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턱밑 쫓아온 中 AI지만…"확산시 되레 공산당 발목 잡을 수도"

해외

이데일리,

2026년 8월 07일, 오후 04:26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인공지능(AI)이 미국과 중국의 체제를 저울 위에 올렸다. 어느 쪽이 더 나은 AI를 만들고 경제 전반에 퍼뜨리는지가 두 나라 통치 방식의 우열을 가르게 됐다는 것이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AI가 중국 공산당에는 오히려 위험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사진=AFP)
(사진=AFP)
◇“성능 격차 좁혀졌다”…전력은 미국의 3배

이코노미스트는 6일(현지시간) 중국 AI 모델이 값싸기만 하고 미국에 뒤처져 있다는 인식은 더 이상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 최근 몇 주 사이 공개된 알리바바의 큐원3.8-맥스와 문샷AI의 키미 K3는 앤스로픽의 페이블5 같은 미국 최상위 모델에 거의 근접했다. 다만 값어치로 따지면 여전히 미국이 앞선다. AI 성능 분석업체 아티피셜 애널리시스에 따르면 비용 대비 성능 대부분의 구간에서 미국 모델이 우위였다.

그럼에도 격차는 계속 좁혀질 전망이다. 중국의 데이터센터 용량은 미국의 10분의 1에 그치지만 반쯤 계획경제인 중국은 기반시설을 짓는 데 강하다. 미국에서 주민 반발로 데이터센터 여론이 나빠지는 사이, 중국 기업들은 동남아시아에 대규모 시설을 짓고 있다. 발전 설비 용량은 중국이 미국의 3배에 가깝고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제재를 견디는 법도 익혔다. 최신 엔비디아 칩을 밀수하거나 해외 데이터센터에서 빌려 쓰고, 화웨이는 성능이 떨어지는 자체 칩 생산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노광장비의 경우 심자외선(DUV) 단계까지 자력 조달할 수 있게 됐지만 최고 기술인 극자외선(EUV)은 아직 손에 넣지 못했다.

◇트럭 운전사 30% 감축…휴머노이드 1만대 투입 지시

성능 좋은 모델을 갖췄다고 끝이 아니다. 경제를 살리려면 AI가 현장에 퍼져야 하고, 중국 AI 정책이 겨냥하는 지점도 여기다. 전기가 그랬듯 발견보다 도입이 더 큰 보상을 주는 데다 2050년까지 생산가능인구가 25% 줄어드는 만큼 확산은 필수다.

AI 효과는 아직 양국 경제 통계에 잡히지 않지만 일부 업종은 이미 격변하고 있다. 한 대형 업체 사례를 보면 AI를 붙인 트럭은 운전사가 30% 덜 필요하다. 올해 1분기 쏟아진 1~2분짜리 마이크로드라마 12만 8000편 중 95%는 AI가 만들었다. 배우와 촬영 인력이 그만큼 밀려났다.

로봇 도입도 빠르다. 지도부는 지난 6월 지방정부와 국유기업에 올해 말까지 휴머노이드 로봇 1만대를 실제 업무에 투입하라고 지시했다. 모건스탠리는 2030년 중국 내 휴머노이드 판매가 44만 6000대로 올해의 9배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청년실업 15%…“독재자는 취약해지는 것을 두려워한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중국은 미국보다 사무직 비중이 낮아 AI 충격이 소비 시장과 육체노동에 집중될 공산이 크다. 청년실업률은 이미 15% 안팎이고 3억명 넘는 인구가 임시직으로 생계를 잇는다. 일자리가 사라지는 속도가 인구 감소 속도보다 훨씬 빠를 수 있다.

공산당 권력이 워낙 단단해 반발쯤은 무시할 수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코노미스트는 “독재자는 스스로 취약해지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짚었다. 기업은 AI를 빨리 깔고 싶어 하지만 정부는 사회 불안을 어떻게든 피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선택지는 많지 않다. 재교육은 성과가 신통치 않았고 덴마크와 싱가포르조차 노동자를 새 직업으로 옮기는 데 애를 먹었다. 경제학자들은 AI 기업 과세나 기본소득을 제안했고 이런 글이 당 기관지에 실리기도 했다. 하지만 시진핑 국가주석은 오래전부터 나눠주기가 게으름을 부른다며 반대해 왔다.

당국은 기업에 해고 대신 인력 재배치를 압박하고, 국유기업에 남는 인력을 떠안기는 방안도 거론된다. 정치적으로는 가능하지만 내수가 부진한 터라 AI를 빨리 퍼뜨려 얻는 이득을 도로 까먹는 셈이다.

결국 AI를 풀어놨다가 문제가 생기면 개입하는 임기응변에 기댈 수 있다. 사교육과 게임 산업이 하룻밤 사이 뒤집힌 전례가 있다. 최근에도 우한에서 로보택시 100여대가 오작동해 승객이 발이 묶이자 당국은 실험 속도를 늦췄다.

다만 멈췄다 가기를 반복하면 혁신 역량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두 사회 모두 스스로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며 “그것은 독재보다 민주주의가 더 쉽게 해내는 일”이라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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