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 코스피에 지친 외국인…대만으로 눈 돌렸다

해외

이데일리,

2026년 8월 12일, 오후 07:25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지난달 AI 관련주 급락 이후 투자심리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글로벌 투자자들의 시선이 한국보다 대만 증시로 향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중심인 한국보다 파운드리(반도체위탁생산)와 IT 하드웨어 공급망 전반에 걸친 기업들이 포진한 대만이 상대적으로 주가 변동성이 낮은 시장으로 평가받으면서다.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달 들어 현재까지 외국인은 대만 증시에서 17억달러를 순매수한 반면 한국 증시에서는 62억달러를 순매도했다.

이는 지난달 AI 관련주 급락 이후 투자자들이 다시 반도체와 AI 종목에 대한 투자 비중을 늘리면서도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낮은 시장을 선호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블룸버그는 해석했다. 투자자들은 대만 시장이 한국처럼 폭발적인 상승세를 보이기는 어렵지만, 보다 안정적인 수익률을 제공하고 레버리지 거래 의존도도 낮다고 보고 있다는 것이다.

워런 치앙 그랜섬 메이요 밴 오터루(GMO)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대만 기업들은 매우 높은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며 “물론 세계 경기 흐름에 따라 움직이겠지만, 펀더멘털 측면에서 과도한 위험을 안고 있는 시장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최근에는 양국 대표 지수의 수익률도 대만이 한국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올해 들어 코스피는 아시아 최고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꾸준히 대만 가권지수를 앞섰다. 하지만 AI 관련주 매도세가 거세진 지난달 말을 기점으로 역전됐고 지난 10일 기준 연초 대비 상승률은 가권지수가 55.1%, 코스피가 46.2%로 격차가 한층 벌어졌다.

이익 전망치도 대만이 한국을 넘어섰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향후 12개월 기준 가권지수 편입 기업의 이익 전망치는 지난 한 달 동안 9.5% 상향 조정됐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장사의 이익 전망치 상향 폭은 7.4%였다. 대만의 이익 전망치 상향 폭이 한국을 웃돈 것은 약 1년 만에 처음이다.

시장에서는 양국 반도체 산업 구조의 차이가 투자심리를 갈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메모리 반도체 비중이 높아 업황 변동의 영향을 크게 받는 반면, 대만은 파운드리 기업인 TSMC를 비롯해 스마트폰과 서버, 네트워크 장비 등 IT 하드웨어 공급망 전반에 걸쳐 다양한 기업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한국 증시 특유의 높은 레버리지 투자 비중도 부담 요인으로 지목됐다. 헤베 첸 밴티지 글로벌 프라임 수석 시장분석가는 “한국 시장은 레버리지와 투기적 포지션 비중이 높아 투자자들의 기대가 조금만 흔들려도 펀더멘털 변화 없이 주가 변동폭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코스피와(검은선) 가권지수(파란선)의 연초 대비 수익률 비교(이미지=블룸버그)
코스피와(검은선) 가권지수(파란선)의 연초 대비 수익률 비교(이미지=블룸버그)
다만 한국 증시의 투자 매력이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AI 관련주 급락 이후 코스피는 가권지수보다 더 큰 폭으로 조정을 받으면서 현재 밸류에이션이 크게 저평가된 상태다. 최근 코스피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사상 최저치인 5.1배까지 떨어졌다.

아이작 통 애버딘 아시안 인컴 펀드 수석 투자책임자는 “대만 증시는 상대적으로 덜 하락했기 때문에 현재 밸류에이션만 놓고 보면 한국 시장이 더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결국 AI 인프라 핵심 거점인 한국과 대만 증시의 향방은 AI 산업의 수익화 성공 여부에 달렸다고 진단했다. AI 인프라에 투입된 막대한 연구개발(R&D) 투자와 설비 투자가 기업 실적으로 이어질지가 양국 증시의 향방을 결정할 핵심 변수라는 분석이다.

프랭크 벤짐라 소시에테제네랄 주식전략가는 “장기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AI의 수익화”라며 “그것이 가장 큰 장기 리스크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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