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주식 폭락에…골드만·JP모건, 헤지펀드에 "증거금 더 내라"

해외

이데일리,

2026년 7월 29일, 오후 04:46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인공지능(AI) 관련 주식이 가파르게 떨어지자 월가 은행들이 헤지펀드에 증거금을 더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특정 업종에 투자가 쏠린 펀드가 지금의 빚 규모를 유지하려면 담보를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사진=AFP)
(사진=AFP)
파이낸셜타임스(FT)가 29일(현지시간) 사정에 밝은 관계자 4명을 인용해 보도한 데 따르면, 골드만삭스와 JP모건체이스 등이 헤지펀드 고객사들을 상대로 추가 증거금을 요구했다. 두 은행은 논평을 거부했다.

담보 요구는 최근 2주 사이 AI 주식이 얼마나 빠르고 크게 무너졌는지를 보여준다. 나스닥100지수는 전날 장중 지난달 초 사상 최고치보다 10% 낮은 조정 국면에 잠시 발을 들였다. 올해 초 급등했던 종목들의 낙폭은 더 크다. 샌디스크는 고점 대비 53%, 인텔은 39% 떨어졌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도 지난달 말 이후 25% 주저앉았다.

헤지펀드의 손실도 뚜렷하다. 골드만삭스 보고서에 따르면 전날 뉴욕 시간 정오 기준 주식을 사고파는 롱숏 전략은 1.3%, 여러 전략을 섞어 운용하는 멀티전략은 1.7% 각각 손실을 냈다. 이들 전략이 하루에 1% 넘게 빠진 것은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시장이 요동친 이후 처음이다. 다만 연초 이후로 보면 헤지펀드 전략들은 여전히 평균 10% 넘는 수익을 내고 있다.

문제는 빚을 내 투자한 규모가 유례없이 컸다는 점이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고객사에 보낸 자료에서 올해 1~5월 총 레버리지 증가폭이 2016년 관련 데이터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컸다고 밝혔다. 매도세가 닥치기 직전까지 헤지펀드들이 돈을 빌려 베팅을 키워왔다는 뜻이다.

프라임브로커로 불리는 은행들은 헤지펀드가 보유한 주식을 담보로 잡고 돈을 빌려준다. 헤지펀드는 이를 통해 수익률을 끌어올리지만, 시장이 반대로 움직이면 손실도 그만큼 불어난다. 은행들은 시장이 나빠질 때 손실을 떠안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걸어두는데, 이번 증거금 요구 상당수는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 자동으로 발동되는 조항에 따른 것이라고 한 은행 관계자는 전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 시장이 당연히 예상해야 할 종류의 위험 관리”라며 “아주 기본적인 조치”라고 말했다. 은행 위험관리위원회는 헤지펀드 고객이 보유한 종목을 수시로 다시 들여다보며 빌려주는 돈의 규모를 조정할지 검토한다.

쏠림 위험은 올해 들어 계속 커졌다. 캐피털그룹 자료를 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에서 상위 10개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40%에 이른다. 2000년대 초 닷컴 버블 때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은행들도 이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다. 골드만삭스는 별도 보고서에서 지난달 30일 기준 자사 프라임브로커리지 장부의 약 16%가 AI 메모리 반도체 주식에 직접 노출돼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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