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마 챈렛 에이버리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ASPI) 정치안보 국장은 18일(현지시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8년 전인 2018년 첫 북미 정상회담 당시보다 훨씬 유리한 협상 환경에 있다고 진단했다.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한 데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라는 강력한 후원자를 확보하면서 미국과 서둘러 타협할 필요성이 줄었다는 것이다.
챈렛 에이버리 국장은 “김정은은 중대한 양보를 얻어낼 수 있다고 판단하지 않는 한 지금 트럼프를 만날 이유가 거의 없다”며 김 위원장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면 미국이 더 큰 보상을 제시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가 꼽은 핵심 양보 카드는 북한 핵보유국 지위 인정, 주한미군 감축 또는 철수, 대북제재 완화다.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주한미군 비용과 규모에 문제를 제기했고 2018년 북미 정상회담 이후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한 전례가 있는 만큼 세 가지 모두 협상 의제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정은의 협상력이 확대한 가장 큰 배경은 러시아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북한은 러시아와 군사·경제 협력을 확대하며 새로운 후원자를 확보했다. 그는 “러시아의 지원은 북한에 경제적 도움을 제공할 뿐 아니라 북한의 무기 운반 능력을 강화할 첨단 미사일 기술까지 제공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와 가까워지면서 중국에 대한 북한의 협상력도 향상됐다. 경제 여건도 달라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북한 경제는 2023년 3.1%, 2024년 3.7%, 지난해 3.5% 성장해 3년 연속 3%대 성장을 기록했다. 지난해 대외교역도 31억 3000만 달러로 16% 증가했다. 러시아·중국과의 관계 강화로 제재에 대한 경제적 압박을 버틸 여지가 커졌다. 챈렛 에이버리 국장은 “트럼프는 분명 김정은과 만나기를 원하고 있다”며 “임기 후반 레임덕과 정치적 영향력 약화, 장기화하는 이란전쟁 등을 고려하면 외교적 승리를 원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문제는 북한의 상응 조치 없이 미국이 먼저 훈련을 줄일 때다. 챈렛 에이버리 국장은 “가장 큰 위험으로 연합 대비태세 자체보다 미국의 신뢰성과 한국 안보에 대한 미국의 공약을 둘러싼 우려다”며 “이는 일본 안보에 대한 우려로 이어지고 결국 억지력 약화로 연결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미국의 동맹을 갈라놓는 것은 오랫동안 북한과 중국이 원해온 목표다”며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에 한미연합훈련 축소까지 결합한다면 베이징과 평양에는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다”고 경고했다.
한국 정부에는 신중한 대응을 주문했다. 챈렛 에이버리 국장은 이재명 대통령에 대해 “미국을 상대하는 데 상당히 실용적이고 능숙한 모습을 보여왔다”며 “필요하다면 연합훈련을 소폭 조정하는 등 작은 정책 변화로 갈등을 완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미연합훈련 축소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분명히 도움이 되진 않는다”며 “전작권 전환은 한미동맹의 상태와 양국의 대비태세, 전환을 가속하려는 정치적 압력 등에 더 크게 좌우하는 만큼 두 사안이 긴밀하게 연결돼 있진 않다”고 했다.
엠마 챈렛-에이버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정치안보 국장이 18일(현지시간)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성주원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