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우리집도?…中공유기, 35초마다 몰래 교신 '발칵'

해외

이데일리,

2026년 8월 07일, 오전 11:56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중국산 무선 공유기에서 외부에서 몰래 조종할 수 있는 통로인 ‘백도어’가 대거 발견됐다. 전 세계적으로 최소 10만대가 깔린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버뱅크의 한 전자제품 매장에 무선 공유기가 진열돼 있다. 중국은 미국 가정용 공유기 시장의 최소 60%를 장악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AFP)
미국 캘리포니아주 버뱅크의 한 전자제품 매장에 무선 공유기가 진열돼 있다. 중국은 미국 가정용 공유기 시장의 최소 60%를 장악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AFP)
7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미국 사이버보안업체 벌른체크는 중국 통신장비업체 선전즈보퉁전자(Zbtlink)가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한 펌웨어(기기를 움직이는 기본 소프트웨어) 21종 전부에서 원격 조종 기능을 찾아냈다고 지난 5일 블로그에 공개했다.

조사를 맡은 제이컵 베인스 벌른체크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닛케이에 “전 세계에 최소 10만대의 공유기가 설치돼 있다”고 추정하며 “이런 접근을 허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벌른체크 조사팀은 이 구조에 ‘끝없는 문’(ENDLESSDOORS)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베인스 CTO에 따르면 백도어는 공유기 전원이 켜지는 순간 자동으로 작동해 약 35초마다 특정 인터넷주소(IP)와 중국 도메인에 신호를 보낸다. 상대가 누구인지 확인하는 절차가 없어 서버에서 보낸 명령을 관리자 권한으로 그대로 실행한다. 통신 상대를 쥔 쪽이 공유기를 통째로 빼앗고, 같은 네트워크에 연결된 다른 기기까지 파고들 수 있다는 뜻이다.

문제의 기능은 선전즈보퉁전자의 자체 제품과 ‘와이플라이어’(Wiflyer) 상표를 단 제품에서 확인됐다. 다른 회사 상표를 달고 나가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제품에도 같은 기능이 들어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벌른체크는 밝혔다.

벌른체크는 이를 단순한 소프트웨어 결함이 아니라 제품에 처음부터 심어둔 기능으로 판단해 제조사에 미리 알리지 않고 곧바로 공개했다. 수정판을 기다릴 문제가 아니라 기기 자체를 믿을 수 있느냐의 문제라는 이유에서다.

선전즈보퉁전자는 성명을 내고 “보고서가 지적한 원격 관리 기능은 사후 서비스 기술 지원만을 목적으로 한 것으로, 고객의 명확한 요청과 승인이 있을 때 고장 대응이나 설정을 돕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부정 접속에 사용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해당 기종의 판매를 즉각 중단하고 공식 사이트에서 문제의 펌웨어를 내렸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고객의 안전과 개인정보 보호가 최우선”이라며 문제를 해소한 펌웨어 업데이트판을 개발해 배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인스 CTO는 이 성명에 대한 견해를 묻는 닛케이에 “전 세계에 깔린 공유기는 여전히 백도어를 통한 적대적 장악에 취약하다”며 “이용자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대책은 공유기를 네트워크에서 떼어내고 침해 흔적이 남아 있지 않은지 살피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이 기능이 실제로 악용됐다는 증거나 중국 정부 등 국가 차원의 개입을 보여주는 증거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미국에서는 중국산 통신장비를 향한 경계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지난 3월 안보상 우려를 이유로 미국 밖에서 만든 가정용 공유기 신제품의 수입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켄 팩스턴 텍사스주 법무장관은 지난 2월 중국 네트워크 장비업체 티피링크를 제소하면서 이 회사 제품이 중국 정부와 연계된 해커의 사이버 공격에 이용됐다고 주장했다. 티피링크는 이를 부인했다.

앞서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 시절에는 화웨이 등 중국 통신업체 제품의 판매를 금지하는 조치가 내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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