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추이
수년간 이어지던 금값 상승세는 이란 전쟁을 계기로 막을 내렸다. 일반적으로 전쟁은 안전자산 선호심리를 자극해 금값을 끌어올리지만, 연준이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응해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전망이 확산하면서 오히려 약세를 보였다. 금은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자산이기 때문에 금리가 오르면 현금 대비 상대적인 매력이 떨어진다. 이란전 발발 직전인 2월27일 온스당 5277달러였던 금 현물 가격은 현재 4132달러로 약 22% 하락한 상태다.
그렇다고 이번 조정이 금의 안전자산 역할을 약화시킨 것은 아니라는 게 WSJ의 분석이다. 실제 최근 1년간 금 가격은 약 21% 올라 같은 기간 S&P500지수 상승률을 소폭 웃돌았다. WSJ는 더 나아가 3가지 이유를 들어 지금이 저가 매수의 기회라고 평가했다.
첫째는 실질금리 하락 가능성이다. 최근 국제 유가 상승으로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졌지만, 정책 경로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현재 투자자들은 오는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약 50% 수준으로 반영하고 있다.
이에 시장에서는 연준이 정책 판단을 늦추다가 유가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거나, 반대로 인공지능(AI) 투자 열기 둔화 등으로 연준이 금리 인하에 나서더라도 지정학적 요인으로 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공통점은 실질금리가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이는 금 투자에 우호적인 환경이다. 조반니 스타우노보 UBS 원자재 전략가는 “역사적으로 금은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실질금리가 하락할 때 가장 좋은 성과를 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둘째는 중앙은행들의 꾸준한 금 매입이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각국 중앙은행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달러 의존도를 줄이고 외환보유고를 다변화하기 위해 금 매입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도 폴란드를 비롯한 여러 국가가 금을 순매입했다.
WSJ는 “일부 중동 국가가 유동성 확보를 위해 금을 매도했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실제 확인된 대규모 매도 사례는 튀르키예 정도였다”며 “실제 지정학적 위기 상황에서 중앙은행들이 금 보유를 늘린 것은 금이 외환보유 자산으로서 가치를 입증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셋째는 주식시장 낙관론에 대한 헤지(위험회피) 필요성이다. 글로벌 증시는 AI 투자 붐에 힘입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지정학적 위험은 과소평가되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WSJ는 “증시가 경기와 기업 실적, AI 투자 확대 등이 모두 순조롭게 진행되는 ‘골디락스’ 시나리오를 반영하고 있을수록 예상치 못한 충격에 대비한 포트폴리오 분산이 중요하다”며 “이에 따라 금의 투자 가치는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