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전운 감도는 호르무즈…트럼프, 이란 넘어 오만에도 경고

해외

이데일리,

2026년 8월 18일, 오전 01:46

[뉴욕=이데일리 성주원 특파원] 미국과 이란이 전쟁 종식을 위한 최종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설정했던 60일 협상 시한이 17일(현지시간) 사실상 성과 없이 끝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에 “백기를 들고 항복하라”고 압박했고, 이란은 방어 중심의 군사전략을 ‘완전한 공세’로 전환하겠다며 맞섰다.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의 약 20%가 지나던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통항마저 사실상 멈춰서면서 지난 2월 말 시작된 미국·이란 전쟁이 다시 확전의 갈림길에 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모리스타운 시립공항에서 전용기 에어포스원에 탑승하며 손짓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뉴저지의 자신의 골프클럽에서 주말을 보낸 뒤 워싱턴DC로 복귀했다. (사진=AF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모리스타운 시립공항에서 전용기 에어포스원에 탑승하며 손짓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뉴저지의 자신의 골프클럽에서 주말을 보낸 뒤 워싱턴DC로 복귀했다. (사진=AFP)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란 고위 당국자는 이날 “미국과의 전쟁을 영구적으로 끝내기 위한 노력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이란은 방어적 정책에서 ‘완전한 공세(fully offensive)’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외교가 실패할 경우 미국의 해상봉쇄를 깨기 위해 “시의적절하고 정밀한” 군사 공격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란을 향해 “백기를 들고 항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이란 항구를 해상 봉쇄하면서 이란을 압박하고 있다며 종전 협상을 서두를 생각도 없다고 했다. “시간표가 없다. 서두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호르무즈 해협 문제를 협상하고 있는 오만을 향해서도 강경한 메시지를 내놨다. 그는 오만이 미국의 계획을 방해할 경우 폭격할 수 있다는 취지로 위협했다. 미국의 전통적인 중동 우방이자 미·이란 간 중재자 역할을 맡아온 오만까지 공개적으로 압박한 셈이다.

미국과 이란은 앞서 지난 6월 17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모든 전선에서 군사작전을 중단하는 한편 60일 안에 최종 합의를 도출하기로 했다. 최종 합의에는 이란 핵프로그램 제한과 미국의 대이란 제재 해제 등이 포함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합의는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을 둘러싼 이견으로 사실상 무너졌다. 이란은 MOU 제5항을 근거로 자국이 오만과 함께 해협을 관리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 반면 미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란이 승인받지 않은 항로로 이동하는 선박을 공격하면서 군사 충돌도 재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7일 이미 MOU가 “끝났다”고 선언했고, 이란 외무부도 일주일 뒤 합의가 중단됐다고 밝혔다.

◇호르무즈 선박 통항 사실상 멈춰

협상 교착의 충격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가장 선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선박 추적업체 케플러(Kpler)에 따르면 지난 15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원자재 운반선은 5척에 그쳤고 16일에는 한 척도 없었다. 직전 주말 31척이 통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급감한 수준이다. 전쟁 발발 전에는 하루 약 130척의 선박이 이 해협을 통과했다. 전쟁 이전과 비교하면 정상적인 상업 운항이 사실상 마비된 셈이다.

최근 선박 공격까지 이어지면서 해운업계의 경계감도 커졌다. 아랍에미리트(UAE)는 지난 14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던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ADNOC) 선박이 이란의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UAE 정부는 이란에 공격 중단과 해협 전면 재개방을 요구했다.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격으로 전쟁이 시작된 이후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차질은 국제유가를 끌어올리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가 됐다. 17일 브렌트유는 배럴당 89달러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사진=로이터
사진=로이터
◇이란·오만 항로 합의 근접…그래도 해협 안 연다

다만 외교적 돌파구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란과 오만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새로운 선박 항로를 놓고 막판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양국이 새로운 선박 통항로의 지도에 합의했으며 공동성명 내용을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란 측은 최근 협상이 상당히 진전됐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문제는 이란·오만 간 합의가 곧바로 호르무즈 해협의 전면 재개방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란은 미국이 해상봉쇄를 해제하고 기존 합의사항을 이행해야 해협을 정상적으로 열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바가이 대변인 역시 오만과의 항로 협상과 해협 재개방 문제를 별개로 보고 있다.

결국 호르무즈 해협은 미국과 이란 모두 포기하기 어려운 협상 카드가 됐다. 미국은 이란 항구에 대한 해상봉쇄를 통해 테헤란의 원유 수출과 경제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반대로 이란은 세계 에너지 수송의 목줄인 호르무즈 해협을 쥐고 미국에 봉쇄 해제와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

이란은 미국이 수주 안에 기존 합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호르무즈 해협뿐 아니라 역내 전반에서 긴장을 고조시키겠다고 경고했다. 이란 고위 당국자는 중재국들이 이란이 설정한 시한을 미국과 주변국에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도 장기전 부담…11월 중간선거 변수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장기전은 부담이다. 전쟁은 어느덧 6개월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해상봉쇄로 이란의 원유 수출과 산업시설이 큰 타격을 입었지만 이란을 핵프로그램 포기나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양보로 끌어내지는 못했다.

오히려 이란은 최근 군사적 대비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이 상대적으로 전투가 소강상태에 접어든 기간 강경파와 전쟁 경험이 있는 인사들을 주요 안보직에 배치하고 미사일·드론 생산을 가속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내에서는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장기전과 고유가에 대한 정치적 부담도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 지지자들에게 전쟁으로 높은 연료 가격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는 “중간선거는 내 판단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정치적 고려가 대이란 전략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관측을 부인했다.

중동의 다른 전선에서도 긴장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최근 레바논 남부의 헤즈볼라 고위 지휘관을 사살했고,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은 홍해와 아덴만을 잇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 사우디 선박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이란 모두 당장 전면전 재개를 공식 선언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60일 협상 시한이 끝난 시점에서 양측의 표현은 ‘협상’보다 다시 ‘군사적 압박’ 쪽으로 기울고 있다. 미국은 해상봉쇄를 유지하고 이란은 호르무즈 통제권을 지렛대로 맞서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향후 전쟁과 협상의 향방을 가를 핵심 변수로 다시 떠올랐다.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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