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정부, ‘AI 넥스트’ 7대 첨단기술 키운다…2030년 달 착륙·2035년 양자칩 1위

해외

이데일리,

2026년 8월 12일, 오후 07:35

[이데일리 김상윤, 황병서 기자] 정부가 소형모듈원자로(SMR)와 핵융합, 양자, 우주·항공, 첨단바이오 등 7개 첨단기술을 향후 10~20년 대한민국을 먹여 살릴 국가 성장동력으로 집중 육성한다. 2030년 달 착륙, 2035년 양자칩 제조역량 세계 1위, 2030년대 핵융합 전력 생산 등 도전적인 목표를 내걸고 아직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지 않은 ‘AI 이후’ 첨단기술 선점에 나선다. 핵심 소재·광물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해 소부장 연구개발(R&D)에 2030년까지 10조원을 투입하고 핵심광물 비축기간도 최대 365일로 늘린다.

현재 잘하는 산업의 초격차를 유지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아직 시장이 열리지 않은 기술을 먼저 선점해 10~20년 뒤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판을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미래 신산업의 글로벌 우위를 확보하고 미래 세대에 새로운 일자리와 도전 기회를 제공하는 ‘대체불가 대한민국’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미래성장동력 '7대 SEED' 보고회에서 참석자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미래성장동력 '7대 SEED' 보고회에서 참석자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은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미래성장동력 7대 SEED 보고회’에서 이 같은 첨단기술 육성 전략을 보고받고 민간 전문가와 기업인, 투자자, 이공계 학생 등과 미래 성장동력 확보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는 이날 SMR, 핵융합, 한계돌파형 재생에너지, 양자, 우주·항공, 첨단바이오, 첨단 공급망 등 7개 분야를 ‘SEED’ 프로젝트로 선정했다.

SEED는 ‘파괴적 혁신을 위해 전략적 투자가 필요한 미래 성장엔진(Strategic Emerging Engines for Disruptive innovation)’을 뜻한다. 반도체·피지컬 AI·AI 데이터센터를 집중 육성하는 3대 MEGA 프로젝트가 당장 한국 경제의 성장과 수출을 견인하기 위한 전략이라면, 7대 SEED는 그 이후 10~20년을 내다본 장기 투자다.

정부가 ‘AI 넥스트’를 서둘러 준비하는 배경에는 구조적 저성장에 대한 위기감이 깔려 있다. 생산연령인구 감소와 투자 위축 등으로 잠재성장률이 1%대로 떨어진 상황에서 반도체·자동차 등 기존 주력산업의 초격차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미국과 중국도 이미 양자와 핵융합, 우주, 바이오,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등 아직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기술에 선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AI 전력난, SMR·핵융합·재생E로 푼다

정부는 7대 SEED를 크게 미래 청정에너지와 차세대 프론티어, 첨단 공급망 등 세 축으로 나눴다. 가장 먼저 풀어야 할 과제로는 에너지를 꼽았다.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전력 공급 없이는 AI 경쟁력도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우선 경수형 혁신형 SMR(i-SMR)은 2035년 부산 기장군 상용화를 목표로 한다. 2027년부터 2032년까지 5906억원을 투입해 상세설계를 추진하고 운영허가 서류까지 마련한다. 선박에 탑재하는 비경수형 용융염원자로(MSR)에는 같은 기간 8960억원 규모의 R&BD를 추진한다. 원자력연구원과 현대건설, 국내 조선 3사가 참여한다. 두 사업에만 총 1조4866억원이 투입되는 셈이다.

연구개발 단계부터 사업화를 염두에 둔 것도 특징이다. 비경수형 SMR은 민관 공동 출자 방식의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글로벌 시장 선점에 나선다. 정부는 2030년까지 다양한 형태와 용도의 SMR을 포괄할 수 있는 기술중립·성능기반형 규제체계도 구축하기로 했다. 농축우라늄 공급 불확실성에 대비해 미국·영국 등 주요 생산국과의 파트너십 구축도 추진한다.

‘인공태양’으로 불리는 핵융합에서는 2030년대 전력 생산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2028년까지 한국형 혁신 핵융합로 개념설계를 끝내고 2032년 공학설계, 2035년 부지 선정과 건설을 마친 뒤 2039년부터 100MWe급 전력을 생산한다는 구상이다. 2040년대에는 300~500MWe급 상용로 3~4기 이상을 건설해 실제 전력망에 연결한다.

핵융합 개발 속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AI도 활용한다. 가상 공간에 핵융합로를 구현해 복잡한 운전과 플라즈마 제어를 자동화·최적화하는 ‘AI 가상 핵융합로’를 구축한다. 핵심 부품과 장비의 성능을 연구·실증할 인프라도 마련한다.

재생에너지 분야에서는 기존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태양광은 페로브스카이트 탠덤셀 효율을 2029년 28%에서 2032년 30%, 2035년 35% 이상까지 끌어올린다. 우주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할 우주 태양광 기술에도 2027~2036년 2000억원 이상 규모의 R&D를 검토한다.

