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GPU가 금융 자산으로…월가의 베팅

해외

이데일리,

2026년 8월 13일, 오후 03:07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월가가 엔비디아 인공지능(AI) 칩을 새로운 금융 자산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1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분석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엔비디아와 월가 대형 금융회사들의 5000억달러 규모 AI 인프라 자금조달 플랫폼 구축은 AI 칩 수요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되고 칩 가격 역시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란 기대를 토대로 성사됐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협약을 통해 AI 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새로운 자산군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사모자본 업계가 그래픽처리장치(GPU) 임대와 관련한 금융에 투자하면서 엔비디아가 직접 고객의 자금조달을 지원해야 하는 부담도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증권의 리서치 애널리스트 비벡 아리아는 이번 협약을 통해 엔비디아가 자사 고객들이 자본시장에서 부채를 조달할 수 있도록 직접 보증을 제공하는 벤더 파이낸싱의 역할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이번 거래에 대해 “부담은 엔비디아의 대차대조표가 아니라 컨소시엄이 지게 된다”고 평가했다.

다만 엔비디아가 모든 위험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엔비디아는 임대기간 동안 GPU의 가치가 최초 가격의 최소 25%를 유지하도록 보장할 예정이다. 칩 가치가 예상보다 크게 하락할 경우 엔비디아가 일정 수준의 초기 손실을 부담하는 구조다.

이번 거래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FT에 현재 A100 칩의 임대료를 언급하며 “GPU에는 본질적인 가치가 있다”며 “엔비디아는 GPU 한 대의 임대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 10년에 걸친 실적 기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엔비디아의 보증을 향후 자금조달에서 ‘최초 손실 부담’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칩 가치가 일정 전망치를 밑돌 경우 엔비디아가 초기 손실을 우선적으로 흡수한다는 의미다.

이 같은 보증을 바탕으로 금융회사들은 GPU 금융계약을 증권화해 보험회사 등 채권 투자자에게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엔비디아와 협력 중인 또 다른 관계자는 “이 분야에서 사모펀드는 독특한 역할을 맡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GPU 임대가 가격을 표준화하고 AI 기업들의 자금조달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며, 시장 참여자들이 관련 구조에 익숙해지면 향후 공모 채권시장 투자자들도 진입해 해당 자산군의 거래가 더욱 활발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거래 구조는 금융회사마다 달라질 전망이다. 일부 회사들은 반도체 전문 금융회사를 설립한 뒤 GPU와 관련 임대계약을 토대로 대출을 제공하고, 이를 대출채권담보부증권(Collateralized Loan Obligation·CLO)과 유사하게 위험 수준별로 구조화하는 방식을 검토할 수 있다.

일각에선 금융회사들이 엔비디아 칩에 대한 수요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그리고 칩의 가치가 얼마나 유지될지를 잘못 판단할 위험도 따르다고 지적한다.

실리콘밸리 소재 크리에이티브 스트래티지스의 기술 애널리스트 벤 바자린은 “이 모든 것은 지속적인 투자를 전제로 한다”며 “과잉 구축이 이뤄지거나, 수요가 완화되거나, 모델의 성능이 개선돼 이전만큼 많은 컴퓨팅 자원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고객이 채무불이행(default)에 빠지더라도 안정적인 구매자 풀이 존재하는 렌터카나 상업용 항공기와 달리 칩은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수요가 변동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가치가 불확실한 상황이다.

엔비디아 (사진=로이터)
엔비디아 (사진=로이터)
칩 임대계약을 담보로 한 부채의 경우 현재 많은 대출기관들은 기초자산의 가치가 그 이후에는 미미해질 것이라는 가정 아래 대출금이 3~5년 안에 전액 상환되도록 요구하고 있다. 칩의 구매자나 임차인은 데이터센터도 건설해야 하기 때문에 예상되는 매출 흐름은 투자 계획보다 훨씬 뒤늦게 발생한다.

황 CEO는 막대한 컴퓨팅 수요 때문에 엔비디아의 구형 H100 칩조차 많은 이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오랫동안 가치를 유지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엑스(X, 구 트위터)를 통해 최근 출시된 칩들의 임대 가격이 상승했으며, 출시된 지 6년 된 A100 칩조차 여전히 사용되고 있어 당초 예상했던 수명을 넘어섰다고 밝힌 바 있다.

엔비디아 칩은 최첨단 모델을 훈련하는 AI 연구소에서 여전히 높은 수요를 보이고 있고, 엔비디아는 자사의 소프트웨어 플랫폼 쿠다(CUDA)를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함으로써 칩의 수명도 연장하고 있다. CUDA 플랫폼은 엔비디아가 AI 처리 분야를 지배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원래 그래픽용으로 설계된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고객들이 AI 애플리케이션의 속도를 높이는 데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바자린은 모든 종류의 칩에 대한 폭발적인 수요가 중기적으로 엔비디아의 계획을 뒷받침할 가능성이 높으며, 장기적으로는 엔비디아가 자사 제품의 총소유비용을 계속 낮출 수 있는지에 그 성공 여부가 달려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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