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사이클 VS 과잉…삼성·SK하닉 바라보는 글로벌 시각은

해외

이데일리,

2026년 7월 31일, 오전 03:31

[뉴욕=이데일리 성주원 특파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메모리 수요에 힘입어 2분기 합산 영업이익 약 150조원(1040억달러)이라는 사상 최대 실적을 냈지만, 해외 전문가들의 시각은 기대와 회의로 엇갈리고 있다. 한쪽에서는 다년 공급계약을 근거로 “메모리가 진짜 슈퍼사이클에 진입했다”고 평가하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공격적인 증설이 결국 또 다른 공급 과잉을 부를 수 있다”는 경계론을 내놓고 있다.

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글로벌 메모리 시장의 80%를 차지하는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는 2분기 한 분기 만에 150조원의 영업이익을 창출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한 해에만 지난 27년간 누적 이익을 웃도는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마진율은 파운드리 1위 대만 TSMC를 넘어섰다.

하지만 이 같은 ‘깜짝 실적’에도 두 회사 주가는 최근 사흘간 SK하이닉스 30%, 삼성전자 19% 각각 급락했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부족 vs 과잉”…전문가 시각 충돌

투자자들의 핵심 질문은 단순한 분기 실적이 아니라 “AI발 설비투자(Capex) 열풍이 지속 가능한가”다. 이토로(Etoro) 아시아태평양·중동 담당 수석 애널리스트 조시 길버트는 블룸버그에 “삼성이 시장 전망치를 넘어섰지만 회의론은 계속될 수 있다”며 “투자자들은 현재의 공급 부족을 넘어 공격적인 증설이 결국 또 다른 공급 과잉 사이클을 낳을지를 묻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미국 경쟁사 마이크론은 정반대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부족이 2028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고, SK하이닉스 최고경영자는 그 시점을 2030년 이후로 제시했다. 이에 맞춰 SK하이닉스는 올해 설비투자를 전년 대비 50% 늘린 45조원(310억달러) 규모로 계획하고 있으며, 삼성전자 역시 지난해 52조7000억원을 웃도는 투자에 나설 전망이다.

클레이그룹(Klay Group) 주식부문 총괄 아딜 에브라힘은 “일부 하이퍼스케일러가 설비투자 계획을 일부 조정할 순 있어도 컴퓨팅 지출 자체를 줄이지는 않는다”고 짚었다. 실제로 메타플랫폼스는 이번 주 올해 최소 설비투자액을 1300억달러(약 184조8600억원)로 상향했다. 에브라힘은 중국의 추격 위협에 대해서도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첨단 D램의 대규모 양산은 여전히 극도로 어려운 과제로, 상당한 진입장벽이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관건은 ‘다년 계약’…“진짜 슈퍼사이클이냐”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또 다른 변수는 장기 공급계약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글로벌 상위 5개 데이터센터 고객사와 최장 5년 구속력 있는 계약을 맺었고, 나머지 5개사와도 막바지 협상 중이다. 이런 계약이 전체 생산능력의 60~70%를 차지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SK하이닉스도 약 10개 주요 고객사와 다년 계약을 확보했다.

싱가포르 타이거펀드매니지먼트 최고경영자 제레미 탄은 “이런 계약에서 높은 가격을 요구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밸류에이션 유지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토로의 길버트도 “내년 생산량 중 현재 가격에 다년 계약으로 묶인 물량의 비중이 슈퍼사이클과 평범한 사이클을 가르는 차이”라고 설명했다.

볼드웰스파트너스 최고투자책임자 제이슨 르미어는 SK하이닉스에 대해 “모든 면에서 순항 중이며, 수요 압박이 워낙 커 설비투자를 대폭 늘렸다”고 평가했고, 카운터포인트의 MS 황 리서치디렉터는 삼성전자에 대해 “메모리 부문 강점을 활용해 대부분 사업 부문에서 공격적으로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 메모리 업계는 공급 과잉과 재고 누적이 반복되며 확장 러시를 벌여온 역사가 있다. 인도수에즈웰스 수석전략가 프랜시스 탄은 “반도체 제조사들이 가격결정력을 유지하고 추가 장기계약을 확보하며 마진을 확대할 수 있을지가 계속 관심사로 남을 것”이라며 “내가 보고 싶은 것은 진정한 지속가능성뿐”이라고 말했다.

시장은 다음 분기 이후를 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실적으로 증명한 ‘공급 부족’과,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과잉 투자의 그림자’ 중 어떤 시나리오가 현실화할지가 향후 메모리 업황과 두 회사 주가 흐름을 가를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모습. (사진=연합뉴스)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모습.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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