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 알리바바 사무실에 자사 인공지능(AI) 모델 큐원(Qwen) 로고가 걸려 있다. (사진=AFP)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알리바바가 전날 공개한 큐원3.8-맥스는 곧바로 글로벌 벤치마크 정상권에 올랐다. 모델 비교 플랫폼 아레나에서 텍스트 부문 5위, 이미지·영상 이해 부문 2위에 오르며 앤스로픽의 주력 모델 페이블5에 필적하거나 이를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2주 전에는 문샷AI의 키미 K3가 훨씬 적은 예산으로 만들어졌음에도 가장 비싼 미국 모델들과 맞먹는 성능을 보였다. 중국의 기술 추격을 늦추려는 미국의 반도체 제재가 실효를 거두고 있느냐는 의문이 다시 제기됐다. 바이트댄스는 영상 생성 모델 시댄스로 경쟁자들을 제치고 최근 2.5 버전을 내놨고, 미국의 AI 패권을 처음 흔든 딥시크는 가격에서 돌파구를 연 V4 플래시로 돌아왔다. 지난 6월 세계 최고 오픈소스 모델로 꼽힌 즈푸AI의 GLM-5.2까지 더하면 8주 동안 5개가 쏟아진 셈이다.
값싼 대안에 머물지 않고 추론과 코딩, 복잡한 과제 처리에서 오픈AI 등 미국 기업들과 실질적으로 경쟁할 성능을 갖췄다는 평가다. 베이징의 기술 애널리스트이자 뉴스레터 ‘헬로차이나테크’를 만든 포 자오는 “첫 딥시크 충격은 예외적인 사건으로 보였지만, 최근 출시들은 중국이 세계 최전선에 근접한 모델을 반복해서 찍어낼 수 있는 체계를 갖췄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작업 한 번에 4489원 vs 43원…‘딥시크 데스존’
핵심은 낮은 가격만이 아니라 극단적인 효율이다. 독립 평가기관 아티피셜애널리시스가 실제 업무에 가까운 복잡한 작업을 시켜본 결과, 딥시크 V4 플래시는 0.03달러(43원)가 든 반면 클로드 페이블5는 3.15달러(4489원)가 들었다. 미국 기업이 달러를 부를 때 중국이 센트를 부르면서, 특히 제3국 고객을 놓고 벌이는 양국 경쟁의 양상이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다.
개발자를 잡으려면 이제 딥시크보다 싸거나 성능에서 앞서야 한다. 널리 공유되는 아티피셜애널리시스 성능 차트에는 ‘딥시크 데스존’이라 불리는 구역이 등장했다. 같은 제품을 더 비싸게 팔거나 같은 값에 성능이 떨어지면 아예 시도할 필요조차 없다는 뜻이다. 살아남으려면 이 구역 밖으로 나가야 하는 생존 경쟁이 시작된 셈이다. 중간 시장 경쟁자들은 항저우에 본사를 둔 이 스타트업에 맞춰 가격을 내리거나, 더 똑똑한 모델을 만들기 위해 대규모 투자에 나서야 하는 처지가 됐다. GLM-5.2와 키미 K3, 큐원3.8-맥스는 모두 그 위 성능 구간에 자리 잡았다.
상하이 컨설팅업체 젠젠랩스의 더못 맥그래스 창업자는 “딥시크 V4 플래시가 경제성을 실제로 바꿔놓은 지점은 에이전트 작업”이라고 말했다. 그는 앤스로픽의 클로드 코드로 실행 계획을 짠 뒤 같은 환경에서 딥시크에 실행을 넘긴다며 “몇 달 전이라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중국 모델이 도구 호출이나 장시간 이어지는 작업에서 신뢰도가 떨어졌기 때문인데, 알리바바는 이번 큐원에서 바로 이 대목을 개선했다.
◇전기차 판박이 출혈경쟁…美 상장 계획에도 그늘
문샷AI와 알리바바는 각각 2조개가 넘는 파라미터를 쓰는 초대형 모델에 베팅했다. 대신 한 번에 모델의 일부만 작동시키는 방식으로 전력과 연산 비용을 낮췄다. 오픈AI와 앤스로픽은 파라미터 수를 대외비로 두고 있다.
미국 양대 AI 연구소는 나란히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며 최소 1조달러(1425조원)의 시가총액을 노리고 있다. 높은 이익률을 전제로 한 목표인데, 값싸고 개방된 중국 모델이 그 가격 결정력을 위협하고 있다. AI 선구자로 꼽히는 리카이푸 01.AI 창업자는 “중국 오픈소스 모델이 없었다면 오픈AI와 앤스로픽은 돈을 쓸어담고 있었을 것”이라며 “이제 대안이 생겼고, 그것도 더 싸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 기업들도 대가를 치르고 있다. 이용자와 개발자, 기술 리더십이라는 인정을 얻기 위해 당분간 이익을 포기하고 있어서다. 롭 리 블룸버그인텔리전스 선임애널리스트는 “중국 AI 기업들은 잔혹한 가격 전쟁에 갇혀 수익성보다 시장점유율을 앞세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출혈 경쟁은 중국 전기차 업계가 걸어온 길과 닮았다. BYD가 촉발한 가격 전쟁으로 업계 전반의 수익성이 무너지자 중국 정부는 지난해부터 가격이 아닌 품질로 경쟁하라는 ‘반내권(反內卷)’ 캠페인을 폈다. 다만 공장을 지어야 하는 전기차와 달리 AI 모델은 무료로 내려받아 쓸 수 있게 풀어놓는 것만으로 전 세계 개발자 생태계를 파고들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이런 기세는 영상 생성 분야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오픈AI가 비용 부담을 이유로 소라를 접으면서 빈 시장을 콰이서우의 클링AI가 파고들었고, 최근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참여한 28억달러(3조 9903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리 애널리스트는 당장의 수익을 개의치 않는 태도를 중국의 강점으로 꼽으며 그 전형이 바이트댄스라고 했다. 시댄스를 AI 영상 품질 세계 1위로 끌어올리는 데 돈을 쏟아부으며 가격 전쟁에 불을 지폈는데, 할인 폭이 시장 가격 대비 99%에 달했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