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우 사상 최고…이란 리스크 완화에 위험자산 랠리[월스트리트in]

해외

이데일리,

2026년 8월 04일, 오전 05:41

[뉴욕=이데일리 성주원 특파원] 뉴욕증시가 8월 첫 거래일 일제히 급등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장을 마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군사공격 계획을 철회하고 협상 재개 의사를 밝히면서 국제유가가 5%대 급락했고, 이것이 인플레이션 우려 완화로 이어지며 위험자산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를 되살렸다.

지난 7월 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트레이더들이 거래 업무를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지난 7월 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트레이더들이 거래 업무를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3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693.38포인트(1.32%) 오른 5만3178.41에 마감해 지난달 6일 기록한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48% 오르며 7600.50에 마감해 지난 6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에 근접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540.04포인트(2.13%) 뛰며 2만5913.89에 마감했다.

◇이란 강경책 철회가 되돌린 위험선호

이날 랠리를 촉발한 재료는 단연 이란을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이란과의 협상이 이날 재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선박 통행 정상화를 위한 첫 단계 협상이 조만간 이뤄질 수 있다는 취지였다. 이란 측이 협상 일정에 대해 이견을 보이긴 했지만, 지난주 말 미국의 추가 공습 가능성이 부각됐던 것과 비교하면 시장은 이를 뚜렷한 긴장 완화 신호로 받아들였다.

이 여파로 국제유가는 급락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5.4% 내린 배럴당 80.12달러에 정산됐고, 브렌트유도 4.7% 하락한 83.7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는 최근 7거래일 중 5차례 하락하는 흐름을 이어갔다.

이언 링겐 BMO캐피털마켓 스트래티지스트는 지정학적 상황이 다시 한번 거시경제 전망의 의제를 좌우하고 있으며, 저가 매수에 나서는 투자자들에게 안도감을 주고 있다고 짚었다. 다만 모건스탠리 산하 이트레이드 트레이딩·투자 부문의 크리스 라킨 매니징디렉터는 미·이란 외교가 그동안 오락가락해온 만큼, 이번 주 예정된 실적과 고용지표가 강세장을 지탱하는 실질적인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시타델증권의 스콧 루브너는 최근 개인투자자들의 투기적 매매가 정리된 이후에도 올해 증시를 사상 최고치로 이끌어온 동력은 여전히 굳건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시장이 수급 중심 환경에서 벗어나 실적과 기업 수요, 거시경제 배경이 다시 방향을 결정하는 국면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날까지 실적을 발표한 S&P500 편입 기업 304곳의 이익 증가율은 29.3%(LSEG 집계)에 달했고, 이 중 85.2%가 시장 예상치를 웃돌며 실적 시즌 전반의 견조함을 뒷받침했다.

◇빅테크 랠리 속 애플만 홀로 약세

업종별로는 통신서비스가 메타플랫폼과 알파벳의 강세에 힘입어 4% 넘게 오르며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메타는 6%대 급등세를 보였고, 알파벳과 마이크로소프트(MS)도 나란히 5% 가까이 상승했다. 아마존은 4% 넘게 오르며 시가총액 3조달러(약 4291조8000억원)를 사상 처음으로 넘어섰고, 엔비디아도 약 3% 올랐다.

‘매그니피센트 7’로 불리는 빅테크 7종목에 연동된 상장지수펀드(ETF)는 이날 하루에만 4% 가까이 상승했으며, 최근 3거래일간 시가총액이 약 1조8800억달러 불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기록적인 수준이라고 WSJ은 전했다.

다만 애플은 이 흐름에서 홀로 벗어났다. 1.8% 하락하며 매그니피센트 7 종목 중 유일하게 하락 마감했다. 지난주 공급망 문제에 따른 부진한 가이던스 발표 이후 주가가 7% 넘게 빠진 데 이어 약세가 이어진 것이다. 다만 애플 주가는 올 들어서는 여전히 13% 가까운 상승률을 유지하고 있다.

아젠트캐피털매니지먼트의 제드 엘러브록 포트폴리오매니저는 시장이 빅테크의 대규모 설비투자를 투자수익률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재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관련 수혜주들이 2분기 급등 후 7월 큰 폭 조정을 받았지만, 이 기간 내내 가속컴퓨팅 수요가 공급을 웃도는 근본적인 구도는 바뀌지 않았다고 짚었다. 파운더ETF의 마이클 모너핸 포트폴리오매니저도 지난주 AI 관련주 투매 부담이 해소된 데다, 주말 사이 커졌던 중동 불안 우려까지 완화되며 랠리에 힘을 보탰다고 평가했다.

에너지 업종은 유가 급락 여파로 1% 넘게 빠지며 11개 업종 중 유일하게 부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엑손모빌과 셰브론을 향해 이란 전쟁으로 인한 유가 급등 국면에서 과도한 이익을 냈다며 불만을 표시했고, 두 회사 주가는 발언 이후 낙폭을 소폭 키웠다.

이 밖에 제약업계에서는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와 아스트라제네카의 인수합병 협상설이 전해졌다. 최대 4000억달러 규모로 세계 최대 제약사 중 하나가 탄생할 수 있다는 관측이지만, 브리스톨마이어스 주가는 큰 변동 없이 마감했다. 매리엇인터내셔널은 3분기 실적 전망을 예상치보다 낮게 제시하며 하락했다. 반면 보잉은 소형기 737맥스7이 미 연방항공청(FAA)으로부터 최종 인증을 받으며 8% 급등했다. 두 차례 치명적 추락사고 이후 거의 10년 가까이 이어진 인증 절차가 마무리된 데 따른 것이다.

◇국채금리 하락…유가·엔화도 진정세

국채금리는 유가 하락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 완화로 내림세를 보였다. 10년물 국채금리는 6bp(베이시스포인트, 1bp=0.01%포인트) 하락한 4.68%를 기록했다. 아트 호건 B라일리웰스 수석시장전략가는 투자자들이 매일 유가와 10년물 금리 방향을 보고 시장 분위기를 가늠하는데, 두 지표가 내려가면 시장은 안심하고 올라가면 불안해한다며 최근 실적 시즌조차 이런 거시 변수의 영향력을 상쇄하지 못했다고 짚었다.

달러화는 보합권에 머물렀고, 엔화는 달러 대비 소폭 강세를 보였다. 다만 미국과 일본은 지난달 말 40년 만의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던 엔화를 방어하기 위해 공동 개입에 나섰다.

한편 이란을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와 관련해서 바이털날리지의 애덤 크리사풀리 창업자는 투자자들이 “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다”는 경계심에 흥분을 자제하고 있다며, 이번 분쟁이 실제 해소되기까지는 갈 길이 남아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온오프를 반복해온 미·이란 외교의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신중론이다.

◇AI안전 논의부터 고용지표까지 대기

시장의 다음 관심사는 예고돼 있다. 백악관은 4일 인공지능(AI) 기업들을 초청해 AI 모델에 대한 자발적 안전성 테스트를 위한 새로운 프레임워크를 논의할 예정이다.

같은 날 스페이스X는 상장 후 첫 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AMD, 샌디스크, 웨스턴디지털 등 AI 관련주들의 실적 발표도 연이어 이뤄진다.

또한 이번 주 노동시장 관련 지표가 잇따라 발표되며, 오는 7일에는 7월 비농업 고용지표가 예정돼 있어 이번 랠리가 이어질지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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