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밴스, 우크라에 "러 항구 이용하는 유조선 때리지 마라"

해외

이데일리,

2026년 8월 12일, 오후 03:30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우크라이나가 흑해에서 벌이던 유조선 드론 공격을 멈췄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직접 중단을 요청하면서다. 공격 대상에 미국 석유 기업의 이해가 걸려 있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왼쪽)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JD 밴스 미국 부통령. (사진=AFP)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왼쪽)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JD 밴스 미국 부통령. (사진=AFP)
파이낸셜타임스(FT)는 1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을 인용해 밴스 부통령이 지난달 31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하며 공격 중단을 요청했고, 이후 우크라이나가 해당 지역에서 유조선을 타격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FT가 공개 정보를 분석한 결과도 같았다.

문제가 된 곳은 러시아 흑해 항구 노보로시스크에 있는 카스피안파이프라인컨소시엄(CPC) 터미널이다. 카자흐스탄에서 송유관으로 들어온 원유를 유조선에 싣는 곳으로, 카자흐스탄의 주력 수출로다. 미국 셰브런과 엑슨모빌이 이 컨소시엄 지분을 갖고 있다. 두 회사는 원유를 공급하는 카자흐스탄 서부 유전에도 참여하고 있다. 최대 유전 텡기즈의 지분은 셰브런 50%, 엑슨모빌 25%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공격이 국제 유가를 더 흔들고 자국 기업에 피해를 준다고 우려했다. 한 미국 당국자는 정부가 흑해에서 러시아 선박이 아닌 배와 CPC 시설을 겨냥하지 말라고 우크라이나에 경고했다고 확인했다. 이 당국자는 “정부는 CPC를 러시아산 에너지를 대체해 유럽 시장에 카자흐스탄산 에너지를 공급하는 핵심 통로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조건부로 받아들였다. 자국 제재 대상이 아니고 러시아산 원유나 화물을 싣지 않은 배라면 공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한 우크라이나 고위 당국자는 “우리는 미국 파트너의 말에 매우 신중하게 귀를 기울인다”며 관련 장치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물러선 이유는 따로 있다. 사정을 아는 한 인사는 우크라이나가 패트리엇 요격미사일을 직접 생산할 수 있는 미국의 허가를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겨울이 오기 전 수백발을 사들이려는 계획도 있다. 러시아가 겨울철 기반시설 공습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통화에서 패트리엇과 방공망이 최우선 과제라고 밴스 부통령에게 말했다.

공격 중단 전까지 피해는 컸다. 우크라이나가 지난달 CPC 터미널을 공격하고 아조프해에서도 러시아 선박을 집중적으로 노리면서 카자흐스탄은 노보로시스크로 향하는 송유를 여러 차례 멈춰야 했다. 운임과 보험료는 두 배 넘게 뛰었다. 에너지 흐름을 추적하는 케이플러에 따르면 CPC의 지난달 선적량은 하루 130만배럴로, 전달보다 30만배럴 이상, 지난 5월보다는 60만배럴 줄었다. 지난달 17일에는 엑슨모빌이 빌린 유조선이 선적을 기다리다 공격을 받기도 했다. 이란 전쟁으로 중동산 원유 공급이 묶여 있어 카자흐스탄산 원유의 중요성은 더 커진 상태다.

밴스 부통령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다루는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꼽히지만 논란도 잦았다. 지난해 2월 백악관 집무실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면박한 일이 대표적이다. 올해 초에는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중단을 행정부의 가장 자랑스러운 성과 중 하나로 꼽기도 했다.

한편 우크라이나는 다른 곳에서는 러시아 에너지 시설 공격에 오히려 속도를 내고 있다. 이달 들어 러시아 내륙 깊숙한 정유소 세 곳을 타격했다. 이로 인해 러시아 정제 능력의 상당 부분이 멈춰 서면서 러시아는 연료 수출을 중단했고, 국제 경유와 휘발유 가격에도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