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크 공급난으로 흑백 포장으로 전환된 가루비 감자칩 제품. (사진=엑스 캡처)
무더운 여름 날씨로 인해 감자칩 소비가 줄었을 가능성도 있지만, 일본 유통업계에선 흑백 포장지 전환 이후 매출이 부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가루비는 지난 5월 중순 감자칩 등 14개 품목의 포장을 흑백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중동전쟁 장기화로 과자 포장지 등에 사용되는 석유화학 기초소재 나프타 부족 사태가 심해지자, 선제적으로 대응한 조치였다.
이 같은 가루비의 결정은 일본뿐만 아니라 글로벌 제과업계 전반의 이목을 샀다. 한국 제과업체들 사이에서도 흑백 포장지 적용 가능성이 거론되는 등 가루비의 결정은 상당히 파격적이란 평가를 받았다. 실제 일본내에서도 색다른 결정으로 받아들이면서 흑백 전환 초반에 판매가 급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상품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소비자 비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나프타 부족 사태를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 자체는 긍정적이었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선 ‘색’이 보이지 않자 어떤 맛인지를 구분하기 어려워 했다. 가루비는 흑백 톤을 상품별로 달리했지만, 소비자들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후쿠이 마사히로 무사시노 미술대학 교수는 “식품 포장에선 색, 로고, 식욕을 자극하는 이미지 등 3개 요소가 중요한데, 이번 흑백 변경으로 2개 요소가 사라지면서 소비자들에게 ‘맛’을 호소하기 어려워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가루비는 이달 포장재 원재료 조달 전략을 다시 세우면서 감자칩 등 일부 상품의 앞면만 컬러로 되돌리기로 결정했다. 흑백 변경이 판매에 영향을 끼친 것에 대해 회사 측은 “현재로선 말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닛케이신문은 보도했다. 닛케이신문은 일부 제품들이 앞면만 컬러 포장를 선택한 배경을 두고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이미지와 잉크 절감의 절충점”이라고 진단했다.
이번 가루비의 실험은 한국내 식품업계에도 교훈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국내 제과업계 한 관계자는 “5월 발표 당시때만 봐도 상당히 실험적인 시도를 한 것으로 국내 업계에서도 평가됐는데, 역시 소비자들의 구매에 영향을 미치는 이미지의 힘은 컸다”며 “가루비의 시도가 향후 한국 제과업계 마케팅 전략에 있어 중요한 사례로 남을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