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자산에 너무 몰렸다…2144억달러 신흥국 채권으로

해외

이데일리,

2026년 8월 17일, 오후 05:59

[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전쟁과 관세, 인공지능(AI) 관련 시장 변동성에도 글로벌 자금이 신흥국 채권으로 몰리고 있다. 올해 1~7월 외국인 투자자의 신흥국 채권 투자액은 20여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 자산에 집중됐던 투자금을 분산하려는 움직임에 신흥국의 외환보유액 확대와 국내 자본시장 성장이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외화를 정리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외화를 정리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17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국제금융협회(IIF)는 올해 1~7월 신흥국 채권으로 2144억달러의 외국인 자금이 유입됐다고 집계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777억달러보다 20.7% 늘었다. 신흥국 정부의 채권 발행도 증가했다. 지난달 발행액은 약 190억달러로 최근 10년간 7월 평균의 두 배였고, 올해 누적 발행액은 1870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통상 신흥시장에 부담이 되는 대외 여건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지난 2월 시작된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 주요 항로가 사실상 막히면서 국제유가와 비료 가격이 올랐고 식품 물가 상승 압력도 커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다시 올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남아 있다. 연준의 금리 인상은 달러 강세와 신흥국 통화 약세로 이어질 수 있고, 신흥국의 자금 조달 비용을 좌우하는 미 국채 금리도 수년 만의 높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런데도 투자 수요가 유지되는 배경에는 신흥국 경제의 체질 변화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이 중앙은행 독립성을 강화하고 외환보유액을 늘린 데다 국내 투자자 기반도 확대했다. 파키스탄과 가나, 에콰도르, 나이지리아, 아르헨티나는 최근 신용등급도 상향됐다. 제트로 시에키넨 LGT캐피털파트너스 신흥시장 채권 책임자는 선진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 등 기초여건이 약화하는 반면 신흥국은 수년간 정책 신뢰도와 외환 완충력을 높여왔다고 설명했다.

국내 자본시장이 커진 점도 과거와 다른 부분이다. 코로나19 사태 당시 외국인 자금 이탈이 스리랑카와 가나 등의 채무불이행으로 이어지자 신흥국들은 해외 자금 의존도를 낮추는 데 힘써왔다. 특히 브라질과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주요 신흥국은 정부 자금 조달의 대부분을 국내 채권시장에서 해결하고 있다. JP모건과 UBS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신흥국의 자국 통화 표시 국채 잔액은 약 13조달러로, 달러 등 경화 표시 국채 1조4000억달러의 9배가 넘는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브라질과 콜롬비아, 이집트, 나이지리아의 현지 통화 자산을 상대적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데이비드 하우너 BofA 신흥시장 채권 전략 책임자는 2015~2025년 강달러와 미국 경제의 상대적 강세, 잇따른 위기와 채무불이행, 코로나19로 신흥시장이 장기간 부진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난 10년간 투자 비중이 크게 줄었던 만큼 최근의 자금 유입에도 추가 투자 여력이 남아 있다고 봤다.

다만 신흥국 자산 전체가 강한 것은 아니다. IIF에 따르면 올해 1~7월 신흥국 주식에서는 860억달러가 빠져나갔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약 10배다. 한국과 대만 기술주 비중이 높은 신흥시장 주가지수도 AI 관련 기대가 급변하면서 변동성이 커졌다. 블랙록투자연구소 등 일부 기관은 신흥국 주식과 경화 표시 채권에 대한 투자 의견을 낮췄다.

향후 변수로는 물가가 꼽힌다. 신흥국은 선진국보다 식품 물가와 엘니뇨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고 비료 가격 상승까지 겹치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커질 수 있다. 반면 라민 부게루아 카르미냑 펀드매니저는 미국 자산 편중을 줄이려는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며 신흥국 현지 통화 채권의 상대적 강세가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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