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9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마치고 미국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 도착해 에어포스원에서 내리고 있다. (사진=AFP)
작전은 불과 몇 시간 만에 마련됐지만 정교하게 짜였다. 우선 카타르가 기증한 신형 에어포스원(보잉 747-8)이 초저녁에 먼저 앙카라를 떠났다. 이어 해질 무렵 트럼프 대통령이 리무진에서 내려 계단을 밟고 구형 에어포스원에 올랐다. 카메라 앞에서 손을 흔드는 모습까지 그대로 찍혔다.
반전은 그 직후였다. 구형 에어포스원의 반대편 문에는 기내식을 싣는 케이터링 트럭이 유압장치로 들어올려져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 몇 명은 이 트럭의 컨테이너로 옮겨 탔다. 기자단이 비행기 뒤쪽으로 탑승하던 몇 분 사이였다. 컨테이너는 곧 트럭 짐칸으로 내려졌고, 트럭은 인근에 세워져 있던 C-32A로 향했다. 보잉 757을 개조한 정부 인사 수송용 군용기다.
트럭이 C-32A 옆에 서자 컨테이너는 다시 기체 높이까지 올라갔다. 몇 분 뒤 컨테이너가 내려오고, 정장 차림의 인물이 운전석에서 나와 C-32A 계단을 올라 시야에서 사라졌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평범한 비행처럼 보이게 하려고 따로 외부 계단으로 탑승했다.
구형 에어포스원에 남겨진 기자단은 백악관 참모들로부터 창문 덮개를 내리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 비행기는 정작 대통령이 타지 않았는데도 비행 도중 ‘에어포스원’을 뜻하는 ‘AF1’ 콜사인을 달았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탄 C-32A는 병력이나 장비 수송에 흔히 쓰는 ‘리치(Reach) 18’이라는 밋밋한 콜사인을 썼고, 공중에서 위치를 추적하는 장치도 꺼져 있었다.
세 대의 항공기는 영국 밀든홀 공군기지에 차례로 내려앉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여기서 또 한 번 비행기를 갈아탔다. 트럼프 대통령은 착륙 후 차량으로 C-32A에서 구형 에어포스원으로 옮겨 탄 뒤, 다른 출입구로 들어가 평소처럼 계단을 밟고 내려왔다. 카메라 앞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시각은 오후 10시 56분이었다. 그는 장병들과 인사한 뒤 카타르 기증기로 갈아타고 워싱턴으로 향했다. 백악관은 그날 밤 소셜미디어에 트럼프 대통령이 “구형 에어포스원을 타고” 도착했다는 글과 함께 그 비행기 사진을 올렸다.
이렇게까지 한 이유는 위협이 실재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튀르키예는 미국의 핵심 동맹이자 나토 회원국이지만, 이란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당시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결렬돼 미군이 이란 재공습에 나선 직후였던 만큼, 미 정보 당국은 트럼프 대통령과 그가 탈 항공기를 노린다는 이란의 첩보가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세계 최강 군사력을 가진 나라의 대통령이 기내식 트럭에 몸을 숨겨야 했다는 사실 자체가 이번 보도가 주목받는 배경이다. WP는 이란과 교전 중인 상황에서 미 안보 당국이 대통령의 신변을 얼마나 깊이 우려했는지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미국 대통령이 있지도 않은 곳에 있다고 정부가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이례적이다. 스티븐 청 백악관 공보국장은 “미국의 적들이 대통령을 노리고 있으며, 우리는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그 위협에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성명에는 지난달 같은 취지의 발표에 들어 있던 ‘주의 분산과 방향 오도를 포함해’라는 문구가 빠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으로 돌아오는 기내에서 자신이 이란의 표적 명단에서 “1순위”라며 “그런데 내가 가면 당신들도 간다. 그렇지 않나”라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