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 미군 사망 대가 치를 것"…휴전 중재에도 중동 확전 우려

해외

이데일리,

2026년 7월 21일, 오전 04:11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이란의 공격으로 미군 3명이 숨진 것과 관련해 “이란은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카타르와 파키스탄 등 중재국들은 미국과 이란 간 휴전을 위한 새로운 중재안을 제시하며 긴장 완화를 시도하고 있어 군사적 충돌과 외교적 해법 모색이 동시에 이뤄지는 양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선거 보안에 관한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선거 보안에 관한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이란이 미국 군인을 죽일 때마다 그 대가를 몇 배로 치르게 될 것”이라며 강경 대응 방침을 재확인했다. 그는 “미국의 영웅들은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못하도록 싸우다 목숨을 잃었다”고 강조했고, 최근 단행된 공습은 전사한 장병들을 기리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도 트럼프 대통령이 21일 전사한 미군 장병들의 유해 봉송식(dignified transfer)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미국의 강경 기조와는 별개로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려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이란 외무부의 에스마일 바가이 대변인은 “일부 중재국의 아이디어가 테헤란에 전달됐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이란은 에스칸다르 모메니 내무장관이 이날 파키스탄을 방문한다고 발표하며 외교 접촉이 진행 중임을 시사했다.

이란 학생통신(ISNA)에 따르면 이번 분쟁의 핵심 중재국인 카타르와 파키스탄은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충돌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 9일 이전의 입장으로 되돌아가는 방안을 첫 단계로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체결됐던 임시 평화 합의는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둘러싼 충돌이 발생하면서 사실상 무너진 상태다.

아직 공식 협상 재개 움직임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로이터통신은 익명의 이란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기존 양해각서를 되살리기 위한 방안으로 ‘10일간의 휴전’이 논의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제유가는 확전 가능성과 휴전 기대가 엇갈리며 등락을 반복했다. 뉴욕시간 오후 1시20분 기준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배럴당 88.45달러로 전장보다 0.4% 상승 중이다.

여기에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해상 봉쇄를 선언하면서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은 더욱 커졌다. 후티 반군 대변인 야히야 사레아는 사우디가 예멘 수도 사나를 봉쇄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보복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홍해를 통한 사우디 원유 수출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은 이날까지 9일 연속 이란 공습을 이어가며 이란에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개방하고 선박 공격을 중단하라고 압박했다. 그러나 이란은 해당 해역의 통항을 관리할 권리가 있다며 물러서지 않고 있으며, 쿠웨이트와 요르단, 바레인, 이라크 등에 있는 미군 기지에 대한 공격도 이어갔다.

양측의 보복전은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미군은 지난 19일 이라크 북부에서 격추된 이란 드론을 폭파 처리하는 과정에서 미군 1명이 숨졌다고 발표했다. 앞서 요르단에서는 이란의 공격으로 미군 2명이 사망했으며, 같은 공격으로 실종된 미군 1명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이란은 최근 2주간 이어진 미국의 공습으로 자국에서 50명 이상이 숨지고 500명 넘게 다쳤다고 주장했다.

시장에서는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갈등이 이번 분쟁의 최대 변수로 보고 있다.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물동량의 약 20%가 이 해협을 통과하는 만큼 미국과 이란이 통항 문제를 둘러싼 접점을 찾지 못할 경우 충돌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과 화물선 운항 규모는 지난 3~4월 분쟁이 최고조에 달했을 당시 수준까지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내 에너지 가격도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휘발유 평균 가격은 갤런당 4달러를 다시 넘어섰으며, 이는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에도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미국의 군사 공격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는 협상 테이블로 강제로 돌아가지 않겠지만 외교 자체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과 페르시아만에서의 이란의 행동은 세계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이 지역은 이란의 안보 없이는 완전한 안보도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주장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란이 여전히 협상 의사를 보내고 있다면서도 이란 내부에서는 평화 협정을 원하는 세력과 강경 대응을 주장하는 세력이 대립하고 있다는 기존 미국 정부의 평가를 재확인했다.

이스라엘도 대이란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엘리 코헨 이스라엘 안보내각 장관은 이날 “이란이 이스라엘을 공격하는 실수를 저지른다면 이전 작전을 뛰어넘는 강력한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저녁 국방 수뇌부 회의를 소집할 예정이다.

미국은 F-35와 F-16 전투기, 공중급유기 등을 포함한 추가 전력을 중동에 배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은 “미국은 전쟁을 끝내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새로운 군사 장비를 계속 중동으로 보내고 있다”며 “우리는 이러한 미국의 전술을 이미 잘 알고 있으며 이에 충분히 대비하고 있다”고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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