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바비큐 금지·佛 방화범 체포 강화…정말 산불 줄일 수 있나

해외

이데일리,

2026년 8월 05일, 오후 04:23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매년 대형 산불에 시달리는 유럽 각국이 잇따라 대응책을 내놓고 있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영국은 마트에서 일회용 바비큐를 못 팔게 하자고 하고, 프랑스는 방화 혐의자를 잡아들이는 등 발화 가능성을 줄이는 데에만 매달리고 있어서다.

지난달 31일 프랑스 남동부 바르주에서 산불이 번지고 있다. (사진=AFP)
지난달 31일 프랑스 남동부 바르주에서 산불이 번지고 있다. (사진=AFP)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최근 영국에서는 잉글랜드 절반이 가뭄 상태에 들어가자 대형마트의 일회용 바비큐 판매를 금지하자는 요구가 나왔다. 다 타지 않은 숯을 마른 풀밭에 버려 불이 나는 사고가 반복됐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기후변화를 담당하는 라라 윌리엄스 블룸버그 오피니언 칼럼니스트는 남유럽 5개국의 산불 발생 건수가 40% 넘게 줄었는데도 한번 난 불은 오히려 더 크고 강해졌다며, 바비큐 금지 같은 발화 억제책만으로는 절반의 대책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땅에 쌓인 연료를 걷어내고 기후변화 대응까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실제 지난달 말 네이처 자매지 사이언티픽 리포츠에 실린 연구를 보면 2016~2025년 프랑스와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스, 이탈리아의 연평균 산불 발생 건수는 1981~2010년 평균보다 최소 40% 적었다. 소방대 훈련 강화와 초기 진화 전략, 규제 강화가 성과를 낸 결과다.

문제는 진화망을 빠져나간 불이다. 이런 불은 예전보다 훨씬 크고 강해졌고, 소수의 산불이 전체 피해 면적 대부분을 차지하는 쏠림도 심해지고 있다.

각국의 대응은 주로 처벌 강화에 집중돼 있다. 프랑스는 방화 혐의로 300명 넘게 붙잡았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고의로 불을 낸 사람에게 “무관용”을 예고했다. 그리스도 2023년 대형 산불 뒤 방화 처벌을 강화했다.

윌리엄스는 산불이 나려면 세 가지가 맞아떨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첫째는 불씨다. 산불의 약 95%는 꺼지지 않은 담배꽁초나 바비큐 불티, 고의 방화 등 사람 때문에 난다.

다음으론 화재에 유리한 날씨다. 기후변화로 고온과 낮은 습도, 강풍, 가뭄이 겹치는 날이 늘고 있다. 다국적 기후연구 단체 세계기상특성(WWA)은 화석연료 배출이 지난달 산불을 키운 조건을 프랑스에서는 최소 2배, 스페인에서는 최소 20배 발생하기 쉽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마지막으로는 탈 것, 즉 연료다. 토머스 스미스 런던정경대 환경지리학 부교수는 유럽 곳곳의 농촌 이탈로 예전에 가축이 뜯어먹던 땅이 불붙기 쉬운 풀과 관목으로 뒤덮였다고 설명했다. 아주 습한 날씨와 건조한 날씨가 급격히 오가며 무성해진 초목이 불쏘시개가 되는 것도 문제다.

그렇다면 연료는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윌리엄스는 바비큐를 금지한다면 각자 집 마당의 연료를 관리하는 법도 알려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화재예방협회가 시작해 최근 영국으로 확산된 ‘파이어와이즈’ 프로그램은 빗물받이의 낙엽 제거, 지붕 기와 보수, 나무 가지치기 같은 간단한 조치를 권한다. 불에 약한 정원수는 집이나 창고 바로 옆에 심지 말라는 조언도 담겨 있다.

프랑스에는 숲이나 관목지 근처 주민이 집에서 50m 안의 초목을 제거하도록 하는 법이 있지만 거의 집행되지 않아 전국 주택의 60% 이상이 규정을 어기고 있다.

숲의 구성도 문제다. 지난달 보르도 인근 지롱드에서 난 산불은 빽빽하게 심어 관리해온 해안소나무 단일 수종 조림지를 훑고 지나갔다. 침엽수 위주의 단일 수종 숲은 참나무 같은 활엽수보다 수분을 덜 머금어 더 잘, 더 세게 탄다.

초목을 걷어낸 방화선을 늘리는 것에 더해 숲의 생물다양성을 높이는 것도 불의 확산을 늦춘다. 들소 같은 초식동물을 다시 들이거나 습지를 되살리면 천연 방화선이 생긴다. 지롱드 산불이 덮친 지역도 1857년 나폴레옹 3세가 물을 빼고 소나무를 심으라고 명령하기 전까지 드넓은 습지였다.

유럽 일부 지역은 수십년간 방화선을 만들어 왔지만 극단적인 산불 기상 앞에서는 이를 넓히고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구진은 “집중적인 진화가 많은 지역에서 연료 축적을 부추기기도 했다”며, 이런 곳에서는 오히려 약한 불을 일부러 놓는 것이 대형 산불을 막는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윌리엄스는 산불을 정말 잡으려면 불씨와 날씨, 연료라는 세 고리를 함께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람에 의한 발화 (가능성)을 줄이고, 땅에 쌓인 탈 것을 걷어내고, 기후변화를 유발하는 일을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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