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배 잭팟 전망에도 주가 60% 폭락한 키옥시아…대체 왜

해외

이데일리,

2026년 7월 31일, 오후 01:46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일본 반도체 기업 키옥시아홀딩스가 인공지능(AI) 특수로 순이익이 33배 뛸 것이라는 전망에도 주가는 한 달여 만에 반토막 났다. 키옥시아는 실적 공시 시점을 예년보다 보름가량 앞당기는 등 시장 신뢰를 되돌리는 데 적극 나선 모습이다.

(사진=AFP)
(사진=AFP)
◇순익 33배 전망에도 시총 60조엔→20조엔 털썩

31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키옥시아는 이날 오후 3시 30분 4~6월 실적을 공시하고 오후 4시부터 설명회를 연다. 재무를 총괄하는 가와무라 요시히코 부사장 등이 나선다. 결산 마감일로부터 45일가량 지나 공시해왔던 관행을 깨고 이번에는 30일 시점으로 앞당겼다. 회사 측은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일각에선 투자 심리를 되돌리려는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발표가 더욱 주목받는 것은 주가가 급락한 상황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키옥시아 주가는 지난달 22일 장중 11만 2700엔까지 뛰며 상장 이후 최고가를 썼고, 시가총액도 한때 60조엔(약 534조 3480억원)까지 불어나 토요타자동차를 제치고 일본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이달 17일 하한가로 추락해 전 거래일보다 16% 떨어진 5만 2110엔에 마감했고, 이후 약세가 이어져 현재는 최고가보다 60%가량 낮다.

직접적인 계기는 전날 미국 연방지방법원 배심원단이 내린 2억 2900만달러(약 3265억원) 규모의 특허 침해 평결이었지만, 근본적으로는 AI 상승장이 이어질지에 대한 회의론이 컸다. 데이터센터 과잉투자 우려와 중국 현지 메모리 기업의 부상도 투자 심리를 얼어붙게 했다. 시가총액은 현재 20조엔(약 178조 1160억원)대로 쪼그라들어 소니그룹과 히타치제작소에 이어 9위로 내려앉았다.

실적 전망만 놓고 보면 사정이 다르다. 시장(QUICK 컨센서스)은 전날 기준 키옥시아의 7~9월 순이익을 전년 동기 대비 33배인 1조 3431억엔(약 11조 9614억원)으로 내다봤다. 일본 기업 중 손에 꼽히는 규모다. 4~6월 순이익 전망치도 53배인 9687억엔(약 8조 6270억원)으로, 회사 측 전망인 48배 8690억엔(약 7조 7391억원)을 11% 웃돈다. 이날 내놓을 7~9월 가이던스가 이를 넘어설지가 관건이라고 닛케이는 짚었다.

실적을 끌어올린 것은 키옥시아가 전문으로 하는 낸드플래시 메모리 수요다. 미국 대형 기술기업들의 데이터센터 투자가 활발해 가격과 출하량이 함께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 1~3월 판매가격은 1년 전의 2배로 뛰었고, 대만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4~6월 가격도 직전 분기보다 55~60% 올랐다.

우려도 있다. 지난 22일 실적을 발표한 미국 알파벳의 잉여현금흐름(FCF)이 적자로 돌아서면서 데이터센터 투자 지속성에 의구심이 생겼다. 메모리 수요를 떠받치는 투자가 둔화하면 호실적도 일시적인 것에 그칠 수 있다.

◇삼성·SK는 다 밝혔는데…‘깜깜이 장기계약’

이런 의구심을 풀 열쇠로 시장이 꼽는 것은 ‘LTA’(장기공급계약)의 향방이다. 1년 단위였던 공급계약을 여러 해로 늘리는 방식이다. 공급하는 쪽은 설비투자 회수 가능성이 높아지고, 사는 쪽은 메모리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몇 년치 물량이 잡혀 있는지 보여주면 실적이 반짝 호황에 그치지 않는다는 근거가 된다.

키옥시아는 지난달 “2028년 출하량의 50% 정도를 LTA로 채우겠다”(오타 히로유키 사장)고 밝혔다. 2029년 이후 계약도 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영기업들의 문의가 이어진다고 했다. 다만 장기계약 정보 공개는 세계 메모리 대기업에 비해 적다는 지적이 많다.

경쟁사들은 최근 실적 발표에서 훨씬 구체적이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상위 5개사와 합의를 마쳤고 대형 고객 5곳과도 최종 단계이며, 선급금을 받는 조건도 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주요 고객 포함 약 10개사와 협상을 마쳤고 기간은 통상 5년 안팎으로, 이행 담보를 위해 보증금 같은 장치를 뒀다고 공개했다. 미국 마이크론은 전략 고객과 16건을 맺었고 기간은 2030년까지 5년으로, 공급받지 못해도 대금을 내야 하는 조건을 넣었다. 미국 샌디스크는 새 사업 모델로 5건을 맺어 2027년 출하량의 3분의 1을 채웠고, 금융 보증 규모가 합계 110억달러(약 15조 6849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닛케이는 키옥시아도 장기계약 확대를 뒷받침할 내용을 공개한다면 호실적의 지속력을 가늠할 실마리가 될 것이라고 봤다.

다만 호실적이 곧바로 주가로 이어지지 않는 흐름도 있다. SK하이닉스가 지난 29일 발표한 4~6월 순이익은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지만 주가는 오히려 떨어졌다. 사이토 가즈요시 이와이코스모증권 시니어애널리스트는 “좋은 실적이 나와도 흠집을 찾아내듯 나쁜 점을 들춰내 파는 분위기”라고 지적했다. 투자 심리를 되돌릴 만한 깜짝 카드를 내놓을 수 있을지가 이번 실적 발표의 최대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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