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민자 100만명 추방 위기…산업계 ‘인력 대란’ 비상

해외

이데일리,

2026년 7월 27일, 오후 02:53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에서 100만명이 넘는 이민자가 합법적으로 일할 자격을 잃게 됐다. 건설 현장과 요양원이 먼저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미국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의 한 아이티계 식료품점에서 일하고 있는 아이티 출신 이민자. (사진=AFP)
미국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의 한 아이티계 식료품점에서 일하고 있는 아이티 출신 이민자. (사진=AFP)
2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다음날부터 아이티 등 일부 국가 출신 임시보호신분(TPS) 수혜자 약 35만명의 취업허가가 만료된다. 지난달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TPS 폐지에 길을 터준 뒤 나타난 첫 파장이다. 9월에는 엘살바도르 출신 약 19만명이 뒤따를 수 있다.

TPS는 1990년 조지 H.W. 부시 당시 대통령이 서명해 만들어진 인도적 제도다. 무력 분쟁이나 자연재해로 본국에 안전하게 돌아갈 수 없는 외국인에게 한시적으로 체류와 취업을 허용한다. 다만 일부 나라의 위기가 수년째 이어지면서 사실상 무기한 신분이 됐고, 이 때문에 이민 제도를 비판하는 쪽의 표적이 돼 왔다.

산업 현장의 타격은 작지 않다. 펜실베이니아대 연구진 분석에 따르면 TPS 보유자의 약 70%가 노동시장에 참여하고 있으며 상당수가 건설업과 의료업에 종사한다. 워싱턴 일대에서는 엘살바도르 출신 인력이 연방의회 의사당과 국방부 청사, 알링턴 국립묘지의 보수 작업을 맡아 왔다. 플로리다와 매사추세츠, 뉴욕의 노인요양시설에서는 아이티 출신 간병인들이 일상을 돌본다.

알렉산더 아논 펜와튼예산모델 정책분석국장은 “특정 지역과 특정 산업에는 수만명이 더는 합법적으로 일할 수 없게 되는 것이 매우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와 지방정부는 의회를 압박하고 나섰다. 미 상공회의소는 지난 10일 상원 지도부에 보낸 서한에서 “의회는 이민 정책에 대한 전권을 행사할 수 있고 또 그래야 한다”며 미국 노동력의 혼란과 불필요한 인도적 위기를 막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디와인 오하이오 주지사조차 아이티인에 대한 TPS 종료를 “실수”라고 규정했다.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에릭 슈미트 공화당 상원의원은 지난 22일 아이티 TPS를 연장하려는 민주당의 신속 처리 시도를 막아섰다. 그는 “TPS는 비상사태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며 “민주당이 이를 영구적인 대량 이민으로 가는 일방통행 수단으로 바꿔놓았다”고 비판했다. 국토안보부는 “법치를 지키고 상식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수혜자들은 떠날지 남을지를 결정해야 한다. 정부가 이들의 주소를 갖고 있어 단속은 어렵지 않다. 아벨 누네스 중미이민자지원단체 사무국장은 “집을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도, 차를 주머니에 넣을 수도 없다”고 말했다.

23세에 미국에 들어와 22년간 해군사관학교와 국립보건원(NIH) 등 연방 시설에서 일한 엘살바도르 출신 콘셉시온 모랄레스(50)는 “어떤 정부 건물에 들어가든 TPS 보유자가 그곳에서 일했다고 확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을 떠나야 하는 이들이 돌아갈 곳도 마땅치 않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에티오피아와 미얀마, 소말리아, 남수단, 시리아, 예멘 등 대부분 대상국에 대해 신분 종료를 예고했는데, 하나같이 분쟁이나 극심한 혼란을 겪는 나라들이다. 아이티의 경우 2021년 대통령 암살 이후 여전히 폭력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을 설계한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아이티가 안전하냐는 물음에 “아이티인에게는 당연히 안전하다”며 “아이티인은 아이티에 산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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