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로이터
이날 시장을 움직인 재료는 단연 이란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이란이 전쟁·공격·시위 과정에서 살해한 사람들에 대해 배상하라”고 요구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협상 타결 기대가 빠르게 식었다. 이란도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이 시작된 지 5개월 넘은 데 대한 피해 배상 등 자체 조건을 고수하며 맞섰다. 인터랙티브브로커스의 호세 토레스 전략가는 “정부 간 협상이 열리지 않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월가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며 “지난주만 해도 합의로 가는 길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고 봤던 참”이라고 말했다.
이에 국제유가는 급등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5.1% 오른 배럴당 82.13달러에, 브렌트유는 5% 오른 배럴당 87.72달러에 거래됐다. 미국의 전략비축유(SPR)는 1983년 1월 이후 최저 수준인 2억9870만배럴까지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US뱅크웰스매니지먼트의 톰 하인린 투자전략가는 “기록적인 마진과 기록적인 이익이 이 시장의 스토리였지만, 이란 사태라는 변수가 위험선호 심리를 붙였다 뗐다 하고 있다”며 “유가가 전쟁 발발 전인 지난 2월27일 수준보다 계속 높게 유지되면서 그 프리미엄이 시장에 반영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그럭저럭 버텨왔지만 이런 상황이 영원히 지속되진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인텔·엔비디아·애플 동반 약세
개별 종목 중에서는 인텔이 150억달러(약 21조27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하며 4% 하락, 반도체주 전반의 약세를 이끌었다. 엔비디아는 월가 대형 자산운용사들과 5000억달러 규모의 AI 인프라 자금조달 패키지를 조성한다는 소식에 2.9% 밀렸고, 애플도 제프리스의 투자의견 하향으로 1.5% 내렸다. 이 밖에 라이언 코헨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게임스톱이 이베이에 대한 560억달러 규모 인수 제안을 철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고, 보잉은 도심항공모빌리티(UAM)·드론 관련 기술 개발 부문을 아처에비에이션에 매각하기로 했다. 미즈호는 브로드컴의 맞춤형 AI 반도체 사업이 구글에 이어 메타·오픈AI·앤스로픽·애플로 확장되고 있다며 2028년 첨단 패키징 기술 상용화 시 추가 도약이 가능하다는 낙관적 분석을 내놨다.
국채금리는 상승했다. 10년물 국채금리는 6bp(베이시스포인트, 1bp=0.01%포인트) 오른 4.70%를 기록했고, 독일 10년물은 5bp, 영국 10년물은 7bp씩 올랐다. 유가발 인플레이션 우려가 채권시장에 그대로 반영된 셈이다.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물가를 목표치까지 낮추려면 추가 금리인상이 여러 차례 필요할 수 있다면서도, 최종 도달점을 미리 단정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달러는 강세를 보인 반면 엔화는 약세로 돌아서, 앞서 미·일 당국의 개입으로 얻은 반등폭의 절반을 반납했다. 비트코인은 1.7% 내린 6만3978달러, 국제 금값은 1.1% 오른 온스당 4388.79달러를 기록했다.
◇다음 변수는 CPI
시장의 시선은 이제 오는 12일 발표되는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로 향하고 있다. 블룸버그 이코노미스트 설문 중위값은 전월비 0.1% 상승으로, 전월(-0.4%)의 ‘6년 만의 첫 하락세’에서 소폭 반등을 예상하고 있다. 지난 7일 발표된 7월 비농업고용지표가 예상 밖 위축을 보이면서 9월 금리인상 가능성은 낮아졌지만, 이번 CPI가 예상보다 뜨겁게 나올 경우 그 가능성은 다시 커질 수 있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페드워치 기준 9월 인상 확률은 이날 52%로 집계돼, 일주일 전(67%)보다는 낮지만 최근 며칠 새 다시 소폭 올라온 모습이다.
실적 시즌은 순항 중이다. 현재까지 실적을 발표한 S&P500 편입기업 436곳 중 약 85%가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냈다. 이번 주에는 반도체업체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와 네트워크장비업체 시스코의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다.
최근 랠리의 지속 가능성을 두고는 월가 견해가 엇갈렸다. BTIG의 조너선 크린스키 수석시장기술분석가는 “최근 상승세가 2021년 말 국면과 유사하다”며 “역사는 반복되지 않아도 운율은 맞는 법이고, 이번 ‘돌파’도 결국 힘이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경계했다. 반면 에버코어ISI는 S&P500지수가 9000까지 오를 수 있다는 강세 시나리오에 오히려 힘이 실리고 있다고 봤다.
결국 이번 주 최대 변수는 CPI 발표가 될 전망이다. 예상보다 뜨거운 물가지표가 나올 경우 이란 리스크에 이미 짓눌린 투자심리가 한 번 더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