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파 무슬림들이 지난 4일 이란 테헤란에서 이란 국기 아래 아르바인(Arbaeen)을 기리는 추모 행진에 참여하고 있다. 아르바인은 이슬람 시아파의 주요 인물인 예언자 무함마드의 손자 이맘 후세인의 순교 40일째를 기리는 추모일이다. (사진=AF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밤 백악관 출입기자들에게 이란·오만 간 협상이 “진전되고 있다(moving along)”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언급을 자제했다. 카젬 가리바바디 이란 외무차관은 앞서 오만과 “원칙적으로(in principle)” 이해에 도달했다고 밝혔고, 이란 국영TV는 7일 한 의원을 인용해 오만과의 최종 합의문 문구와 세부사항이 “곧” 발표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반관영 파르스통신에 따르면 이란 내 일부 강경파 정치인들은 미국·이스라엘 선박의 해협 통항을 전면 금지하는 조항을 요구하고 있다. 그밖에 이란에 “피해를 끼친 국가”에 대한 보상 요구, 이스라엘 관련 화물 금지, 보험·환경비용 등을 포함한 수수료 체계 신설도 파르스통신이 전한 추가 조건들이다. 파르스통신이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초안에 따르면 해협 진입은 이란이, 출항은 이란·오만이 공동으로 관리하며, 통행은 ‘중앙 항로’로 단일화하고 기존에 제한적으로 쓰이던 나머지 두 항로는 “지정된 기한 내” 폐쇄하는 구상도 담겼다.
◇혁명수비대가 실질적 협상 주도권…통행료·제재해제 확약 요구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협상을 중재해온 아랍권 중재자들은 이란 협상단(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이 실제로 합의 이행을 담보할 만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지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 해협을 실질적으로 통제하는 혁명수비대(IRGC)가 통행료 부과 권한과, 미국의 봉쇄·제재 해제에 대한 더 명시적인 확약을 요구하며 협상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협상 범위도 애초 해협 통행 재개를 위한 임시 조치에서, 지난 6월 잠정 중단됐던 미·이란 양해각서(MOU)에 담겼던 제재 유예·동결자금 해제 등 포괄적 경제 지원 방안으로까지 확대된 상태라고 WSJ는 전했다.
◇강경파, 협상파 압박…최고지도자 승인 여부도 불투명
이란 내부에서는 협상파에 대한 공격이 노골화하고 있다. 강경 성향 매체 카이한의 편집인 호세인 샤리아트마다리는 해협 통행 재개 합의를 “적에게 탈출로를 열어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원의원 호세인알리 하지 델리가니는 아라그치 외무장관 탄핵을 위한 자료를 모으고 있다고 밝히며, 그가 국회 표결 없이 독단적으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고지도자와 인척관계인 모하마드 바게르 카라지는 지난 5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 정부 퇴진을 위한 테헤란 시위를 촉구했다가,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실로부터 “분열적 발언”이라는 공개 반박을 받기도 했다.
협상의 최종 관문은 모즈타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승인 여부다. 지난 2월말 미국과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부친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한 뒤 최고지도자에 오른 그는 취임 후 한 번도 공개 석상에 나서지 않았고, 경호 문제와 미·이스라엘의 초기 공습으로 입은 부상, 내성적 성격 등이 겹쳐 부친처럼 진영 간 중재자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WSJ가 전한 아랍권 외교관들의 평가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경제 위기의 심각성을 직접 전달하기 위해 사퇴까지 거론하며 하메네이와의 면담을 요청했고, 결국 성사됐다고 이란 국영방송 IRIB가 전했다. 아라그치 장관은 지난달 이란 보수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최고지도자를 만난 적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6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모습 (사진=로이터)
시장이 이번 협상에 신중한 이유 중 하나는 지난 6월의 선례다. 당시 미국과 이란은 해협 개방 및 종전 협상 개시에 합의했지만, 곧바로 이란군이 미국이 지원하는 오만 인근 항로를 이용하던 선박에 사격을 가하면서 전쟁이 재확산했다. 이후 이란이 지원하는 예멘 후티 반군의 사우디 유조선 공격, 이집트 항구 드론 공격 등으로 확전됐다.
현재 해협 통행은 사실상 마비 상태다. CNBC가 인용한 선박 추적업체 케플러(Kpler)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5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단 2척으로 전날(8척)보다도 줄었고, 전쟁 전 하루 평균 통행량(130~140척)에 비하면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바브엘만데브 해협 통행량도 전날 20척에서 1척(건화물선)으로 급감했다. 후티 반군은 아덴만에서 사우디 유조선 2척을 공격했다고 주장했고, CNN이 인용한 사우디 당국자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이라크 민병대와 후티가 연계해 사우디를 겨냥한 “다중 협공”을 준비 중이라는 첩보가 있다고 전했다.
파르스통신은 또 이란 해군이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해협 입구에서 “적대적 표적”을 타격했다는 이란 측 주장을 전했다.
◇“극장 외교” 신경전…트럼프는 탄약 비축량 논란 진화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은 지난 6일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대규모 공격이 온다... 아니다 됐다, 협상하고 싶다는군.’ 이게 반복되는 극장 외교”라고 올리며 트럼프 대통령을 비꼬았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예정된 공습을 취소하며 테헤란과 이미 합의 윤곽이 잡혔다고 밝힌 데 대해, 이란 측이 “진행 중인 협상은 없다”며 반박한 데 이어진 신경전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6일 트루스소셜에 미군 탄약 비축량이 전쟁으로 고갈됐다는 보도에 대해 “특정 종류의 탄약은 막대한 양을 보유하고 있다”고 반박하며, 정보 유출자에 대해 “장기 징역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CNN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백악관 집무실에서 일부 탄약이 “타이트한(tighter)” 상황이라는 점은 인정했지만, 비교적 저사양 무기는 여전히 사실상 무제한으로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패럴림픽 미국 대표팀 환영 행사를 마친 뒤 자리를 떠나며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다. (사진=로이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