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발단은 지난해 여름 간사이공항이었다. 중국으로 향하는 수출 화물을 검사하던 세관 직원이 엑스레이 화면에서 위화감을 느꼈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직원이 골판지 상자 6개를 열자 ‘아이폰15 프로 맥스’라고 적힌 상자가 약 200개 들어 있었다. 당시 1대에 약 20만엔(약 181만원)에 팔리던 고가 모델로, 정품임을 나타내는 홀로그램과 일련번호도 있어 진짜처럼 보였다.
문제는 내용물이었다. 안에 든 ‘단말기’는 외관도 무게도 진짜와 구별되지 않을 만큼 정교했지만, 내부에는 전자부품이 아니라 철판 같은 것이 채워져 있었다. 세관은 즉시 수출 절차를 중지시키고 오사카 국세국에 통보했다. 화물의 내용과 거래 실태에 부자연스러운 점이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통보를 받은 국세국이 조사한 결과 떠오른 것은 수출면세제도를 악용한 것으로 보이는 부정환급 구조였다. 소비세는 사업자가 물건을 팔 때 받은 세금에서 물건을 사들일 때 낸 세금을 뺀 만큼만 납부한다. 그런데 수출품에는 소비세를 매기지 않기 때문에, 사들일 때 냈던 세금을 나라가 돌려준다. 한국에서 수출 기업이 부가가치세를 돌려받는 것과 같은 구조다.
오사카 국세국은 이런 구조가 악용됐다고 판단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3개 업체의 매입처를 확인할 수 없다는 점 등이 근거가 됐다. 3개 업체는 2023년 8월부터 2024년 5월까지 아이폰 수천대를 매입해 수출했다고 장부에 기재했지만, 실제로는 모조품을 거래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수출된 모조품이 복수의 서류상 회사 등을 거쳐 다시 수입돼 매입처로 환류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부정환급을 지적받은 곳은 보석·귀금속 수출회사와 잡화 수출회사, 종합엔지니어링 회사다. 잡화 수출회사는 아사히신문에 “국세 당국으로부터 휴대전화가 모조품이라는 지적은 받지 않았다. 사실 인정에 다툼이 있다”고 밝혔고, 종합엔지니어링 회사는 언급을 삼가겠다고 했다. 보석·귀금속 수출회사는 “부정한 행위를 하지 않았으며 경정 처분에 불복을 신청하겠다”며 “정당한 상품을 수출할 생각이었으므로 속은 셈”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례는 수출면세제도를 악용한 부정환급의 실태와 함께 그 규명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준다고 아사히신문은 짚었다. 소비세 조사에 밝은 일본 국세청 간부 출신 인사는 “소비세 부정환급을 ‘생업’으로 삼는 조직이 어른거리는 일은 이전부터 있었다”면서도 “관련처를 따라가도 도중에 거래처를 쫓을 수 없게 되는 경우가 드물지 않아 전모 규명은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모조품이 어디서 제조됐는지도 이번 조사에서 밝혀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는 “그만큼 어둠이 깊다는 인상”이라고 말했다.
페트병에 든 물을 고급 화장품으로 보이게 하는 등 값싼 상품을 고액 상품으로 속여 수출하고 소비세를 환급받으려는 수법은 이전에도 확인돼 왔다. 일본 국세청에 따르면 2024년 7월부터 2025년 6월까지 1년간 개인·법인의 소비세 환급 신고를 대상으로 실지조사 5810건을 실시해 약 313억엔(약 2840억원)을 추징했다.
부정환급이 의심되면 과소신고가산세보다 벌칙이 무거운 중가산세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적용하려면 단순한 계상 실수가 아니라 가짜인 줄 알면서 진짜처럼 보이게 했다는 등 ‘의도적인 부정’을 입증해야 한다.
수출 전에 세관이 화물을 붙잡으면 애초에 부정한 환급 신고가 나오지 않고, 반대로 수출을 허용하면 가짜였다는 증거가 해외로 나가버려 입증이 어려워진다. 국세청 간부 출신 인사는 “국경에서 막아도 막지 않아도 무거운 벌칙을 매기기 어렵다”며 “수출면세를 악용한 사건에는 그런 구조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