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반도체 무관 산업까지 "N%성과급 달라"…韓 투자 리스크로(종합)

해외

이데일리,

2026년 7월 23일, 오후 06:10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삼성전자의 성과급 지급 합의를 계기로 영업이익 일부를 성과급으로 배분하라는 노동계 요구가 자동차와 조선, 통신, 인터넷 등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한국 기업의 새로운 투자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다는 외신 분석이 나왔다. 인공지능(AI) 반도체 호황을 누리는 일부 기업에 국한했던 성과급 논란이 업종을 가리지 않고 번지면서 기업 비용 부담과 노사 갈등이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블룸버그통신은 23일(현지시간) 삼성전자가 노조 파업 끝에 일부 직원에게 40만 달러(약 5억 5000만원)가 넘는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한 결정이 한국 대기업 노조의 임금 협상 전략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삼성의 사례가 다른 기업 노조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영업이익이나 순이익을 성과급 재원으로 요구하는 움직임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현대자동차 노조는 전년도 순이익의 최대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고 요구하며 최근 부분 파업을 벌였다. HD현대중공업과 LG유플러스 노조도 영업이익의 최소 30%를 성과급으로 요구하고 있으며 카카오 노조는 영업이익의 최대 15%를 직원들에게 배분하라며 창사 이후 첫 파업에 나섰다. 신세계 노조 역시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고 요구했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HD현대일렉트릭 노조는 성과급 상한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외신은 이러한 움직임이 반도체 등 특정 업종을 넘어 제조업과 서비스업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기업 실적이 개선할수록 성과급 요구도 함께 커지는 구조가 형성되면 인건비 부담이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노사 갈등은 기업 실적과 주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대차는 생산 차질에 따른 손실이 시간당 187억원으로 추산했고 삼성증권은 구조조정 지연과 AI 전략 부진, 장기화하는 노사 갈등 등을 이유로 카카오의 목표주가를 약 27% 낮췄다.

블룸버그는 특히 ‘영업이익 연동형 성과급’ 요구가 강성 노조의 영향력이 큰 한국 시장에서 투자자가 직면하는 새로운 불확실성이라고 평가했다. 손범기 바클레이스 이코노미스트는 “경직된 노동시장과 강한 고용 보호로 기업이 직원을 해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성과급까지 영업이익과 연동하면 노동자는 불황기에는 고용을 보호받고 호황기에는 추가 보상을 받는 일종의 ‘무상 옵션’을 갖게 되는 셈이다”고 분석했다. 로이터통신도 삼성전자의 성과급 합의가 다른 대기업 노조를 더욱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한국의 노조 가입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낮은 13%에 불과하지만 대기업 노조의 교섭력이 강해 유사한 요구가 다른 업종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노조의 보호를 받는 대기업 근로자와 그렇지 않은 근로자 간 격차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로이터는 분석했다.

외신들은 한국 기업들이 초과이익을 주주와 임직원, 협력사에 어떻게 배분할지에 대한 사회적 기준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고비용·장기 노사분쟁을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는 기업 수익성과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해외 기업과 투자자가 한국 시장을 바라보는 투자 판단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로이터는 “한국 노조의 강경 투쟁은 재벌 대기업이 경제를 장악하고 노동자의 강한 행동 외에는 어떤 의견도 듣지 않았던 데 대한 일반 시민의 오랜 불만에서 비롯된 것이다”며 “이러한 쟁의는 외국 기업이 한국에 투자하는 것을 꺼리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고 짚었다.

‘같은 회사 같은 권리’ 외치는 삼성전자 동행노조. (사진=연합뉴스)
‘같은 회사 같은 권리’ 외치는 삼성전자 동행노조.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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