풍력은 20MW 이상 초대형 터빈 상용화를 추진하고 수소는 50~100MW급 대규모 수전해 실증에 나선다. 전력망에서는 GW급 전압형 초고압직류송전(HVDC) 기술을 국산화해 서해안에서 실증하고 초전도 송전망 기술도 개발한다. 발전량과 전력 수요를 예측해 전력망을 효율적으로 제어하는 ‘한국형 크라켄’ AI 파운데이션 모델도 만든다.

◇2030년 달 착륙…‘Next-AI’ 기술 선점전

양자와 우주·항공, 첨단바이오는 AI 이후 기술 패권을 좌우할 ‘차세대 프론티어’로 묶었다. 양자 분야에서는 2029년까지 오류정정이 가능한 100큐비트급 국산 양자프로세서(QPU)를 확보한다. 양자칩뿐 아니라 제어장치와 운영 소프트웨어까지 모두 갖춘 풀스택 양자컴퓨터도 국내 기업 주도로 개발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제조 기반을 활용한 ‘K-퀀텀 파운드리’도 추진한다. 반도체 대기업을 중심으로 민관 공동출자 SPC를 설립해 양자칩 양산체계를 구축하고 2035년 양자칩 제조역량 세계 1위에 올라선다는 목표다.

우주·항공 분야에서는 2030년 ‘달 착륙’을 전면에 내걸었다. 2029년 달 궤도 통신위성을 발사하고 2030년에는 민간 주도의 700㎏급 소형 달 착륙선을 쏘아 올린다. 2031년 우주과학탐사선에 이어 2032년에는 1800㎏급 달 착륙선을 발사한다.

2035년까지는 독자 저궤도 위성통신망을 구축해 6G 통신 시장에도 대비한다. 우주 데이터센터와 능동제어위성 등 새로운 저궤도 우주산업도 육성한다. 차세대 민항기 국제 공동개발에도 국내 기업이 핵심 파트너로 참여하도록 지원한다.

첨단바이오에서는 AI와 로봇을 활용해 신약 발굴 속도를 현재보다 10배 높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2028년 암 특화 AI 모델, 2029년 AI 바이오 자율실험 인프라를 구축하고 2035년까지 블록버스터급 신약 확보를 추진한다. AI가 생명체의 설계도를 만들고 로봇이 제작·검증하는 바이오파운드리도 2032년까지 구축한다.

사람의 생각을 컴퓨터에 직접 전달하는 BCI도 국가 프로젝트로 키운다. 2030년까지 뇌-컴퓨터 통역 AI 등 핵심 원천기술을 개발·실증하고, 2035년에는 생각만으로 글자를 입력하거나 기계를 조작하는 BCI 제품을 상용화한다.

12일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미래성장동력 '7대 SEED' 보고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2일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미래성장동력 '7대 SEED' 보고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99% 의존’ 공급망 손본다…소부장에 10조원

첨단기술의 씨앗이 자라려면 이를 받쳐줄 소재와 광물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핵심광물·소부장 공급망도 일곱 번째 SEED에 포함했다.

정부는 한국의 최종재 제조 경쟁력은 세계적 수준인 반면 공급망의 ‘허리’는 취약하다고 진단했다. 전기차 모터와 휴머노이드, AI 데이터센터 등에 쓰이는 영구자석용 중희토류의 특정국 의존도는 99%에 달한다.

정부는 핵심 품목을 국가생존 필수품목, 국내생산 불가품목, 역량강화 필요품목으로 나눠 대응한다. 국내 생산이 가능한 핵심광물은 정·제련과 재자원화를 통해 공급망을 내재화하고, 10대 핵심광물 재자원화율을 2030년까지 20%로 높인다.

국내 생산이 어려운 자원은 비축을 대폭 늘린다. 비축품목을 현재 24종에서 29종으로 확대하고 최대 비축기간은 180일에서 365일로 늘린다. 2028년에는 새만금에 전용 비축기지를 가동한다.

소재·부품·장비 기술에는 2030년까지 10조원을 투입한다. 이 가운데 5조원은 향후 5년간 ‘15대 함께성장 프로젝트’에 투입해 앵커기업과 협력기업이 기술개발부터 실증, 글로벌 시장 진출까지 원팀으로 움직이도록 지원한다.

◇연구비 지원 넘어 ‘투자형 R&D’

정부는 기술을 개발하고 끝나는 기존 R&D 방식도 손보기로 했다. 대학에는 연구자별 지원을 넘어 대학 자체의 연구역량을 키우는 블록펀딩을 도입한다. 지역 신진연구자에게는 장비 구축 등을 포함해 10년간 연 1억5000만원 수준의 장기 지원도 추진한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은 연구과제중심제도(PBS) 폐지와 맞물려 개별 과제가 아닌 국가 임무를 책임지는 연구기관으로 재편한다.

기업에는 정부가 R&D를 지원하면서 지분을 취득하고, 향후 투자금을 회수해 다시 혁신기업에 투자하는 ‘투자형 R&D’를 도입한다. 단순 보조금 지원에서 벗어나 정부도 기업의 성장과 성과를 공유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범정부 추진체계도 구축한다. 과학기술 부총리를 중심으로 민관 합동 ‘미래개척추진단’을 구성하고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에서 각 SEED 프로젝트의 세부 로드맵과 추진 상황을 점검한다. 혁신·도전적 R&D와 신기술 사업화를 가로막는 규제와 법령도 함께 정비한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