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학교 내 인종차별을 걸러낼 연방정부의 안전장치가 사실상 작동을 멈췄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사진=AFP)
민권국은 1964년 제정된 민권법을 집행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으로, 인종·성별·장애 등을 이유로 한 차별을 조사해왔다. 합의가 이뤄지면 학교는 교직원 교육과 재발 방지 체계 마련, 때로는 피해 학생 보상까지 떠안는다.
동결의 결과는 수치로 드러난다.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18개월간 인종 괴롭힘과 관련해 마무리된 합의는 3건뿐이다. 성희롱이나 성폭력 관련 합의는 한 건도 없다. 2024년에는 각각 25건과 47건이었다.
멈춰 선 사건에는 인종 비하를 당한 흑인 학생들, ‘테러리스트’로 불린 중동계 학생들, 동의 없이 성관계 영상이 단체 대화방에 유포된 사례, 교장이 여학생들을 부적절하게 만졌다는 신고 등이 포함돼 있다. 매사추세츠주 러들로와 콜로라도주 그랜드정션,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도 합의 직전까지 갔던 협상이 지난해 초 끊겼다.
배경에는 조직 축소가 있다. 민권국 인력은 절반 넘게 잘려 나갔고, 12곳이던 지역사무소 중 7곳이 문을 닫았다. 우선순위도 바뀌었다. 트랜스젠더 선수의 여자부 경기 출전이나 대학 내 반유대주의, 인종·성별에 따른 장학금 등 보수 진영이 문제 삼아온 사안으로 옮겨갔다.
민권국에서 10년간 일한 마이클 필레라는 “교육부의 역할은 말 그대로 학생들이 학교에서 차별을 겪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지금 벌어지는 일은 교육부가 ‘우리는 그것을 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반박했다. 킴벌리 리치 민권담당 차관보는 조 바이든 전 행정부로부터 약 1만 9000건의 적체를 물려받았다며 “중요한 사건들을 의도적으로 방치하기로 결정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조사를 받던 학교들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마이크 맥거프 체사닝 교육감은 “민권국의 역량 축소는 어느 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진정인은 자기 주장을 심리받지 못하고, 우리는 방어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고 말했다. 학교 측 변호사는 WP가 전한 괴롭힘 내용을 “단정적으로 부인한다”고 했다.
민권국의 앞날도 불투명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6월 민권국 업무 상당 부분을 법무부로 넘기겠다고 발표했다. 교육부는 접수된 모든 진정을 들여다볼 의무가 있지만, 법무부 변호사들은 사건을 골라 맡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