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카나리아' 오라클, 신용위험 18년 만에 최고 수준

해외

이데일리,

2026년 7월 21일, 오후 01:31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미 정보기술(IT) 기업 오라클의 신용위험이 18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오라클이 막대한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에 걸맞은 성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AFP)
(사진=AFP)
20일(현지시간) ICE 데이터에 따르면 오라클의 5년물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연 2.03%포인트까지 상승했다. 이는 관련 데이터가 집계된 2008년 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직전 최고치는 지난 18일 기록한 1.98%포인트였다. CDS는 채무불이행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보험 성격의 파생상품으로, 프리미엄이 높을수록 시장이 인식하는 신용위험이 크다는 의미다.

오라클의 회사채도 약세를 보였다. 금융거래정보시스템(TRACE) 자료에 따르면 2056년 만기 6.7% 회사채의 스프레드(회사채와 국채 간 금리 격차)는 약 8bp(1bp=0.01%포인트) 확대된 263bp를 기록했다. 2036년 만기 5.7% 회사채의 스프레드도 약 9bp 오른 205bp로 확대됐다. 오라클 회사채가 국채 대비 더 높은 위험 프리미엄을 요구받게 된 것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S&P 글로벌 레이팅스는 이달 초 AI 투자 확대에 따른 지출 증가를 이유로 오라클의 신용등급을 투기등급(정크) 직전인 BBB-로 강등했다.

신용등급 강등의 배경이 된 숫자는 결코 가볍지 않다. 오라클은 2026회계연도(2026년 5월 31일 종료) AI 고객을 위한 데이터센터를 공격적으로 구축하면서 557억달러를 설비투자에 투입했다. 같은 기간 영업활동현금흐름은 320억달러로 전년 대비 54% 증가했지만, 이를 모두 투자에 사용한 데도 부족해 잉여현금흐름(FCF)은 237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S&P는 상황이 더 악화될 것으로 봤다. 오라클의 2027회계연도 자본적지출이 900억~95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으며, 이에 따라 잉여영업현금흐름 적자도 약 420억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오라클은 이미 2026회계연도 말 기준 약 1300억달러의 차입금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올해 2월 50억달러 규모의 의무전환우선주를 발행한 데 이어, 올해 안에 200억달러 규모의 추가 증자도 계획하고 있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이제 무디스 레이팅스의 등급 조정 여부로 옮겨가고 있다. 현재 무디스는 오라클에 ‘Baa2’ 등급과 ‘부정적’ 전망을 부여하고 있다. 린지 타일러 모건스탠리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주식 발행이나 선지급 등 대응 수단이 있는 만큼 ‘폴른 엔젤(투자등급에서 투기등급으로 강등되는 채권)’ 위험이 당장 현실화할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중기적으로는 AI 투자 실행력과 수익화 여부에 따라 위험이 달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라클은 금융회사를 제외하면 투자등급 회사채 발행 규모가 가장 큰 기업으로, 신용시장에서 AI 투자 리스크를 가늠하는 ‘탄광 속 카나리아’로 여겨지고 있다. 최근 시장에서는 중국 AI 스타트업 문샷AI가 미국 최고 성능 모델에 버금가는 성능의 AI 모델을 공개하면서, 빅테크들의 막대한 자본지출에 대한 우려가 재점화될 수 있다는 불안감은 더욱 확산하는 분위기다. 오는 22일 알파벳과 테슬라를 시작으로 주요 기술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시작되는 가운데, 설비투자를 정당화할 수 있는 수익성 개선이 확인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오라클은 오는 9월 9일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