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총리, 취임 첫날부터 강도높은 개혁…내각 갈아엎고 감세 의지

해외

이데일리,

2026년 7월 22일, 오후 02:11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앤디 버넘 영국 신임 총리가 취임 24시간 만에 내각을 갈아엎고 첫 감세 대책까지 내놨다. 전임 키어 스타머 총리가 취임 초반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다 주저앉은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앤디 버넘 영국 신임 총리가 지난 20일(현지시간)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 앞에서 취임 첫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AFP)
앤디 버넘 영국 신임 총리가 지난 20일(현지시간)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 앞에서 취임 첫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AFP)
◇밤사이 내각 대수술…스타머 흔든 인사들이 요직으로

2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CNN방송 등에 따르면 버넘 총리는 취임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재무·외무·국방·에너지 등 핵심 부처 장관을 모두 갈아치웠다. 스타머 전 총리가 앉힌 인사들을 자신의 측근과 스타머 전 총리에게 등을 돌렸던 인물들로 채우며 전 정부와 확실히 선을 긋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버넘 총리는 전날 다우닝가 첫 연설에서 “나는 여기에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며 “새로운 국민적 단합과 공동의 목적, 긍정의 기운을 만들어가자”고 강조했다. 연단·원고·프롬프터 없이 평소 입던 티셔츠 대신 정장 차림으로 연설하며 전임자들보다 격식 없는 모습을 연출했다. 친근함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같은 날 오후 그는 스타머 전 총리의 측근들에게 전화를 걸어 내각에서 물러나라고 통보했다. 재무장관에는 존 힐리 전 국방장관이 앉았는데, 본인은 물론 노동당 의원들과 국민 모두에게 예상 밖이었다. 힐리 장관은 지난달 국방비 증액을 둘러싼 갈등 끝에 사퇴하며 스타머 전 총리의 입지를 흔든 인물이다.

사퇴로 스타머 전 총리에게 타격을 준 인사들도 나란히 요직을 챙겼다. 웨스 스트리팅 전 보건장관이 국방장관에, 버넘 총리에게 정책을 조언해온 미아타 판불레가 에너지장관에 임명됐다. 나머지 자리도 크게 바뀌었다. 에드 밀리밴드 전 노동당 대표는 외무장관을, 앤절라 레이너 전 부총리는 주택지역사회부 장관을 맡았다. 이베트 쿠퍼 전 외무장관은 보건부로 옮겨 사실상 강등됐다.

인선은 버넘 총리가 무엇을 하려는지 보여준다. 국방비 증액에 적극적인 힐리 장관의 기용은 국방 예산을 우선하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총리실은 두 사람이 재산업화와 지방분권, 생활비 문제에서 “같은 시각”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노동당 좌파의 상징인 밀리밴드를 외교에 앉힌 것은 국내 문제에 전념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정치평론가 샘 프리드먼은 버넘 총리가 최근 전임자들보다 권력을 어떻게 쓸지에 대한 생각이 훨씬 뚜렷하다고 평가했다.

◇첫 지시는 노숙 종식…“생활비 정부 운영하겠다”

첫 정책 지시는 노숙 문제였다. 그는 전날 연설에서 “잠시 후 뒤에 있는 저 문으로 들어가 우리나라의 노숙을 끝내라는 첫 지시를 내리겠다”고 말했다. 직후 총리실은 3억4000만파운드(약 6733억원)를 추가 배정한다며 “버넘 총리는 노숙 종식에 수십년이 걸린다거나 아예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노숙자 지원단체 셸터에 따르면 잉글랜드에서는 매일 밤 최소 4600명이 거리에서 잠을 잔다. 다만 버넘 총리는 2017년 맨체스터 시장 취임 때 내건 비슷한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전력이 있다.

취임 이튿날인 이날은 생활비 대책을 꺼내들었다. 그는 이번 겨울 가정용 전기요금에서 부가가치세를 없애 가구당 연간 45파운드(약 8만 9112원)를 줄여주겠다고 발표했다. 올해 회계연도에만 적용되며 비용 8억5000만파운드(약 1조 6832억원)는 디지털 신분증 사업을 폐지해 3년간 아끼는 18억파운드(약 3조 5645억원)로 충당한다는 구상이다. 그는 각료들에게 ‘생활비 정부’를 운영하겠다고 선언했다.

곧바로 반발이 나왔다. 전날 정부를 떠난 대런 존스 전 각료는 디지털 신분증 사업에 애초 배정된 예산이 없었다며 “재원 없는” 감세라고 비판했다. 취임 전 검토했던 소득세 면세점 인상은 비용 부담 탓에 접었다. 5년째 1만2570파운드(약 2489만원)에 묶여 있는 면세점을 2027 회계연도부터 3년 연속 물가에 맞춰 올릴 경우 2029~2030 회계연도 비용만 92억파운드(약 18조 2185억원)에 이른다. 한 해만 올려도 37억파운드(약 7조 3270억원)가 든다는 게 영국 싱크탱크 레졸루션 파운데이션의 추산이다.

하지만 버넘 총리는 이날 공개 진행된 첫 내각회의에서 각료들에게 “우리는 재정 규율을 보여줘야 하고, 재정 준칙에 대한 우리의 약속이 진짜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재정 운용에 대한 우려를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한편 영국 정가에선 버넘 총리가 선거로 위임받은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조기 총선 얘기가 솔솔 나오고 있다. 하지만 버넘 총리는 조기 총선에 선을 그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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