 뒷받침하면서도 개인투자자가 이끄는 급등락 사이클을 피하는 것이 숙제”라며 “투자 심리가 여전히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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