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김정은 카드'로 韓 압박…연합훈련 축소하고 3500억달러 재촉”

해외

이데일리,

2026년 8월 19일, 오전 09:26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대화 가능성을 다시 꺼내들며 오랜 동맹인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8일(현지시간) 분석했다. 안보 사안을 무역·통상 협상의 지렛대로 쓰고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대화 재개 가능성을 흔들어 보이는 것은 통상 문제에서 한국을 움직이게 하려는 전술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6월 30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AFP)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6월 30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AFP)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소셜미디어(SNS)에 한미 연합훈련을 대폭 축소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히면서, 자신의 “좋은 친구”인 김 위원장에게 훈련이 부적절하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동시에 한국이 이란 문제에서 미국을 충분히 돕지 않았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다음날엔 김 위원장이 대화 제안에 응답했다며 “매우 긍정적”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훈련 축소가 오랜 동맹국보다 적국인 북한의 이익을 앞세우는 것 아니냐는 백악관 기자의 질문에 “아니다. 나는 상황을 훨씬 더 안전하게 만들고 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이날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르면 올가을 김 위원장과 만나는 방안을 참모진에게 재촉하고 있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도 나왔다. 오는 11월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유력한 계기로 거론된다.

배경에는 통상 현안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워싱턴에서는 한국이 3500억달러(약 494조 7250억원) 규모 대미 투자 이행을 미루고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미국이 이 투자에 한국 반도체 기업을 포함시키려 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공장을 미국에 더 지으면, 국내에 인공지능(AI) 거점을 늘려 그 성과를 국민에게 나누려는 이재명 대통령의 구상은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애초 이 거래는 맞교환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투자에 서명하자 핵추진잠수함 보유를 전격 승인했고 한국산 제품 관세도 15%로 묶었다. 하지만 양쪽 약속 모두 눈에 띄는 진전이 없다. 미국은 한국이 자국 기업을 차별한다고 주장하고, 미 증시에 상장된 쿠팡의 한국 사업에서 벌어진 대규모 정보 유출 사태 처리를 놓고도 갈등이 불거졌다.

북한의 핵 능력이 커지는 가운데 미국의 핵우산에 기대고 있는 한국으로선 통상과 안보를 함께 저울질해야 하는 처지다.

이 대통령은 18일 을지국무회의에서 “굳건한 한미 동맹의 미래를 상징할 핵잠수함 사업 추진에도 속도를 내주기 바란다”며 “우리 자신의 힘을 키워야 동맹으로서의 가치와 필요성도 더 커진다”고 말했다. 전시작전통제권의 임기 내 환수도 차질 없이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는 직접 대응하지 않은 채, 연합훈련이 “북한을 공격하거나 한반도의 긴장을 높이려는 의도가 없다”고만 밝혔다.

야당의 공세도 부담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번 사안을 ‘외교 참사’로 규정하면서, 북한 정권만 더 굳건해지고 한미동맹은 오히려 풀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지금의 트럼프 대통령이라면 주한미군 철수까지 밀어붙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놨다.

메이슨 리치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한국이 자국의 안보와 번영을 좌우하는 외교 과정에서 충분히 발언하지 못할 수 있다”며 “적어도 트럼프 정부 아래에서는 미국이 믿을 만한 동맹이라는 한국인들의 믿음이 흔들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훈련 축소는 아시아·태평양의 유일한 미 항공모함인 조지 워싱턴함이 중동으로 방향을 튼 시점과 맞물렸다. 이란 작전이 길어지면서 미군 전력이 그만큼 빠듯해졌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때에도 김 위원장에게 공을 들이며 한미 연합훈련을 줄인 뒤 그 여파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재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해 12월 “누가 됐든 훈련을 줄이거나 다르게 하자고 말할 때는, 한 해 두 차례 반드시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미는 통상 봄과 여름 두 차례 대규모 훈련을 해왔다. 주한미군은 블룸버그 문의에 답변을 백악관으로 넘겼다.

물밑 움직임도 빨라졌다.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은 19~20일 방한해 북한 문제 등을 논의한다. 5년 만의 공식 방한이다.

다만 이번 갈등이 한미 관계를 근본적으로 흔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리프에릭 이슬리 이화여대 교수는 “한미 관계가 관세와 투자 지연, 방위 조달, 기업 규제 등 여러 난기류를 만나고 있지만, 동맹은 추락하기보다 고도를 조정할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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