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외선 차단 의류가 미국에서 여름 필수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여름이 갈수록 뜨거워지는 데다 피부 노화를 늦추려는 관심이 커지면서다. 선크림을 기피해 아예 옷으로 가리려는 수요도 겹쳤다. 한국에서 ‘아줌마 패션’으로 통하던 완전 무장 차림이 미국에서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되고 있는 셈이다.
이른 폭염이 덮친 지난 3월 2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리돈도비치에서 한 시민이 모자로 햇볕을 가리며 해변 산책로를 걷고 있다. (사진=AFP)
자외선 차단 의류는 자외선차단지수(UPF)로 성능을 표시한다. 선크림의 자외선차단지수(SPF)가 바르는 제품 기준이라면, UPF는 원단이 자외선을 얼마나 통과시키는지를 잰다. UPF 50+ 등급은 자외선을 최소 90% 막아준다.
원래는 수영과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 래시가드를 입는 어린아이, 등산객과 야외 노동자가 주 고객이었다. 여기에 건강을 챙기는 패션 민감 소비자들이 새로 붙었다. 앤 해서웨이는 휴가지에서 전신 수영복을 입었고, 켄달 제너도 유럽 여행 중 차단 의류를 착용했다.
미국 브랜드들도 흐름을 타고 있다. 유통 분석업체 EDITED에 따르면 지난 5월 미국 애슬레저 브랜드의 자외선 차단 의류 매출은 1년 전보다 12% 늘었다. 고가 브랜드 애슬레타는 5월 신상품의 45%에 차단 기능을 넣었다.
자외선 차단 의류 브랜드 타이드선웨어의 켈리 카사치오 공동창업자는 “예전에는 다들 피부를 태우기 바빴다”며 “이제는 몸 전체의 건강을 챙기는 쪽으로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시장 규모를 정확히 재기는 어렵다. 두꺼운 데님처럼 의도하지 않아도 자외선을 막아주는 옷이 많아 경계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데이터의 루이즈 데글리즈파브르 의류 담당 애널리스트는 “정의가 따라잡지 못할 만큼 빠르게 크는 시장”이라고 진단했다. WGSN은 자외선 차단이 휴가나 야외활동에만 챙기는 문제가 아니라 일상복을 고를 때 따지는 조건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금은 룰루레몬과 REI, 나이키 같은 애슬레저 브랜드에 시장이 몰려 있다. 미국에서 앞서가는 곳은 일본 유니클로다. 2004년부터 자외선 차단 의류를 내놨고 여름마다 매장 앞자리를 차지한다. 유니클로 북미 마케팅을 총괄하는 니콜라 세소는 “아시아는 자외선 차단이 확실히 더 앞서 있다”면서도 미국 소비자의 인식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검색 데이터도 이를 뒷받침한다. 트렌달리틱스에 따르면 ‘UV 셔츠’ 구글 검색은 1년 새 26% 늘었고 틱톡 조회수는 116% 뛰었다.
다만 주의할 점이 있다는 지적이다. UPF 등급은 시험과 인증을 거쳐야 붙일 수 있지만, ‘자외선 차단’이라는 표현 자체는 마케팅 문구로 폭넓게 쓰인다. 데글리즈파브르 애널리스트는 소비자들이 제품이 내세우는 문구를 항상 의심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능만 앞세운 옷이 못마땅한 소비자를 겨냥한 소규모 브랜드도 등장했다. 2023년 문을 연 클로덴트는 UPF 50+ 제품군에 405달러(약 57만원)짜리 카프탄 원피스를 넣었다. 미아 지 공동창업자는 “기존 제품들은 미적으로나 품질로나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석 달 전 출범한 세비는 목과 머리를 가리는 알록달록한 반다나를 판다.
의사를 돕는 진료보조인력(PA)으로 일하는 케이라 베티르(31)는 피부 질환 환자를 접하고 차단복을 입기 시작했다. 장갑과 바이저를 챙겨 장거리 운전을 하고 아들과 해변에 간다. 그는 CNN에 자신이 거주하는 오렌지카운티의 한인 커뮤니티에서 영향을 받았다며 “그분들은 늘 양산과 바이저, 장갑을 챙기고 다녔다. 이제는 이곳에서도 훨씬 흔한 일이 됐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