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美아동 백신 줄이는 행정명령 서명…"자폐증 우려" 주장

해외

이데일리,

2026년 8월 11일, 오후 03:05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미국 아동이 접종하는 백신 종류를 줄이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뉴욕타임스(NTY)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현재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권고하는 17개 질병이 아닌 11개 질병에 대해서만 아동 예방접종을 권고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행정명령에서 법무부 장관에게 “종교적 또는 의학적 예방접종 면제 권리를 침해하는 주정부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F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FP)
이번 행정명령에는 부모들에게 아동이 백신을 한 번에 맞기보다 소아과를 여러 차례 방문해 나눠 접종할 수 있게 하라고 권고하고, 각 주가 학교 입학 시 의무 접종 백신을 줄이도록 장려하는 내용도 담겼다. 또한 미국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홍역·볼거리·풍진(MMR) 혼합백신 대신 각각을 별도 백신으로 접종하도록 했다.

새 행정명령은 백신을 세 가지 범주로 구분했다. 모든 아동에게 권고되는 백신과 고위험군 아동에게만 권고되는 백신, 그리고 부모와 의사가 접종에 따른 아동의 위험과 이익을 논의한 뒤 접종 여부를 결정하는 ‘공동 의사결정 대상 백신’이다. 공동 의사결정 대상 백신에는 코로나19, 독감, B형간염 백신 등이 포함됐다.

행정명령에는 백신과 자폐증을 직접 연결하는 내용은 담기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서명식에서 취재진에게 “이번 조치의 배경에는 백신과 자폐증 간 연관성에 대한 우려도 작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수십 년 전에는 아이들이 지금처럼 많은 백신을 맞지 않았다”며 “당시 사람들은 훨씬 건강했고, 지금처럼 높은 자폐증 발생률도 존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행정명령은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HHS) 장관과 재가동된 백신 태스크포스(TF)에 향후 90일 안에 아동 백신 접종 시기와 순서를 새롭게 권고하고, 백신에 흔히 사용되는 성분인 알루미늄을 대체할 방안을 마련하도록 지시했다. 케네디 장관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시한보다 더 빠르게 행정명령을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WSJ은 이번 행정명령이 실제 법적 효력을 가질지는 불분명하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미국의 백신 권고안은 CDC에 자문하는 전문가위원회가 마련하고, 이후 CDC 국장이 이를 채택하기 떄문이다. 또한 어린이의 학교나 어린이집 입학 시 예방접종을 의무화할 권한은 각 주 정부에 있다.

아동 예방접종 일정을 축소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시도는 이미 한 차례 연방법원에 의에 제동이 걸린 바 있다. 연방법원은 케네디 장관이 CDC의 아동 예방접종 권고 대상에서 일부 백신을 제외하고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를 재편한 조치가 적법한 절차와 과학적 근거를 충족하지 못했다며 효력을 중단시켰다. 이에 따라 기존 예방접종 권고안은 그대로 유지돼 왔다.

트럼프 대통령과 케네디 장관은 그동안 아동의 백신 접종 횟수와 자폐증 간의 연관성을 반복적으로 제기해왔다. 이번 행정 명령은 법원의 제동 이후에도 백신 정책을 행정부 핵심 의제로 계속 추진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과학계는 일관되게 백신과 자폐증 사이의 연관성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고 NYT와 WSJ는 지적했다. 백신 전문가들은 부모들이 백신이 아동의 자폐증을 유발한다고 우려할 필요가 없으며, 아동 백신 접종 일정을 대폭 축소할 과학적 근거도 없다고 얘기한다는 것이다. 또 지금까지 수십 건의 연구에서도 백신과 자폐증 사이에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미 자폐과학재단은 현재까지 여러 국가에서 실시된 대규모 연구에서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자폐증은 주로 유전적 요인과 태아기 초기 뇌 발달 과정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현재의 과학적 합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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