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취재진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AFP)
이란이 예고한 보복 대상에는 에너지 시설과 유전, 정유시설, 전력망, 상수도 기반시설, 교통망 등 걸프 국가들의 전략 자산이 폭넓게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경고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이란의 에너지망과 기반시설을 타격하겠다고 위협한 이후 나온 것으로, 추가 군사행동을 억제하기 위해 걸프 지역 전반의 경제적 타격 가능성을 부각하려는 이란의 전략으로 풀이된다.
로이터에 따르면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사우디·튀르키예·카타르 외무장관, 그리고 파키스탄군 참모총장과 잇달아 통화했다. 취재원들은 사안의 민감성을 이유로 익명을 요구했다.
한 역내 고위 외교관은 “아라그치 장관의 메시지는 모든 통화에서 일관됐다”며 “‘우리는 보복할 준비가 돼 있지만, 외교적 해법을 찾는 것이 지역 전체의 확전과 파괴를 막는 최선의 길’이라는 취지였다”고 전했다. 한 걸프 소식통은 “미국이 이란의 기반시설을 겨냥하면 이란은 걸프 에너지 시설을 비롯한 역내 목표물을 타격해 보복할 것이라는 게 이란의 명확한 경고였다”고 말했다.
이 같은 외교전은 이란이 걸프 국가들의 ‘취약성’을 지렛대 삼아, 미·이란 간 갈등이 재점화될 경우 이들 국가 경제를 떠받치는 기반시설이 직접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후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해 군사행동을 늦추고 협상으로 복귀할 것, 휴전을 확보하고 외교적 해법을 모색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의 경고는 모든 걸프 국가를 겨냥한 것이었지만, 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를 통해 전달됐다는 게 한 걸프 소식통의 설명이다. 이란은 최근 수년간 한때 지역 경쟁국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해 걸프 이웃국들과 관계를 복원해왔다.
카타르와 오만, 사우디아라비아는 모두 미국에 이란과의 대화 재개와 확전 방지를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이란 관리는 이란 측이 “추가 공습이 이뤄지면 역내 전체가 ‘불덩이’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신속한 합의가 가능하다는 전제 하에” 이란 공격을 취소하는 데 동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사우디는 확전 원치 않지만, 공격받으면 대응”
한 걸프 소식통은 “사우디아라비아는 확전이 더 큰 파괴만 불러올 것으로 본다”며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외교에 기회를 달라고 촉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사우디는 자국이 직접 공격받을 경우 군사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도 분명히 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우디 왕실과 가까운 분석가로 소개된 알리 시하비는 “사우디 왕국은 추가 확전이 원하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비례적 군사 대응과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지속적 대(對)이란 압박을 병행하는 것이 실질적 외교적 타결로 가는 가장 강력한 경로라는 게 사우디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9년 9월 사우디 아람코의 아브카이크·쿠라이스 시설이 드론·미사일 공격을 받아 원유 생산의 절반 이상이 일시 마비됐던 사례를 거론하며 “(사우디는) 아람코 사태를 아직 기억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란 측 관리는 “적(미국)이 계속 이란 기반시설을 위협하고 있다”며 “이란이 피해를 입으면 훨씬 더 큰 피해로 되갚아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언급한 보복 목표 리스트에는 전력망과 정유시설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고위 관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제 ‘역내를 집어삼키고 국제 에너지 공급을 흔들 수 있는 확전’과 ‘미국이 원하는 완승에는 못 미치는 협상 타결’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고 주장했다. 한 역내 고위 외교관은 미국이 ‘승전’으로 내세울 만한 결과물을 원한다는 점이 협상 타결의 핵심 걸림돌 중 하나라며 “미국은 이번 전쟁에서 이겼다고 내세울 만한 증거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7월 29일(현지시간) 이라크 모술에서 조문객들이 이란 국기로 덮인 관을 운구하고 있다. 이날 장례식은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 연합체인 인민동원군(PMF) 기지 공습으로 사망한 이란 군사고문과 인민동원군 대원들을 합동으로 추모하기 위해 열렸다. 인민동원군은 이란의 지원을 받는 시아파 무장단체들이 포함된 조직이다. (사진=A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