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적기"…'월가 암살자'도 한국 증시 꽂혔다

해외

이데일리,

2026년 7월 20일, 오후 01:15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월가의 암살자’로 불리는 공매도 투자자 파미 콰디르(35)가 한국 기업을 겨냥한 행동주의 투자자로 변신하다.

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콰디르는 차기 투자처로 한국을 택하고 기업가치 제고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물색하고 있다. 영국 런던이 거점인 그는 매일 새벽 2시에 일어나 한국 현지 관계자들과 통화하고 기업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다. 그는 향후 수개월 동안 소수의 한국 기업 지분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한국 현지 인력을 채용하고 있으며, 서울 사무소 설립과 정기적인 방한도 추진하고 있다.

콰디르는 주가 하락에만 베팅하는 공매도 전문 헤지펀드 매니저로 이름을 알렸다. 그는 사프켓캐피털을 운용하며 한때 의약품 가격 폭리의 상징으로 지목된 밸리언트파마슈티컬스 공매도에 성공했다. 이후 사기 의혹 속에 붕괴한 독일 결제업체 와이어카드에 대한 공매도로도 수천만달러의 수익을 거뒀다.

파미 콰디르 사프켓센티넬 창립자 겸 최고투자책임자(CIO)
파미 콰디르 사프켓센티넬 창립자 겸 최고투자책임자(CIO)
개별 투자 성과와 달리 시장 전반의 장기 강세는 공매도 전략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콰디르가 2018년 사프켓캐피털을 출범한 이후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거의 3배로 상승했다. 예상과 달리 주가가 오른 종목에서 발생한 손실을 만회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그는 지난해 펀드를 청산했다. 짐 채노스와 힌덴버그리서치 창업자 네이트 앤더슨 등 유명 공매도 투자자들이 잇따라 업계를 떠난 흐름과 맞물려 있다.

그는 WSJ에 “지금은 ‘사기의 시대’라고 생각하지만 시장 가격이 자신이 예상한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면 다른 일을 찾아야 한다”면서 “경력 전체는 부실한 지배구조 때문에 실패하는 기업을 찾아내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지만 이를 고칠 수 있는 기업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매도 투자 과정에서 쌓은 기업 분석 능력을 활용해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환원을 요구하고 기업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투자 전략을 전환할 방침이다. 과거에는 기업의 문제를 찾아 주가 하락에 베팅했다면, 앞으로는 개선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 지분을 투자한 뒤 내부 변화를 촉구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한국은 행동주의 투자자가 성과를 내기 쉽지 않은 시장으로 꼽힌다.WSJ는 가족이 지배하는 대규모 기업집단인 재벌이 한국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행동주의 투자자에게 전통적으로 비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돼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적인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도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저지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당시 합병을 둘러싼 법적 분쟁은 이후에도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지금이 한국 시장에 진입할 적기라고 콰디르는 말했다.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등 반도체 종목들이 큰 폭으로 상승했음에도 코스피 상장 종목의 3분의 2 이상이 여전히 장부가치보다 낮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기회로 평가했다. 정부는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을 강화하는 기업으로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세제 혜택과 관련 주가지수 등을 도입했다.

콰디르의 초기 투자 대상은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판단되는 중소형주가 될 예정이다. 이사회와 감사기구의 독립성 강화를 요구하거나 자사주 매입·소각 확대를 촉구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물론 기업마다 상황이 다른 만큼 일률적인 요구안을 제시하지는 않겠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콰디르는 “정해진 메뉴를 들고 접근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밸리언트나 와이어카드를 무너뜨린 여성으로만 알려지고 싶지 않다. ‘암살자’라는 이미지에 갇히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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