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가전 명가 히타치 퇴장에…"日가전 대수술 시작"

해외

이데일리,

2026년 8월 13일, 오후 04:19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히타치가 마지막까지 지켜온 가전 사업을 내려놓은 가운데, 일본 가전업계가 대대적인 구조 재편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왔다.

13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한때 일본 수출을 이끌었던 가전산업은 이제 국제 경쟁력을 상당 부분 잃었으며, 살아남은 일본 가전업체들은 존재 이유 자체를 다시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평가했다.

한때 세계 가전시장을 주도했던 일본 업체들은 이미 상당수가 백색가전 사업을 정리하거나 해외 기업에 넘겼다. 샤프는 대만 폭스콘에, 도시바는 중국 메이디에 인수됐고, 산요전기는 파나소닉에 흡수됐다. 히타치가 지난 4월 백색가전 사업을 가전 유통업체인 노지마에 매각하면서 간신히 유지하던 일본 가전 산업의 명맥마져 끊길 위기에 놓였다.

2008년 출시된 히타치 세탁기 모델 (사진=AFP)
2008년 출시된 히타치 세탁기 모델 (사진=AFP)
히타치는 수익성이 낮은 백색가전을 비핵심 사업으로 분류하면서도 마지막까지 정리 대상에서 제외했었다. 단순한 수익성만으로 평가할 수 없는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닛케이는 전했다.

가전사업을 담당하는 히타치글로벌라이프솔루션즈는 약 7000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으며, 창업지인 이바라키현 히타치시에 공장을 두고 있다. 또한 백색가전은 히타치가 보유한 마지막 소비자 대상(B2C) 사업이었다.

가전사업에 대한 애착을 가진 경영진이 적지 않아, 매각을 두고 내부에서는 신중론도 강했다고 한다. 2025년 4월 사장에 취임한 도쿠나가 도시아키도 2017~2019년 가전사업 부문을 이끌었다.

히타치는 사업을 살리기 위한 마지막 카드도 꺼냈다. 2023년 도입한 지정가격제가 대표적이다. 제조사가 냉장고와 세탁기의 판매가격을 정하고 유통업체의 할인 판매를 제한하는 대신 팔리지 않은 제품은 제조사가 반품받는 방식이다.

히타치의 계산은 단순했다. 가격 경쟁을 멈추면 수익성이 개선되고, 확보한 자금으로 혁신 제품 개발에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신제품 가격이 1년 만에 크게 떨어지는 악순환을 끊고 기술 경쟁력을 회복하겠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소비자의 반응은 차가웠다.

대표 제품인 드럼세탁기 가격은 30만엔을 웃돌았다. 할인 판매가 가능한 경쟁사 제품으로 소비자가 이동했고, 가격 결정권을 되찾았지만 판매는 살아나지 않았다. 닛케이는 “가격을 통제하는 것만으로는 소비자를 움직일 수 없었다”고 평가했다.

유통 기업인 노지마의 히타치 백색가전 사업 인수는 일본 가전산업이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노지마는 자체 제품 기획부터 판매까지 아우르는 제조·유통 일괄 구조를 구축할 계획이다.

닛케이는 의류업계에서 SPA 모델로 성장한 유니클로와 자라를 대표 사례로 제시하며 가전업계 역시 비슷한 방향으로 재편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노지마 이외에도 일본 최대 가전양판점인 야마다홀딩스도 자체 개발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업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닛케이는 “히타치의 마지막 승부수는 결국 불발로 끝났다”며 “이제 일본 가전업계는 제조와 유통이 결합하는 새로운 산업 재편 국면에 들어섰고, 남은 업체들도 존재 이유를 다시 증명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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