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장기금리 30년 만에 최고…엔캐리 청산 공포 다시 고개

해외

이데일리,

2026년 8월 18일, 오전 11:37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일본의 장기금리가 3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미국 장기금리 상승과 맞물리면서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에 대한 우려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가 2024년 7월 3일 신권 발행 개시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AFP)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가 2024년 7월 3일 신권 발행 개시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AFP)
18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 등에 따르면 이날 도쿄 채권시장에서 신규 발행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는 장중 2.945%까지 치솟으며,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는 전날보다 0.025%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1996년 9월 이후 약 30년 만의 최고치다.

금리가 오른다는 것은 국채 가격이 떨어졌다는 뜻이다. 즉 투자자들이 일본 국채를 내다 팔고 있다는 의미다. 매도세는 만기를 가리지 않았다. 2년 만기 금리는 1.700%로 약 31년 만의 수준까지 뛰었고, 5년 만기는 2.180%로 사상 최고를 찍었다.

투자자들이 일본 국채를 팔아치우고 있는 이유는 크게 둘로 나뉜다. 우선 일본은행(BOJ)이 금리를 더 올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미국과 일본 통화당국은 이달 3일 엔화를 사들이는 협조개입에 나섰다고 발표했다. 이후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를 두고 필요한 일은 실행할 것으로 믿는다고 언급하면서, 엔화 약세를 바로잡기 위해 BOJ가 조기 인상에 나설 것이란 시각이 굳어졌다.

시장 반응은 빨랐다. 하루짜리 금리를 주고받는 스와프시장에서 다음 달 BOJ의 금리인상 확률이 80% 안팎까지 급등했다. 이달 초만 해도 50% 수준에 불과했다.

BofA증권은 지난 14일 보고서에서 BOJ 정책금리 전망을 기존 ‘2027년 말 1.75%’에서 ‘2027년 7월까지 네 차례 올려 2%’로 상향했다. 최종금리 수준 자체가 높아졌다는 뜻이어서, 정책금리에 민감한 중기채를 넘어 장기·초장기채까지 매도가 번졌다.

다음으론 일본 정부의 재정 불안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적극재정이 재정 규율을 느슨하게 만들 것이란 견해가 뿌리 깊다. 2027회계연도 예산 신청에서는 요구액 상한을 없앴고, 2027년 4월 시행을 목표로 한 식료품 소비세 2년 감세는 재원이 분명치 않다. 정부가 돈을 더 쓰면 국채를 더 찍어야 하고, 공급이 늘면 값은 내려간다.

시장에서는 이번 주 국채 입찰이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본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이날 5년물, 오는 20일엔 20년물 입찰이 각각 예정돼 있다. 이달 앞서 치른 30년물과 10년물 입찰에서는 투자자 수요가 약했다. 응찰이 부진하면 정부는 더 높은 금리를 얹어 국채를 팔아야 하고, 이는 시장 금리를 다시 밀어 올린다.

닛케이 등은 30년 만에 최고치라는 숫자는 무게감이 크다며 ‘금리 없는 나라’로 불리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BOJ는 2016년 도입한 마이너스 금리를 2024년 3월 해제하며 17년 만에 금리를 인상했다. 다만 1996년에는 거래량이 많은 종목의 금리를 장기금리로 삼아 산출 기준이 지금과 달랐던 만큼 단순 비교에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매체는 부연했다.

시장은 이미 다음 고비를 보고 있다. 야마와키 다카시 JP모건증권 채권조사부장은 “금융정책이나 엔화 약세 같은 환경이 바뀌지 않는 한 3%는 통과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기사키 고이치 모건스탠리MUFG증권 전략가는 “BOJ가 엔저를 막으려 인상을 앞당길 것으로 시장은 보지만, 엔저가 멈추지 않아 추가 인상 관측이 계속 반영되는 구도”라고 짚었다.

일본의 장기금리 상승은 미 국채 금리 상승과 맞물려 한국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 국채 30년물 금리는 17일(현지시간) 장중 5.3%대에 진입하며 19년 만의 최고를 기록했다. 앞서 지난 13일 30년물 입찰에서도 최고 낙찰금리가 25년 만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러한 흐름은 독일과 프랑스 국채로도 번지는 등 주요국에서 국채 매도가 서로를 부추기는 추세다.

일본 금리가 충분히 오르면 그동안 값싼 엔화를 빌려 해외에 투자해온 자금이 되돌아올 여지도 커진다. 이른바 엔캐리 트레이드가 대규모로 청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실제 2024년 7월 31일 BOJ가 17년 만에 금리를 올리자 엔화 가치가 급등했고, 엔화를 빌려 투자했던 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갔다. 같은 해 8월 5일 코스피는 8.77%, 코스닥은 11.30% 폭락하며 4년 5개월 만에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같은 날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12% 넘게 떨어졌고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도 3% 밀렸다. 국내 증시에 ‘검은 월요일’로 기록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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