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FP)
이는 미국이 최근 이란이 추가 협상을 원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과 달리 당분간은 군사적 압박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보다 군사적 대응이 우선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우리는 싸움을 계속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티 반군이 홍해 항로를 봉쇄하거나 상선을 공격하겠다고 위협한 것과 관련해서도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그런 일이 발생하면 우리가 처리할 것(If something like that happens, we take care of it)”이라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대응 방식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번 발언은 미국과 이란이 상호 공격을 주고받은 지 열흘째를 맞은 가운데 나온 것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지난 2월 말부터 이란 핵시설과 군사시설을 겨냥한 공습을 이어왔고, 이란도 역내 미군 기지와 해상 교통로를 겨냥한 보복 공격을 확대하면서 긴장이 계속 고조되고 있다.
반면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파키스탄과 카타르 등 주요 중재국들은 지난 6월 17일 체결됐던 임시 평화 합의를 복원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에스칸다르 모메니 이란 내무장관은 이날 파키스탄을 방문했지만 협상 진전 여부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란은 미국이 주장하는 ‘추가 협상 의사’도 전면 부인했다.
블룸버그는 로이터통신이 보도한 ‘10일간 휴전안’과 관련해 미국 정부 관계자가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을 공격한 이란을 응징하는 데 집중하고 있으며, 대통령이 다른 결정을 내릴 때까지 군사작전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다만 외교적 협상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군사 충돌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도 공세 수위를 높였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이날 밤사이 이란의 군 지휘시설과 미사일 발사기지, 방공망 등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이에 맞서 이란은 쿠웨이트와 요르단 내 시설을 공격했으며 쿠웨이트 정부는 발전소와 담수화 시설 등이 피해를 입었다고 발표했다.
영국 해군도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선박 두 척이 공격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상업용 선박 운항은 최근 3주 사이 가장 낮은 수준으로 감소했다. 쿠웨이트 국영 해운사가 소유한 석유제품 운반선 ‘카이판(Kaifan)’도 최근 공격받은 선박 가운데 하나로 확인됐다.
여기에 후티 반군까지 전선을 확대하면서 중동 해상 물류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다. 후티는 전날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해상 봉쇄를 선언하고 선주들에게 보낸 통지문을 통해 모든 선박이 사우디 항구에 기항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 블룸버그가 입수한 이 통지문은 후티가 단순한 위협을 넘어 실제 해상 봉쇄를 준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자료로 평가된다.
사우디는 하루 수백만 배럴의 원유를 홍해를 통해 수출하고 있어 후티의 위협이 현실화될 경우 글로벌 원유 공급망에도 상당한 충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사우디 주도 연합군은 해당 해역에서 선박 보호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사우디 외무부도 국제법에 따라 선박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시장도 즉각 반응했다. 브렌트유는 이날 배럴당 90달러 안팎에서 거래됐으며, 7월 들어 상승률은 약 20%에 달했다. 시장에서는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라는 세계 에너지 공급의 핵심 해상 수송로가 동시에 위협받고 있다는 점을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꼽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앞서 호르무즈 해협의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설 가능성도 제시한 바 있다.
중동 긴장 고조는 미국 내 정치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다시 갤런당 4달러를 넘어섰으며, 이는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행정부에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공격을 통해 미국 선거에도 영향을 미치려 하느냐는 질문에 “아마도(probably)”라고 답했다. 이어 “내일 철수한다면 큰 성공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내일 떠나지 않을 것”이라며 군사작전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또 미국과 이스라엘이 핵시설로 의심하는 이란의 ‘픽액스 마운틴(Pickaxe Mountain)’ 시설에 대한 추가 공격 가능성도 거듭 시사했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텔레그램에 공개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외교를 포기하지 않았지만 군사 공격을 받는 상황에서 협상장으로 강제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맞섰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과 페르시아만에서 이란의 행동은 세계적 영향을 미쳤으며 우리는 세계적 행위자가 됐다”며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이 미국에 대한 협상 지렛대이자 자국 안보를 위한 핵심 수단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인명 피해도 계속 늘고 있다. 이란은 최근 교전 재개 이후 미국의 공습으로 50명 이상이 사망하고 500명 이상이 다쳤다고 주장했다. 미군도 지난 18일 이후 이라크 북부와 요르단에서 미군 장병 3명이 사망했으며 1명은 여전히 실종 상태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