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 자녀'를 아십니까?…대학 졸업하고도 집으로

해외

이데일리,

2026년 8월 03일, 오전 10:05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도 고향으로 돌아와 부모 집에서 함께 사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인공지능(AI) 발달로 신입 채용이 줄어든데다 주거비와 생활비가 고공행진하는 데 따른 영향이다.

미국 메사추세츠주 하버드대 졸업식. (사진=AFP)
미국 메사추세츠주 하버드대 졸업식. (사진=AFP)
뉴욕타임스(NYT)는 경제학자 스테파니아 알바네시, 라니아 기흘렙, 닝 장의 연구를 인용해 23∼27세 미국 대졸자 중 부모와 함께 사는 비율이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기록한 최고 수준으로 다시 높아졌다고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연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해당 연령대 대졸자의 25% 이상이 부모와 함께 거주했다. 2001년 약 18%까지 낮아졌던 것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이다. 통상 미국에선 만 18세가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독립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미국에서 캥거루족이 늘어난 이유는 고용시장 부진 탓이 크다. 미국 경제 전반은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지만, 사무직과 전문직을 희망하는 신규 대졸자들의 취업 여건은 상대적으로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최근 대졸자의 실업률은 지난 4년간 미국 전체 실업률보다 빠르게 상승해 올해 1분기 5.6%까지 올랐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초급 화이트칼라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취업에 유리하다고 평가받던 이공계 전공자도 예외는 아니다. 뉴욕 연은에 따르면 최근 졸업한 화학공학 전공자의 실업률은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두 배 이상 오른 4.7%를 기록했다. 컴퓨터공학 전공자의 실업률도 같은 기간 세 배 이상 상승한 7.8%로 집계됐다.

높은 주거비도 청년들의 독립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임대료가 높은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 등에서는 대학 졸업 후 부모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흔한 현상이 됐다.

부모 집으로 돌아가면 주거비와 생활비 부담이 적어 상대적으로 넉넉하게 취업 준비를 할 수있다는 장점도 거론된다. 연구진은 부모의 지원을 받으며 구직한 졸업생들이 당장 조건이 낮은 일자리를 받아들이는 대신 자신에게 맞는 직장을 기다릴 수 있어 장기적인 소득 손실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부모와 자녀의 관계가 과거보다 가까워져 졸업 뒤 다시 함께 사는 데 따른 심리적 부담도 줄었다고 NYT는 짚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 사태를 지나며 대규모 경제 충격으로 독립할 여력이 없는 청년들이 늘면서, 졸업 후 귀가를 개인의 실패로 보는 사회적 시선도 사라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워싱턴대를 졸업한 뒤 새크라멘토의 부모 집으로 돌아간 릴리 달레라는 “친구들도 모두 비슷한 상황이어서 집으로 돌아온 것이 부끄럽지 않다”며 “다들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네소타주의 심리치료사 대니얼 홀랜드는 “현재 상황에 대한 좌절감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부모 집으로 돌아가는 데 느끼는 수치심이나 죄책감은 과거보다 줄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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